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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 정책진단(9)] 시급히 개선이 필요한 부정합 규정

 

선진국의 제도라 하여 무조건 다 좋을 수는 없으며 무분별하게 우리나라에 적용하려면 반드시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국가마다 역사적 환경이 달라 법률도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도입하려면 신중하게 검토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일부 관변학자들이 "선진국에서는 이렇다!”며 중앙정부를 흔들어 대면 따라가는 형편이다. 대표적으로는 “연방 국가의 주(州) 수준으로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며 오랫동안 추진하여 왔으나 공염불에 그쳤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앞으로 이와 같은 시대는 오지 않는다. 이러한 잘못된 판단으로 연방국가의 주(State, 독일은 Land)는 국가이며 '주 법률'은 '국가단위 법률'임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착각하여 시행착오가 반복된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독일과 일본의 제도를 중심으로 논의된다.

 

그러나 독일의 지방자치라 할지라도 '백년이 넘게 진행되어 온 자치개념에 대한 논쟁은 자치 없는 자치론으로 극단화 되었다!'는 비판으로 드러난다. 즉 지방자치 실제와는 전혀 다른 학술적인 논의만 진행되었다는 얘기다.

 

일본에서도 지방자치 개혁을 추진하였으나 '미완(未完)의 분권 개혁'으로 그 성과가 매우 미미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방분권일괄법'을 제정하였으나 너무나 방대하고 복잡하여 일반 국민들과 지방 공무원들 마져 이해하기 어려우며 '워낙 많은 법률이 한꺼번에 개정되어 법률간ㆍ조문간 상호 관련성과 저촉성을 체계적ㆍ유기적으로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이와 같은 비판은 제주특별법에서 나타나는 문제와 매우 유사하다.

 

제주특별법은 전체 481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방대하고 복잡하며, 일반 국민은 물론 관계 공무원들마저도 이해하기 어렵다. 셀 수도 없이 수많은 개별 법률 규정을 한꺼번에 모두 끼워 담아서 법률간 상호 관련성을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 정도라면 관계 공무원이 집행하는 지방행정 현장에서 자의적ㆍ편의적 해석과 적용이 수없이 나타날 수도 있다.

 

포괄적 위임 v. 구체적 위임

 

제주특별법 개정 정책토론회에서는 '조례에 포괄적 위임'을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주장은 지방분권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법률체계에서 해결이 어려운 과제를 제시하면서 오랜 기간을 반복하는 실정이다. 새삼스러운 주장이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지도 않고 달랑 화두만 던졌다.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논쟁 그 자체를 도입한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법률이 조례에 위임하는 예를 들면,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일정한 구역을 지정ㆍ고시하여 가축사육을 제한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가축사육제한구역을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되었다.

 

이와 같이 개별법은 지역실정에 맞는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여 시행하도록 조례에 위임이 가능하며, 법률이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조례에 포괄적 위임'이라 할 수 있다.

 

포괄적 위임금지의 원칙

 

조례가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와 벌칙을 정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법률의 개별적ㆍ구체적 위임이 요구되며, 헌법 제117조(법령의 범위 안에서)가 정한 원칙과 지방자치법 제22조(법률유보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법률'은 위반행위와 과태료의 상한선을 규정하고, '시행령(대통령령)'은 과태료의 구체적인 금액을 정하게 되며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시행한다.

 

예를 들면, 산지관리법 제57조는 위반행위와 과태료의 상한선을 규정하고, 산지관리법시행령(대통령령) 제53조는 위반행위와 과태료의 구체적인 부과금액을 정하여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시행한다.

 

헌법 제75조는 법률이 시행령(대통령령)에 위임할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도록 규정하여 포괄적 위임을 금지한다. 이 원칙은 상위법령이 하위법령에 위임할 경우에 모두 적용되며 조례가 규칙에 위임할 경우에도 이 원칙은 적용된다.

 

그러므로 이미 상위 법령에 권리제한과 의무부과, 벌칙을 구체적으로 정하게 되어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법률이 같다. 이미 상위 법령에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기 때문에 조례에 포괄적으로 위임할 사항 자체가 없다.

 

그러므로 '조례에 포괄적 위임' 주장은 끝없이 반복되는 '자치 없는 자치' 논쟁이 된다.

 

시급히 개선이 필요한 부정합 규정

 

제주특별법은 셀 수도 없이 수많은 법률을 인용하고 있으므로 '조례에 포괄적 위임'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다른 착시 현상으로 '제주특별법 → 조례'를 시행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되며 '개별 법률 → 조례'를 시행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4500여건의 중앙정부 권한을 이양 받았다 한다. 그러나 주민의 권리 확대가 아니라 도지사에게 집중된 권한을 의미한다.

 

그나마도, (1) 애초부터 없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도지사에게 이양한 경우 (2)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받았으나 도지사의 권한을 창설할 수 없는 경우 (3) 이미 개별법령으로 위임된 권한임에도 제주특별법이 중복 위임한 경우를 비롯하여, (4)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사항을 조례로 정하도록 하였으나 애초부터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사항이 없어 조례가 정할 사항이 없는 경우처럼 무효인 규정이 수없이 존재한다.

 

(5) 특히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사항을 조례로 정하여 '법률 → 조례'를 적용하고, 과태료부과ㆍ징수는 '법률 → 대통령령'을 따르도록 한다면 시행이 불가능한 조례가 된다.

 

이처럼 잘못된 규정을 그냥 놔둔 채로 제주특별법을 전면개정한다면 그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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