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우리말 톺아보기’입니다. 톺아본다는 건 샅샅이 살펴보는 것입니다. 늘상 쓰는 우리말이지만 사실 경우에 안맞게, 본뜻과 다르게, 잘못된 표기로 혼탁·혼란스러운 일이 많습니다. 말과 글은 곧 우리의 문화입니다. 우리의 정신을 만들어가는 숨결입니다. 세계시장에서도 자랑스러운 우리의 말과 글, 그 언어의 품격을 되돌아봅니다. 올바른 우리말과 글의 사용례를 ‘쪽집게’식으로 진단합니다. 30여년 서울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하며 숱한 ‘우리말 바로쓰기’ 강좌·연재를 한 우리말 전문가 김효곤 교사가 연재를 맡았습니다. /편집자 주 |
말을 끝맺을 때 쓰는 종결어미 ‘〜대’와 ‘〜데’를 많이들 헷갈립니다. 말을 할 때는 못 느끼지만, 막상 글로 적자면 알쏭달쏭하지요. 제대로 쓰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어 보입니다.
① (서울에서는) 비가 많이 왔대.
② (어젯밤에) 비가 많이 왔데.
③ 서울 가 보니까 어떻데? 정말 사람이 그렇게 많데?
④ 서울 가 보니까 어떻대? 정말 사람이 그렇게 많대?
⑤ 왜 이렇게 하고한 날 비가 온대?
⑥ 걔는 고향이 부산이래.
① ‘〜대’는 ‘〜다고 해(하여)’의 준말로, 남에게서 들은 것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옮길 때 쓰는 말입니다.
② 한편 ‘〜데’는 ‘〜더라’의 준말로, 말하는 사람이 직접 경험한 것을 남에게 전할 때 씁니다.
③과 ④를 보면 헷갈릴 수 있는데, 이는 둘 다 쓸 수 있는 표현입니다.
③ ‘〜데?’는 때로는 ‘〜더냐?’의 준말일 때가 있는데, 이는 대화 상대에게 직접 보거나 경험한 사실을 알리라고 요구할 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④ 그런데 대화 상대가 남에게 들은 것을 다시 옮겨 전하라고 요구할 때는 ‘〜대?’를 씁니다.
따라서 ③과 ④는 다 맞는 표현입니다. ①∼④를 요약하면 ‘〜대’는 간접 경험, ‘〜데’는 직접 경험을 전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⑤ 또 ‘〜대’는 의문을 나타내면서 놀라움이나 못마땅함이 섞여 있을 때도 쓸 수 있습니다. 이때 ‘〜대’는 준말이 아닌 점에서 구별됩니다.
⑥ 참고로, ‘〜래’는 ‘〜라고 해’의 준말이지요.
우리말에는 이렇게 편하게 발음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겨난 준말들이 많습니다. 돈에만 경제가 있는 게 아니라 말에도 경제가 있는 셈이지요.
어떻게 써야 할지 헷갈릴 때는 어떤 말이 줄어든 것인지 곰곰 생각해 보세요. 김효곤/ 서울 둔촌고등학교 교사
☞김효곤은?
=연세대 국문과를 나와 35년여 고교 국어교사를 하고 있다. 청년기 교사시절엔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의 기자생활도 했다. 월간 <우리교육> 기자와 출판부장, <교육희망> 교열부장도 맡았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 강좌를 비롯해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 편집위원회, 한겨레문화센터, 여러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기자·일반인을 상대로 우리말과 글쓰기를 강의했다. <전교조신문>,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 정기간행물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 논술 강좌 등을 연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