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10년 전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증거물 재검증을 의뢰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이재권 수석부장판사)는 25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박모(50)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증거물 재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재감정 대상은 박씨가 운행하던 택시 안에서 발견된 동물털과 피해자가 입고 있었던 무스탕 털이다.
검찰은 항소 이유로 1심 재판부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주장했다. 1심에서 증거능력이 충분한 미세섬유와 CCTV 영상이 제출됐음에도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추가 감정결과가 나올 때까지 2차 공판 기일을 늦춰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 의견을 받아들여 감정 결과가 나오는 시점에 재판 일정을 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감정이 끝난 증거물에 대한 재감정이어서 결론이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측 변호인도 검찰의 재감정 의뢰에 회의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변호인은 항소심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1심에서 이미 미세섬유에 대한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았는데 또 다시 미세섬유 증거를 주장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2009년 2월1일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에 있는 고내봉 인근 도로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던 이모(당시 26세・여)씨를 강간하려다 피해자가 반항하자 살해한 혐의를 받아왔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지난 7월1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박씨를 범인으로 지목할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