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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 정책진단(7)] 'Environment Capital'은 '환경수도' 아닌 '환경자산'

 

환경 행정은 요란하고 거창한 구호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서 정책과 실행의 문제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세계환경수도'를 조성하겠다며 오랜 세월을 헤매면서, 조례를 제정하여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도시 중 가장 으뜸이거나 모범이 되는 도시'로 정의하면서 '세계환경수도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여 왔다. 이제는 '세계환경중심도시'로 목표를 바꾸었다.

 

그러나 이 요란하고 거창한 구호 뒤에는 전 지역에서 난개발 논란과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으며, 쓰레기와 하수처리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나 앞으로도 해결방법은 요원하기만 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일을 잘해서라고 공치사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환경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데 관광객이 늘어난 이유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일을 잘했거나, '국제자유도시' 혹은 '특별자치도'라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저가항공사(LCC. Low Cost Carrier)가 유행되면서 누구든지 쉽게 비행기로 제주도 여행이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유럽이나 미주에서는 저가항공사가 자리를 잡아 열차여행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멀리 더 많이 여행을 다니게 되어 관광객이 증가하는 현상은 이미 보편적으로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러함에도 제주특별자치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는 저가항공사가 유행한다는 예측을 하지 못하였고 갑자기 늘어난 관광객에 대한 수용능력을 마련하지 못하였을 따름이다.

 

앞으로도 코로나 이후에 관광패턴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하여 예측하여 대응하여야 하겠지만 어떠한 상황으로 변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Environment Capital'은 '환경 수도(首都)'가 아닌 '환경 자산(資産)'

 

'capital'은 원래 ①정부청사의 소재지(所在地) ②자산(資産) 또는 자본(資本) ③사형에 해당하는 범죄 ④대문자라는 뜻을 가진다.

 

국제사회에서는 '자연 자산 혹은 환경 자산(natural and environment capital)'에 대하여 '지역사회에 이익이 되는 모든 자연 자원(all natural resources)'으로 '자산(assets)'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Environment Capital'은 '환경 수도(首都)'가 아니라 '환경 자산(資産)'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에 비하여 제주특별자치도는 '세계환경수도'라는 구호를 얻으려 전력을 다했다. 아마도 'capital'을 정부청사의 소재지로 이해하여 '수도'라고 하였을 듯하다. 그래서였는지 국제기구 혹은 국제회의 유치와 같은 뜬구름을 잡으려 상당히 오랜 시간을 정신을 팔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제주특별법은 '세계환경중심도시'로 그 용어를 바꾸고 '동북아환경중심도시'로 가꾸어 나가겠다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 제주도가 이 'capital'을 '수도'라는 개념으로 자랑삼아 대외적으로 홍보한다면 '자산'과는 전혀 동떨어진 얘기로 국제사회로부터 빈축을 살게 뻔하다.

 

이제부터 각 국의 지방정부는 "제주도의 환경 자산에 대하여 구체적인 환경정책과 실행계획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예를 들면 국제회의에서 사례를 발표하도록 요구받게 되고, 쓰레기와 생활하수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수자원과 자연 생태계는 어떻게 관리되는지, 대중교통과 자전거는 활용되는 비율이 얼마인지 등 구체적인 환경지표의 추진성과와 지속가능한 미래를 대비하는 정책에 대하여 설명을 하여야 한다.

 

환경 문제는 전 세계 인류의 공통의 관심사이며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목표를 추구한다. 그러므로 구체적으로 실천이 가능하여야 되며 세계적으로 모범이 되어야 하겠지만 답변하여야 될 제주특별자치도의 처지는 난감하다.

 

“쓰레기는 처리를 못하여 야적하고 있습니다.” “생활 하수 처리 용량이 초과되어 무단으로 방류처리 하였습니다.” “자연자원은 개발하여 대폭 축소되었습니다.” “소나무 재선충병이 창궐하여 수많은 숲을 제거하였습니다.”라고 답변하여야 할 지경이다.

 

불행하게도 세계환경수도라는 '구호' 하나를 얻기 위하여 수많은 세월을 허비한 기간 중에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임에도 벌어진 일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의미를 어렴풋이 알게 되고 다시 먼 길을 돌아서 가게 된다.

 

나침반이 고장 났음에도 고칠 생각은 안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이 배는 항구에 도착해보지도 못하고 표류하는 양상이다. 선장의 잘못인지 항해사의 잘못인지, 아니면 기계가 잘못인지도 모른 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이 노릇을 어이할지 안타깝다.

 

영국 피터 바러(Peterborough)의 2050 비전

 

영국의 피터 바러는 인구 20여만 명의 도시이다. '환경 자산의 고향(Home of Environment Capital)'임을 자랑으로 삼고, 주민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번영을 누리게 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도시 창조를 목표로 한다.

 

피터 바러는 2008년에 '영국의 환경 자산 창조를 위한 실행계획; 2050년 비전'을 설정하여 10개의 주요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여 추진한다.

 

 

이와 같이 지방정부가 환경정책의 기조를 '환경 자산'이란 목표를 설정하면 환경의 질(質) 개선에 중점을 두어 지향하는 목표와 방향, 정책의 수단과 실행방법이 달라진다.

 

지방정부와 지역 공동체가 노력한 결과 2005년 일인당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8.5톤에서 2014년에는 5.6톤으로 감축하는 성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유럽 연합국가 평균 9.55톤보다도 훨씬 압도적인 성과다.

 

세계환경중심도시는 자신이 선언하였다하여 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모범이 되는 환경도시는 제주특별자치도 자신이 스스로 선언하였다 하여 되지 않는다. 국가와 국제사회의 평가 기준에 따라 판단된다. 국제회의와 국제기구를 유치하였다 하여 세계환경중심도시가 되지도 않으며, 거창한 구호가 없더라도 실질적인 환경 정책과 실천이 뛰어나다면 환경적으로 모범이 되는 도시라고 인정을 받게 된다.

 

'제주도는 국가의 소중한 환경 자산!'이라는 의미를 되새겨 국제사회와 전세계 인류의 공통 기준에 맞는 환경 정책지표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여 추진하여야 가능하다.

 

거창한 구호를 얻기 위해서 10여년을 허비했다. 방향을 잃고 떠돌아다니는 이 배가 하루빨리 목표를 찾아 제자리로 돌아와 주기를 바란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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