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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2021년 4.0% 성장의 뒤안길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가 4% 성장했다. 2010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페이스북에 “G20 중 가장 빠르고 강한 회복세”라며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입증했다”는 글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해 경제성적표를 받아들고 뿌듯해한 모습이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지난해 성장률 4%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역성장(-0.9%)한 2020년과 비교한 수치다. 기저효과에 따른 통계적 착시가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0년과 2021년 2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5%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은행이 제시한 잠재성장률(2%대 초반)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지난해 4% 성장에는 두차례에 걸쳐 50조원 가까이 쏟아부은 추가경정예산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 그런데도 일자리 구하기가 여의치 않자 구직단념자(62만8000명)가 2014년 관련 통계 개편 이후 가장 많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2.5%)도 10년 만의 최고치였다. 실업과 물가상승에 따른 국민의 경제고통지수가 그만큼 컸던 한해였다.

 

올해 대내외 환경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코로나19 6차 대유행부터 글로벌 공급망 불안,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 미국의 양적긴축 및 금리인상 가속화, 환율 불안,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에 이르기까지. 

 

특히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오미크론 확산 등을 이유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0월 전망보다 0.3%포인트 낮춘 3.0%로 수정했다. 반면 일본의 성장률 전망은 0.1%포인트 높인 3.3%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뒤진다면 1998년 이후 24년 만의 일이다. 

 

1970년 이후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한국을 추월한 것은 1·2차 오일쇼크를 겪은 1972년과 1980년,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등 단 세차례였다. 모두 글로벌 경제위기 국면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었다. 

 

지금은 그런 심각한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도 아니다. 세계경제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며 회복하는 추세다. 이런 판에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미국과 유로존은 물론 일본에까지 뒤질 것으로 예측된 것은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코로나 방역 조치에 따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손실을 추가 보상하기 위해 편성한 추경 규모는 14조원. 본예산을 본격 집행하기 전인 1월 추경 편성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이후 71년 만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방역지원금 대상을 늘리자며 33조원대 추경안을 준비했다. 국민의힘은 이보다도 많은 45조원 추경을 주장한다. 

 

 

여야가 얼마로 협의하든 추경 재원을 마련하려면 국채를 수십조원 더 찍어야 한다. 더구나 3·9 대선 이후 2차 추경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만큼 국가채무는 더 불어나고, 이자지급액도 커진다. 국가채무는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1064조원, 정부 추경안을 감안하면 1075조원으로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더 큰 문제는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시장금리도 상승해 자영업자와 서민 가계의 대출 이자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초저금리가 유지되고 돈을 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주요국들이 양적긴축과 금리인상에 나서 우리나라도 보조를 맞춰야 할 형편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추경 규모를 늘리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국채금리가 올라가고, 시장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추경 지원 대상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역시 추경 증액에 따른 금리인상의 나비효과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경제성장률이 일본에도 밀리며 ‘한국판 잃어버린 20년’ 터널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정부는 신산업 태동을 가로막는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들은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가의 미래 비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긴요하다. 

 

하지만 지금 대선판에선 미래 비전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야 정당의 유력 대선후보들은 중장기적인 국리민복과 거리가 있는, 어떻게든 표를 모으고 보자는 선심성 공약을 경제정책인 것처럼 포장해 시리즈로 발표한다. “돈 더 주겠다” “○○개발사업 벌이겠다”고. 도박판처럼 ‘묻고 더블로 가’ 식의 포퓰리즘 매표 경쟁으로 나랏돈을 허투루 썼다간 국가 경쟁력은 더 약화한다. 그런 돈으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성장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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