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로부터 청탁을 받고 협약을 체결한 이장이 주민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민사3단독(조병대 부장판사)은 지난달 30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주민 65명이 전직 마을회 이장 A씨(50)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로 하여금 원고들에게 각 3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소송비용 중 7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A씨가 각각 부담하도록 했다.
선흘리 주민 78명은 앞서 지난해 4월 29일 1인당 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약 1년 5개월만에 승소했다. 주민 13명은 재판 과정에서 소를 취하했다.
A씨는 2019년 5월28일 마을회의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주식회사 제주동물테마파크 사내이사 B씨(50)로부터 사업에 유리한 쪽의 편의를 봐 달라는 부정 청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는 제주동물테마파크 대표와 '지역 상생 방안 실현을 위한 상호협약서'를 작성했다. 이어 이듬해인 지난해 4월14일까지 1800만원을 받은 데 이어 변호사 선임료 950만원까지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위반한 불법 행위”라면서 "피고인은 원고들의 정신적인 고통을 금전적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고 리세를 납부하지 않은 원고들은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 경우 선거권에 제한이 있을 뿐"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들은 피고가 마을 사무실을 두 달 간 폐쇄한 점, 감사 선임 절차도 이루지 않은 점, 임시총회 소집을 거부한 점 등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구했다”면서도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는 5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난개발로 신음하고 있는 제주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매우 의미있는 판결”이라면서 "주식회사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시대착오적인 사업을 전면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2023년까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일원 58만850㎡ 부지에 1684억원을 투자해 호텔과 맹수관람시설, 동물병원 등을 갖출 예정이었다.
그러나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는 지난 3월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 사업 변경안’을 심의, 최종 부결 처리했다.
심의위는 자금조달 계획이 불투명한 점, 투자자와 투자 자본의 적격성, 미래 비전 등을 분석해 부적합 판단을 내렸다. 주민과의 진정성 있는 협의가 이뤄지지 못한 점도 부결 사유 중 하나였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올해 말 사업기간 종료를 앞두고 지난 7월 제주도에 건축계획심의를 신청한 상태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