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애월읍 선운정사 돌부처상의 제주도문화재자료 지정과 거액의 제주도 예산 지원 특혜 의혹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돌부처상의 문화재자료 지정 과정에 참여했던 한 전문 위원은 제주전통문화와 관련 없는 불상으로 지방문화재자료로 지정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제주경실련은 13일 성명을 내고 “일부 전문위원 및 심의위원들의 분명한 역할과 책임 소홀로 선운정사 돌부처상은 제주도문화재자료로 지정되고 이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개인 보호보다는 사안의 중대성, 공익성, 그리고 도민 알권리 차원에서 그동안 참여했던 전문 및 심의위원 11명의 명단을 전격 공개한다”고 밝혔다.
제주경실련에 따르면 우근민 도정이 돌부처상을 제주도문화재자료로 지정하기 위해 전문가 현장실사(2010년 7월 8일)에 참여시킨 위원은 당시 문화재청 김리나 문화재위원, 정은우 전문위원, 손영문 전문위원 등 3명이다.
이후 선운정사 돌부처상을 문화재자료로 지정하기 위해 열린 심의위원회에 위촉된 문화재 유형분과(제1분과) 전문위원은 9명이다. 이 중 돌부처상 제주도문화재위원회 심의회의(2010년 9월 10일, 2011년 3월 11일)에는 윤치부 제주대 교수를 제외한 8명이 참석했다.
당시 직책 기준 참여 전문위원을 보면 권상렬 제주박물관장, 김은석 제주대 교수, 김태일 제주대 교수, 김혜우 전 도교육청 정책국장, 김현숙 미술협회 제주도지회장, 박찬식 제주대 강사, 양상호 탐라대 교수, 이형준 성안미술관 기획실장 등이다.
우선 현장실사에 참여했던 정은우 위원과 손영문 위원은 “정확한 조성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조선시대 유행한 약사불상의 도상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어 시대의 복합성을 갖춘 불상으로 향후 연구할 자료적 가치가 있다. 불상이 적은 제주의 현실을 감안할 때 문화재자료로 지정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공동의견을 피력했다.
반면 동행했던 김리나 위원은 “통일신라시기 형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나 다리 위쪽이나 몸 뒤의 옷주름 표현은 기본 형식에서 벗어나는 등 신라나 고려 불상의 전통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제작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시대적 특징이 안 보이기 때문에 지방문화재로 지정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리나 위원은 지난 8일 제주경실련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선운정사 돌부처상은 우리나라 불상의 전형적인 형식이 아니며 제주전통문화와도 관련이 없어 지방문화재나 지방문화재자료로 지정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재차 지적했다.
아울러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제주도 차원에서 재조사를 통한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경실련은 “우근민 도정은 2명의 전문가 의견에 김리나 위원 이름을 집어넣고 김리나 위원마저 찬성의견을 제시한 것처럼 조작해 더욱 화려한 옷을 입혀 재탄생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게다가 “조선시대 이래 유행한 약기인 약사불상의 도상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시대의 복합성을 갖춘 불상이다. 사업명세서에서는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석재불상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며 우근민 도정이 제시한 전문가 의견에 대해 ‘조작’·‘치장’이라고 꼬집었다.
제주경실련은 “제주도문화재위원회 심의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돌부처상에 대한 보존 상태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오래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이 너무 깨끗했다는 점, ▶희소성 가치가 없어 보임, ▶유입경위 불명확, ▶전문가의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 없음, ▶제주 향토문화와의 연관성이 없다는 점 등을 지적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제주경실련은 문화재보호법 상 시·도지정문화재자료 지정 절차와 관련해 “전국을 전전하던 선운정사 돌부처상이 과연 제주 향토문화보존과 어떤 관계가 있으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사실관계는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그대로 지정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제주경실련은 “도정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들은 이번을 계기로 ‘들러리 역할’이 아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해 주기를 강조한다”며 “우근민 도정은 제주경실련 추천위원이 포함된 실사단을 구성해 이들에 의한 돌부처상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제이누리=고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