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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63)

“약삭빠르게 굴면 제 꾀에 넘어간다.”
똑똑한 체 굴면 오히려 당한다는 속담이다.

 

사람이 총명하면 적지 않은 편리함이 있다. 그런데 너무 총명하면 다른 사람도 총명함을 가지고 방어하게 된다. 총명한 사람은 이 점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총명한 사람은 한 번 정도 총명하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아니 두 번은 그래도 된다. 하지만 세 번은 총명함을 내보여서는 안 된다. 한 번 총명함을 보이는 것은 계시요, 두 번 총명함을 보이는 것은 교훈이다. 세 번 총명함을 보이면 경계심을 가지게 만든다!

 

사람들은 교류하는 데에 단순한 사람과 사귀기를 원한다. 단순한 사람과 교류하는 것은 마음이 편하고 자연스러우며 속셈이 없기에 경계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단순한 사람이 바보라는 말은 아니다. 아무렇게나 속이고 우롱할 수 있다는 말도 아니다. 단순한 사람은 마음이 순수하고 편안하며 담백하다. 단순한 사람도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깊이 생각하며 명확하게 볼 줄 안다. 단순한 사람은 자기 지혜를 더 가치 있고 더 의미 있는 일에 쓴다. 이것이 순자(荀子)가 말한 그런 부류의 사람이다.

 

“부드러움이 옥과 같이 완미하고 순수하다.”

 

그런데 영리한 사람과 교류하면 늘 조심하여야 한다. 여러 가지를 방비하여야 한다. 조금이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진흙 속에 빠지게 되거나, 허방다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오랫동안 교류하면 할수록, 함께 지내면 지낼수록 사기 당하는 것처럼 느끼게 되고 우롱당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편안치 않는 것은 당연하다. 영리한 사람과 더 이상 교류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이 든다면 영리한 수완을 이용해 대응하여야 한다. 이것이 정판교(鄭板橋)가 한 말과 다름없다.

 

“세상에 온갖 궁리는 다하는 사람이 존재하는데 한 번 살펴보라. 다른 사람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었는가. 결국은 자신만 생각한 것일 따름이지 않던가!”

 

증국번(曾國藩)은 영리한 사람이다. 그의 동생 증국전(曾國荃)1도 영리한 사람이다. 그들은 영리함 때문에 적지 않은 손해를 보기도 했다.

 

증국번은 지식인에게는 정성〔성(誠)〕으로 대했다.

 

“타인이 거짓으로 대해도 나는 정성을 다했다. 오래되니 거짓으로 다가왔던 사람도 정성을 다하는 쪽으로 됐다.”

 

그러나 관리사회 내에서의 교제에 대해서는 그들은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그들은 세상물정은 제대로 이해했으나 뱃속 가득 시의에 맞지 않은 뜻만 품고 있었다. 시기에 적합하지 않아 시대착오적이었다. 굳세지도 않았고 유연하지도 않았다. 가는 곳마다 난관에 부딪쳤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타인을 정성으로 대하면 타인도 당신에게 정성으로 대할 것이다? 묘연하게 대하면 묘연하게 대하는 것도 당연하다? 타인에게 시의에 적절하지 않은 방법으로 대하면 타인도 당연히 시의에 적절하지 않은 방법으로 다가올 게 분명하다.

 

증국번의 친구 적안(迪安)2에게는 장점이 있었다. 세상물정을 전혀 몰랐다는 점이다. 시의에 맞지 않는 마음가짐을 지녔지만 생각이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을 결코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유유자적할 수 있었고 편안하고 근심이 없었다. 반면에 증국번 형제는 자신들의 명석함을 시시때때로 드러냈다. 늘 의론과 표현을 좋아하였다. 곳곳에서 총명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명석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었음에. 증국번은 증국전에게 일깨워줬다 : 이것은 결국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닐 터이다. 우리에게 재난을 가져올 가능성이 많다.

 

나중에 증국번은 깨달음을 얻은 듯하다. 호북순무(湖北巡撫) 호림익(胡林翼)3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

 

“천하의 일에 자신이 그저 꾀(계략)를 내지 않으면 타인의 꾀(계략)를 없앨 수 있고 사리에 어두우면 상서롭지 않은 것을 없앨 수 있다.”

 

하지만 유감인 것은 증국번은 끝내 몸소 체험하고 힘써 실천하지 못했다.

 

학문은 뛰어난 수준까지 힘써야 하지만 행동할 때에는 너무 뛰어나서는 안 된다. 어느 정도 어리석다 싶은 정도가 좋다. 바보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어리석음은 너무 튀지 말라는 말이다. 물론 중국 역사에서 배운 중국인의 처세술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증국전(曾國荃, 1824~1890), 자는 원보(沅甫), 증국번(曾國藩)의 아홉째동생이다. 상군(湘軍)의 주요 장수 중 한 명이다. 양강총독(兩江總督), 태자태보(太子太保) 벼슬을 하였다.

 

2) 적안(迪安), 이속빈의 암호 별명. 이속빈(李續賓, 1818~1858), 자는 여구(如九), 혹은 극혜(克惠), 호는 적암(迪庵), 호남(湖南) 상향(湘鄕)〔현 호남 연원(漣源)〕 사람으로 청(清)나라 말기 상군(湘軍)의 명장이다. 함풍(咸豐) 8년(1858) 12월, 삼하전투(三河之戰)에서 태평군(太平軍)에게 포위돼 전사하였다.

 

3) 호림익(胡林翼, 1812~1861), 자는 황생(貺生),호는 윤지(潤芝), 호남(湖南) 익양(益陽)현 천교하(泉交河) 사람이다. 청(清)나라 말기 상군(湘軍)의 주요 영수로 증국번(曾國藩), 이홍장(李鴻章), 팽옥린(彭玉麟)과 더불어 ‘중흥사대명신(中興四大名臣)’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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