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성지 순례길인 ‘신축화해 길’이 22일 열린다.
천주교 순례길은 김대건 신부 성지 등 제주에 다양하게 분포돼 있는 천주교 유적지를 활용,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쉬는 새로운 관광상품을 마련키 위해 제주도와 관광공사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신축화해 길은 제주도 천주교 순례길 중 다섯번째 코스.
황사평 성지와 화북성당, 화북포구, 별도봉, 관덕정, 중앙성당을 잇는 10.8㎞의 거리다. 당시 희생된 제주 천주교 신자들의 궤적을 따라 순례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또 추사 김정희가 김만덕을 기리며 남긴 석각, 화북진성,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 등 제주의 문화재와 역사의 자취를 만나볼 수 있다.
바다와 어우러진 비경을 볼 수 있는 별도봉 산책길과 더불어 조선시대 풍자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배비장전의 무대인 화북포구 일대를 돌며 선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다.
신축화해 길 개장식은 이날 제주시 황사평 성지에서 교구장 강우일 주교의 주례로 열린다.
2012년 '김대건 길' 개통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4개 코스의 천주교 순례길이 열린 바 있다. [제이누리=이현지 기자]
☞황사평(黃蛇坪) 천주교 성지=황사평 천주교성지는 이재수의 난 또는 신축교안(辛丑敎案) 때 숨진 천주교 신자들의 공동묘지로 조성된 것이 그 기원이다.
이재수의 난은 천주교가 제주도에서 세력을 넓히는 과정에서 제주민중 간 갈등이 심화, 신축년(1901년)에 이재수를 중심으로 민중봉기가 일어난 사건이다.
당시 천주교 신자들은 관덕정 등지에서 처형된 후 이들의 시신은 별도봉 밑에 가매장됐다.
그러다 1903년 프랑스 공사와 조선 정부의 교섭으로 황사평을 묘지로 제공받았다. 연고가 있는 분묘는 이미 이장된 상태였고 무연고 시신들만 황사평으로 이장됐다. 이후 천주교 제주교구의 공동 안장지로도 사용해 왔다.
1983년부터 공원묘지로 조성하는 사업이 이뤄지다 1990년대로 들어서면서 천주교 제주교구 100주년 사업의 일환으로 이 지역을 성역화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무연고 묘지를 정리, 이재수의 난과 관련된 희생자들의 묘를 옮겨왔다. 파리 외방선교회와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선교사들을 위한 공덕비와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순교비 등을 세워 1998년에 사업이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