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당시 45세) 변호사 피살'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55)씨가 “제주에서 정치 관련 사건에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8일 오후 살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 대한 세번째 공판을 열었다.
김씨는 1999년 11월 5일 새벽 3시15분에서 6시20분 사이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승용차에서 흉기에 찔린 채 숨져있던 이 변호사 살해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신청한 증인 5명에 대한 신문이 이뤄졌다. 다만 증인 2명에 대한 신문은 증인들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이뤄졌다.
사건 당시 제주 폭력조직 ‘유탁파’ 행동대원이던 김씨는 지난해 6월 27일 방영된 해당 방송 인터뷰에서 1999년 10월 두목 백모씨로부터 범행지시를 받았고, ‘갈매기’로 불리던 동갑내기 손모씨에게 교사해 같은해 11월 5일 실제 범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백씨와 손씨는 현재 사망한 상태다.
증인 A씨는 이날 재판에서 “김씨가 ‘갈매기가 본인 때문에 사망했다. 본인은 제주에서 사고를 쳐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면서 “김씨는 자신이 정치와 관련된 일에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책으로 펴낼 정도로 어마어마한 사건이고, 언젠가 본인이 직접 밝힐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서 두 번째 공판에서 자신이 자가진단을 통해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을 앓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리플리 증후군'은 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믿고,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한다.
A씨는 이와 관련해 “김씨는 자신이 하는 말이 거짓인지 뻔히 알고 있다. 절대 정신질환으로 인한 거짓말이 아니”라면서 “본인이 살기 위해, 돈을 뜯어내기 위해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며 거짓말을 하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김씨에게 흉기로 협박을 네 차례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갖고 있던 흉기에 대해서 “흉기 끝이 굉장히 날카롭고, 은갈치처럼 빛이 났다”고 묘사했다.
또다른 증인 B씨도 김씨가 갖고 있던 흉기에 대해 비슷한 진술을 했다. B씨는 “반짝반짝 빛날 정도로 깨끗했고, 끝이 예리했다”면서 “흉기의 폭도 넓지 않았다. 일반 과도와 다른 생김새”라고 증언했다.
또다른 증인 C씨는 “2018년 김씨의 지인에게 김씨가 제주에서 어떤 변호사를 살해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면서 “그러던 중 지난해 6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을 보게 됐다. 여러 절차를 걸쳐 방송에서 증언하는 사람과 김씨가 같은 사람이라고 판단, 경찰에 제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C씨는 재판부가 "김씨의 지인은 증인에게 관련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고 하자 “제가 김씨를 어떻게 알겠느냐. 저와 김씨의 지인, 경찰관 간 3자 대면 자리에서도 이미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오는 23일 오후 2시 다음 공판을 열고, 증인신문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한편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유탁파의 행동대장이었던 김씨는 윗선인 성명불상자로부터 ‘골치아픈 일이 있으니 이 변호사를 손 좀 봐줘야 겠다’는 지시와 함께 대가로 현금 3000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2~3개월 간 2014년 사망한 조직원 손씨와 함께 피해자의 생활패턴, 자주 다니는 경로 등을 파악, 범행을 공모하기 시작했다.
피해자가 거세게 반항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들은 피해자의 사회적 지위와 상해만 입혔을 때 일어날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 범행을 은폐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상해가 아닌 살해에 무게를 두고 범행을 저질렀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