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천재화가 이중섭의 원화 12점이 제주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서귀포시는 다음달 5일부터 내년 3월6일까지 이중섭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이중섭 특별전-70년만의 서귀포 귀향'을 연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이 기증한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 유화 6점, 수채화 1점 등 이중섭 원화 12점이 일반인에게 처음으로 공개된다.
기증 작품 중 <섶섬이 보이는 풍경>, <해변의 가족>, <아이들과 끈> 등은 이중섭 화가가 한국전쟁 당시 가족과 함께 이남으로 피난 온 이후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 서귀포와의 인연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특히 대표작 '섶섬이 보이는 풍경'은 이중섭이 1951년 서귀포로 피난 와서 그린 작품이다. 서귀포를 떠났다가 70년 만에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으로 되돌아와 마치 이중섭 화가가 귀향하는 것 같은 감회를 주고 있다.
아울러 이중섭 화가가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 당시 연인이었던 이남덕 여사에게 보냈던 1940년대 엽서화 3점과 서귀포와 관련있는 ‘게(蟹)’와 가족, 물고기, 아이들을 모티브로 1950년대에 제작한 은지화 2점도 함께 전시된다.
특별전에서는 이중섭 원화의 공개는 물론, 원화 이미지를 활용한 미디어아트, 이중섭 화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연대기, 미술관의 발자취 등도 함께 전시할 계획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전시와 해설 영상물을 별도로 제작해 비대면 온라인 전시도 함께 열린다.
이중섭미술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예약 또는 현장 발권(사전예약 마감 후 잔여 인원 대상)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특별전 외에도 다음달 6일 이중섭 화가의 기일을 기리기 위한 이중섭 창작뮤지컬과 오페라, 예술제, 제24회 이중섭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가 다음달부터 마련된다.
한편 1916년 9월16일 평안남도 평원군에서 태어난 이중섭 화백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45년 이남덕 여사(야마모토 마사코)와 한국에서 결혼했다.
가장 한국적인 작가인 동시에 가장 현대적 작가로 평가 받는 화가다. 오산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문화학원 미술과로 유학 중, 1938년 일본 자유미술과협회전에 출품해 주목 받았다.
결혼 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1·4후퇴 때 원산을 떠난 이중섭과 그 가족은 잠시 부산에 머문 후 제주 서귀포에 도착한다.
<길 떠나는 가족>이라는 작품 속에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나는 이중섭 가족의 모습이 기록되어 있다. 제주 서귀포는 이중섭에게 있어 지상의 유토피아와도 같았다.
1951년 1월 서귀포에서 11개월간 피난 생활을 하며 '서귀포의 환상' '바다가 보이는 풍경' '바닷가의 아이들'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 4점을 그렸다.
이중섭이 피난 당시 살았던 초가집이 있는 거리는 1999년 '이중섭 거리'로 지정됐고 인근에는 이중섭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