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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 정책진단(2)] 조삼모사(朝三暮四) ... 실험용 정책의 허구

 

2022년 1월 시행되는 지방자치법 제4조는 '따로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과 기관구성 형태를 달리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과는 다른 의원내각제(기관통합형) 형태의 지방자치를 추진하려는 모양이다.

 

이 규정은 원래 제주특별법 제8조에 규정되면서 제주도에만 큰 혜택을 받은 것처럼 자랑삼아 왔다. 그러나 '이 법'으로 하던지 '저 법'으로 하던지 '다른 법률'이 없으면 아무런 효력이 없다. 그런데도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하여 차별성을 상실하였다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

 

조삼모사(朝三暮四)가 따로 없다. 송(宋)나라 때 원숭이를 많이 기르는 저공(狙公) 이라는 사람이 식량이 떨어지자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고 말했다. 이에 원숭이들이 화를 내자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준다고 말을 바꾸자 행복해 했다는 얘기다.

 

관변학자들은 선진국이라면서 대충 둘러보고 가는 곳마다 지방자치의 구조가 다르니 이렇게 하자고 하여 중앙정부를 흔들어 댔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에 큰 진전을 이루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의 기관구성은 단일 형태

 

그러나 유럽과 미국의 광역자치단체인 카운티(독일은 크라이제)는 연방과 주정부의 위임사무와 자치사무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와 유사하다. 그러나 기관구성은 주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정하여 지며 단일한 형태다.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주 헌법은 '카운티'에 5인 이상의 감독관을 선출하여 자치입법기관인 감독관위원회(the Board of Supervisors)를 두도록 규정하고, 이 위원회는 집행기관의 행정책임자를 임명한다. 의원내각제 방식으로 통일되었다.

 

이외에 별도로 선거직 보안관, 선거직 검찰관, 선거직 재무관과 다른 공직자의 선거와 임명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주 헌법이 정한 대로 카운티의 기관구성 형태는 하나다.

 

기초자치단체의 기관구성은 다양한 형태

 

유럽과 미국의 지방자치는 조그만 '시(city)'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의 '리(里)' 보다도 작은 규모가 대부분이다. 지방정부는지방의원을 5명 정도 선출하고 그 중 한사람이 시장이 되는 형태로 시작되었다. 혹은 지방의회가 행정관리자를 임명하는 의원내각제형이다. 이를 '의회-관리자형' 혹은 '약시장형(weak mayor form)'이라고 하기는 한다.

 

그러나 지방자치는 권력분립에는 관심 없이 지역 공동체 중심으로 오순도순 살아가는 형태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권력분립 중요성이 인식되어 지방의원과 시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시장-의회형' 혹은 '강시장형(strong mayor form)' 구조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보니 ① 지방의회 의장이 시장을 겸직하는 형태 ② 지방의회 의장이 집행기관 책임자를 임명하는 형태, ③ 지방의회 의원과 시장이 각각 선출되어 독립된 형태, ④ 지방의회 의장이 상징적인 시장 역할을 하면서 행정관리자를 별도로 두는 형태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외에 ⑤ 인구가 100여명 정도의 조그마한 시에서는 지방정부를 구성하지 아니하고 '위원회' 혹은 ⑥ '주민총회'로 대체하는 형태가 있다.

 

그나마도 독일에서는 주 법률에 따라 하나의 형태다. 다만 지방정부의 권력분립 필요성에 따라, 미국에서는 인구가 40만명 이상 32개의 대규모 기초자치단체(시)에서 시장을 직선하는 기관대립형(강시장형) 구조로 전환되었다. 영국에서도 시장을 직선하도록 권고하는 추세다.

 

이처럼 국가의 정치체제와 다른 지방의 정치체제는 비교적 인구규모가 적은 조그만 기초자치단체(시)에서 완전한 자치사무만 처리하는 경우에나 가능하다.

 

'제주특별법'이나 '지방자치법'이나 '다른 법률'이 없으면 도루묵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현행법 이외에 '다른 법률' 제정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경험해 보지 않은 전혀 다른 지방행정체계를 법률로 제정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기관통합형과 기관대립형의 특징은 교과서에 단순히 소개되는 내용과는 크게 다르다. 예를 들면 ① 지방의원이 집행기관 간부를 겸직하는 문제, ② 지방의회와 집행기구의 행정조직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의 문제, ③ 예산부서와 감사부서를 지방의회 소속으로 하여야 할 것인가의 문제 등 지방행정 시스템에 대하여 검토하여야 할 내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④ 중앙정부와는 전혀 다른 지방행정 시스템으로 하려면 쉽게 결정하기가 어렵고, ⑤ 불확실한 수단에 지방의 미래를 덥석 넘기는 것은 또한 결정하기도 어렵다. ⑥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행정시스템과 전혀 다른 지방행정시스템이 잘 맞을 것인가의 문제를 검토하려면 현재의 역량으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시행착오만 반복될 뿐!

 

정부와 학계에서는 연방국가의 지방자치는 연방과 주의 관계가 아니라 주와 지방의 관계이며, 지방자치는 주의 전속관할로써 주 헌법과 법률이 정한다는 사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다.

 

특히 광역자치단체인 카운티(크라이제)가 연방과 주의 위임사무와 지방의 자치사무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파악하지도 못한다. 기초자치단체인 '시(市)'를 중심으로 발달되어 온 외국의 지방자치 학술과 이론을 우리나라에 꿰어 맞추는 억지는 계속된다.

 

이런 내용은 아직까지도 국내의 수많은 학술자료와 용역보고서에 단 한 줄도 소개된 적이 없다. 선진국이 이러니 저러니 떠들면서도 중요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한 시행착오만 반복된다.

 

그러니 '다른 법률'이 제정되더라도, 중앙정부가 실험 삼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의원내각제(기관통합형) 방식으로 하라고 하면 사양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왕적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이 하나가 되어 제왕보다도 몇 배 막강한 권한을 가진 '황제(皇帝)' 혹은 식민지 시대 '총독(總督)' 수준의 도지사가 나오게 된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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