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퇴역마(馬)를 도축해 반려동물 사료로 개발하는 산업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동물 보호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주도는 한국축산경제연구원에 의뢰한 '경주 퇴역마 펫사료 제품 개발 연구용역'을 통해 퇴역마를 도축, 고급사료로 활용하면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6일 밝혔다.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규모는 연간 5조원 이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604만가구(약 1448만명)로 집계됐다.
용역진은 연간 1000마리 정도의 퇴역마 활용용도의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마육을 활용한 펫사료 제품개발을 제시했다.
용역진은 1차적으로 기존 마육 관련 펫푸드 제품 중 간식류(육포) 출시, 제주산 마육 펫푸드 제품의 인지도를 높인 뒤 신제품 출시 등을 제안했다.
용역진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러시아, 일본 등 국가에서 퇴역마를 식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 일본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말고기 요리가 존재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용역진은 또 주로 노령 반려동물을 키우는 30대 반려인을 주 고객으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말고기가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팔미툴레산'이 소·돼지보다 2∼3배 많은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으로 알려져있는 것을 고려, 마육 펫푸드 제품이 다른 원료보다 건강에 좋다는 장점을 부각할 수 있도록한 것이다.
그러나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 상황에서 동물보호단체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실제로 제주동물권연구소는 이날 이 같은 용역결과에 대해 “경주마의 모든 생애를 관리해 보호해주는 세계적 추세에 전혀 맞지 않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김란영 제주동물권연구소 소장은 "경마 산업이 잘 발달한 홍콩조차 경주마를 잘 관리해 11∼12살까지 경마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경주마를 도축하지 않고 생이 다해 죽을 때까지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경마산업은 경주마 덕분에 상당 부분 이익을 보고 있다. 경주마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잘못된 시선을 바꿔야 한다”면서 "경주마를 도축해 사료로 쓸 방안을 마련하기보다는 경주마를 포함, 말 복지를 위한 관리방안을 제대로 만들고, 강화하려는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녹색당 동물권위원회,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등 9개 전국 동물권 단체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 "퇴역 경주마를 이용한 대규모 반려동물 전용 사료공장 계획을 철회하라”면서 “경주마의 전 생애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또 제주도에 '제2차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경주마 항염증 등에 광범위하게 쓰는 '페닐부타존(Phenylbutazone)'은 사람에게 사용금지된 약물이다. 백혈구 생성 억제 및 재생불량성 빈혈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반려동물에게도 잠재적인 발진 및 불쾌감, 신장혈류 감소 등 부작용이 알려졌고, 그 부작용으로 신장·간 질환 및 위장 장애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현재 경주마에 투약되는 약이 200여 종이며, 그 중 식용마 사용불가 약은 45종이라는 점도 밝혔다.
이 단체는 "경주마는 각종 호르몬 투여와 빈번한 항생제 처치 등으로 사람을 위한 식용에도 부적합하지만, 퇴역 경주마를 이용한 펫사료는 반려동물에게도 해로울 수밖에 없다"면서 "경제적 타당성을 조사하기 전에 퇴역 경주마를 식용하는 사람과 반려동물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가 우선하여 연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선 연간 3500여마리의 ‘더러브렛’이 등록됐다. 이 가운데 경주용으로 등록되는 말은 약 1500마리다.
경주 퇴역마는 지난해 기준 연간 1400마리다. 이 중 500마리가 승마용 용도로 퇴역신청이 이뤄졌다.
말의 평균수명은 약 25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중 5세가 되기 전 퇴역하는 경우가 약 70%로 대부분이다. 5~7세에 퇴역하는 경우는 약 27%다.
퇴역한 경주마는 말 소유주의 의사에 따라 번식용, 승마용, 도축용 등으로 용도가 결정된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