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넘어 주거지 안방까지 들어온 경찰관에 폭행을 가한 6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경찰의 집무집행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취지에서다.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김연경 부장판사는 24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66)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8일 밤 10시15분께 가정폭력 관련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대화를 요청받자 욕설을 뱉으며 경찰관의 정강이를 발로 찼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아들을 돌보는 명목으로 지난해 10월 8일 A씨의 집을 찾았던 A씨의 전 아내 B씨는 당일 오후 8시20분께 ‘A씨가 아들을 폭행하고, 위협한다'고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A씨의 집에 출동한 경찰관은 B씨와 그의 아들을 지인의 집에 분리조치한뒤 사건을 종결했다.  B씨로부터 ‘A씨가 아들을 훈계하던 중 빗자루로 아들의 팔을 때렸다’는 진술을 듣고, B씨가 형사사건으로 접수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던 중 지인의 집에서 잠잘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B씨와 아들은 약 1시간30분 뒤 다시 A씨의 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A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당일 밤 10시50분쯤 또다시 112에 신고했다.

A씨의 집에 출동한 경찰관은 그의 집 초인종을 누르거나, 전화를 해도 문을 열어주지 않자 담을 넘어 창문을 통해 피고인의 안방까지 들어갔다. 

A씨는 “너희가 경찰이냐. 왜 마음대로 들어왔느냐”고 거세게 항의하면서 경찰관의 가슴 부위를 세 차례 밀치는 등 폭행했다.

검찰은 A씨가 경찰관의 112신고 처리 업무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경찰관의 업무처리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해 성립하는 것”이라면서 “해당 경찰관이 피고인에게 한 분리조치는 ‘가정폭력 가해자인 피고인은 주거지에 머무르고 피해자인 아들이 퇴거’하는 내용이다. 피고인이 이에 순응했다면 아들을 자신의 주거지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의 주거지 안방은 그의 사생활이 보호돼야 하는 영역인 점, 만취 상태였던 피고인이 분리조치된 이들이 다시 되돌아온 사실이나 경찰 출동 사실을 몰랐을 개연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경찰관의 2차 112신고 처리업무 권한을 적법하게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 사유를 밝혔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