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현안인 신공항 문제에 대해 해상 부유식 공항(VLFS)이 최적 대안이라는 제안이 나왔다.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해사·조선학회 원로 등의 고언이다.
대통령 직속 해사행정특별심의위원회 위원장과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국내 해운·해사학계의 원로인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은 21일 제주에서 열리는 해양문제 공동확술대회를 앞두고 이같은 내용의 논문을 <제이누리>에 사전 공개했다.
21, 22일 이틀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선 국내 해양문제 전문가 2000명이 참석, 대한조선학회·한국해양공학회 등 5개 학회가 참여하는 한국해양과학기술협의회 주최로 매머드급 학술대회를 연다.
신 회장은 미리 배포한 발표자료를 통해 제주의 시급한 현안인 신공항 문제를 거론, “제주 신공항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구조건은 항공기 소음에 영향을 받지 않는 24시간 운영 체제와 향후 수요증가에 대비한 확장성”이라며 “내륙에 건설할 경우 소음문제는 물론 확장성도 낮고, 해안조성은 녹지 훼손과 소음문제, 해상 건설은 과다한 사업비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른 대안으로 “제주를 대양과 연·근해 항로를 연결하는 해상물류 거점 항만으로 개발하는 장기적 관점과 친환경적 공법, 항만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할 때 제주 신공항은 해양형으로 건설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신 회장이 언급한 ‘해양형’ 공항은 바다를 매립, 인공섬을 만드는 방안과 바다에 떠 있는 대형 부유식 구조물(VLFS; Very Large Floating Structure))로 만드는 방안이다. 그는 이 가운데 VLFS 식 공법으로 신공항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신 회장의 의견에 따를 경우 현 제주공항을 확장할 경우 예상되는 인근 지역주민 이주문제는 물론 매립 등에 따른 생태계 파괴 등 자연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수 있게 된다.
VLFS는 대형 해양구조물을 건조한 경험이 많은 국내 조선기술을 기반으로 최근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대안으로 제시된 방안이다.
신 회장은 “인공 섬, 해상공항, 부유식 항만, 해상박물관, 해상호텔 등 VLFS 공법을 이용한 국내외 건설사례는 충분하다”며 “설치 수심과 해저지형의 영향을 받지 않고 건설공기가 짧고 설비확장 및 제거가 쉽고, 지진피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친수공간의 확보, 녹지훼손·생태계 파괴 등 매립에 따른 자연환경 피해도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천공항이 세계의 거점공항(Global Gateway)를 추구한다면 제주공항은 중국·일본·러시아 극동지역·몽골을 연결하는 동북아 거점공항(Regional Hub)이자 태평양과 중국대륙을 연결하는 해상 물류거점을 추구해야 한다”며 “제주 신공항은 이 점에서 공항과 항만을 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바다 위에 떠 있는 해상 부유식 공항으로 건설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세계 최고의 한국 조선해양기술과 최첨단 기술이 접목돼 건설될 세계 최초의 친환경 미래지향적 부유식 공항은 세계적인 첨단기술 공항이 될 것이 자명하다”며 “최첨단 토목·건축·해양구조물 건설 기술 집약으로 세계 VLFS 기술을 선도하는 것은 물론 국내 철강·조선·토목산업 활성화로 고급 기술인력의 고용증대 효과 등 국가 신성장동력 창출도 기할 수 있다”고 기대를 보였다.
공동학술대회에 참여하는 김훈철 박사도 신 회장과 비슷한 견해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훈철 박사는 서울공대를 거쳐 미국 미시간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 한국선박연구소장, 대한조선학회장, 한국기계연구원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민간위원 등을 역임한 국내 공학계 원로다.
그는 복합물류기지인 VLFS 공항을 제안하고 있다. 그가 구상하는 VLFS 공항은 약 5년간(건조 4년, 시운전 1년)에 걸쳐 2000t급 블럭 3000여개를 제작한 뒤 종합업체에서 해상연결·조립, 20여개의 돌핀형 계류장치에 함께 매달아 완성하는 방식이다.
현 제주공항 앞 바다에 부유식 대형 활주로를 시설, 제주항과 연계성을 갖출 경우 공항-항만 복합물류기지로서도 아시아 최고의 시설로 자리잡을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두 학계 원로는 주제발표에 앞서 최근 이같은 견해를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전달했다.
국토교통부와 제주도가 연내를 목표로 추진 중인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방안 계획에 어떤 형식으로 이같은 견해가 반영될 귀추가 주목된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