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10년 전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재판과정에서 일부 증거의 수집 절차에 대해 변호인 측이 “증거의 수집 절차에 위법성이 상당하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4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202호 법정에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49)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박씨는 2009년 2월1일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에 있는 고내봉 인근 도로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던 이모(당시 26세・여)씨를 강간하려다 피해자가 반항하자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경찰이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한 증거품인 피고인의 ‘청바지’의 증거 효력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과 검찰 등에 따르면 이 ‘청바지’ 섬유와 동일한 것일 가능성이 높은 섬유가 이씨의 가방 등 소지품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피고인 측은 이 청바지 섬유가 피고인의 구속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피고인 측은 지난달 14일 열렸던 첫 공판 자리에서도 이 ‘청바지’의 수집 과정에서의 위법성에 대해 지적을 하며 증거물 채택에 부동의하기도 했다.
두 번째 공판 자리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은 경찰이 임의제출 형식으로 피고인의 청바지를 압수할 때 영장이 없었음을 지적했다.
이어 형사소송법 제218조를 근거로 “영장이 없이 임의로 제출받은 물건을 압수하기 위해서는 사법경찰관이 압수를 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물건 압수는 사법경찰관이 아닌 사법경찰리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사법경찰관은 ‘경위’ 이상의 간부급 경찰을 말한다. 사법경찰리는 경사 이하의 경찰을 지칭하는 말이다.
형사소송법 제218조에는 “사법경찰관은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사법경찰리’는 임의제출물에 대해서 압수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검사 측에서는 압수수색 절차를 준수했으며 대법원 판례를 들어 절차상의 위법 정도가 중대한 정도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피고인 변호사 측은 이 ‘청바지’ 이외에도 전문가 증인신문 과정을 통해 섬유 관련 실험 및 검증에 대해 다시 검토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다음 공판기일은 다음달 2일 오후 2시로 잡혔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