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공무원들을 동원해 행정 전화 투표에 사용한 행정전화 요금이 최대 400억원에 이르고, 이 요금을 내지 못하면 최종 선정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T 사장을 지낸 이용경 창조한국당 원내대표(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13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현재까지 책정된 요금은 최소 200억원일 뿐 정확한 액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 이 원내대표는 "지난 8월부터 9월까지만 나온 전화투표비가 200억원(1억통)이고 지난 달 11일 최종 결정을 앞두고 적극적인 투표 독려에 나선 10월은 얼마만큼 올라갔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결국 3억원의 예산이 300억, 400억까지 불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전화로 투표를 했기 때문에 결국 제주도 예산에서 나와야 한다는 점이 문제"라며 "현재 제주도 행정전화 예산은 1년에 약 3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 원내대표는 "일단 뉴세븐원더스재단과 계약을 맺은 1차적인 주체인 KT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 측에 계약서를 보여 달라고 몇 번이나 요구했지만 사적인 계약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절하더라"며 "계약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KT가 제주도에서 수금한 뒤 재단 측에 비용을 내는지, 일단 KT가 재단에 납부한 뒤 수금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보기엔 계약상으로는 KT가 먼저 책임을 지고 나중에 제주도로부터 돈을 받는 형태로 계약된 것 같다"며 "이미 KT가 뉴세븐원더스재단에 돈을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돈을 안 낸다면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KT가 뉴세븐원더스재단에 돈을 냈지만 제주도가 KT 측에 전화비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엔 소송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리고 "도 예산과는 별개로 국민들이 전화투표한 비용은 이미 납부가 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생각해보니 선정 두달 뒤 확정되는 이유가 국제전화비 때문에 정산되기를 기다리기 위해서인 것 같다"며 "처음부터 불투명한 단체가 국민의 애국심을 가지고 영리마케팅을 한 것 같아 농락당한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12일 제주도의회 예결특위 김용범 의원(민주당)도 새해 예산안 심사에서 “관제동원 전화투표수가 1억건으로 전화비만 200억원을 넘겼다”며 “어떻게 요금을 납부할 계획이냐”고 추궁했다.
김 의원은 “뉴세븐원더스재단 쪽에 7대 경관 투표요금이 납부되지 않았다”며 “만일 재단 쪽에 전화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최종선정이 되지 않는 것이냐”고 따졌다.
강성후 세계자연유산관리단장은 “유효투표수에 (최종 선정이) 영향을 받는다”며 “유효투표수란 전화투표를 해서 KT를 통해 재단에 요금이 완납된 투표수를 말한다”고 답했다. 제주도가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려면 전화요금을 납부해야 ‘잠정’ 아닌 ‘확정’이 된다는 뜻이다.
공영민 제주도 지식경제국장은 "요금미납문제는 KT와 뉴세븐원더스재단과의 관계이지 제주도가 7대경관에 선정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영업상 비밀 때문에 전화요금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스위스 소재 뉴세븐원더스재단이 주관하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은 전세계인의 투표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 경관지 7개 지역을 선정하는 프로젝트다.
지난 2007년 7월부터 예선을 거쳐 2009년 최종 후보지 28곳을 가린 뒤 지난 달 11일 잠정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1인 무제한 전화투표 방식에서 전화 투표 비용은 1회 당 180원, 휴대폰 문자 비용은 1건 당 150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