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우리말 톺아보기’입니다. 톺아본다는 건 샅샅이 살펴보는 것입니다. 늘상 쓰는 우리말이지만 사실 경우에 안맞게, 본뜻과 다르게, 잘못된 표기로 혼탁·혼란스러운 일이 많습니다. 말과 글은 곧 우리의 문화입니다. 우리의 정신을 만들어가는 숨결입니다. 세계시장에서도 자랑스러운 우리의 말과 글, 그 언어의 품격을 되돌아봅니다. 올바른 우리말과 글의 사용례를 ‘쪽집게’식으로 진단합니다. 30여년 서울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하며 숱한 ‘우리말 바로쓰기’ 강좌·연재를 한 우리말 전문가 김효곤 교사가 연재를 맡았습니다. /편집자 주 |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자주 쓰는 말 가운데 막상 정확한 뜻을 따져 보자면 알쏭달쏭한 것이 제법 있습니다. 오늘 얘기하려는 ‘나절’이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흔히 ‘한나절’, ‘반나절’, ‘아침나절’, ‘저녁나절’ 등으로 쓰지요. 이런 말들은 아예 한 단어가 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띄어 쓰지 않습니다.
그러면 ‘한나절’은 도대체 얼마쯤 되는 시간일까요? 반나절은?
보통 ‘나절’은 낮 시간의 절반 정도를 뜻하니까 ‘낮의 절반’이 줄어든 말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하루 중 낮이 12시간이라면 한나절은 6시간쯤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여름에는 이보다 좀 길어지고 겨울에는 짧아지기 때문에 정확히 몇 시간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던(日出而作 日入而息)’ 농경사회에서는 시간의 단위로 유용했을 겁니다. ‘나절갈이’ 같은 말이 남아 있는 걸 보면 그걸 알 수 있습니다. ‘나절갈이’란 ‘한나절 동안 갈 수 있을 정도 넓이의 밭이나 논’을 뜻합니다.
그런데 요즘 ‘한나절’을 쓸 자리인데 ‘반나절’이라고 쓰는 것을 종종 봅니다. ‘나절’을 ‘하루 낮 전체’로 착각한 데서 온 실수이지요. 사실 국어사전에도 '나절'의 뜻풀이가 오락가락하는 부분이 엿보이긴 하지만, 농경사회를 겪지 못한 세대들에게는 이 말 자체가 생소할 듯싶기도 합니다. [김효곤/ 서울 둔촌고등학교 교사]
☞김효곤은?
=연세대 국문과를 나와 35년여 고교 국어교사를 하고 있다. 청년기 교사시절엔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의 기자생활도 했다. 월간 <우리교육> 기자와 출판부장, <교육희망> 교열부장도 맡았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 강좌를 비롯해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 편집위원회, 한겨레문화센터, 여러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기자·일반인을 상대로 우리말과 글쓰기를 강의했다. <전교조신문>,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 정기간행물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 논술 강좌 등을 연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