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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자연의벗 '생태환경 기획' ... 제주고사리삼과 선흘곶자왈 (4)

# 제주도당국이 애써 외면해온 제주고사리삼

 

곶자왈은 오름이 만든 제주도만의 고유한 숲이다. 그래서 제주도내 동서로 분포하고 있는 곶자왈마다 모태인 오름이 있다. 선흘곶자왈은 북오름이 만들어낸 숲이다. 약 9000년 전, 북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식으면서 거대한 용암동굴과 용암평원을 만들어냈다. 그 바위 평원 위에 9천년 동안 만들어진 숲이 선흘곶자왈이다. 하여, 선흘곶자왈을 1만년의 숲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고사리(양치식물)는 공룡시대에도 살았던 식물이다. 곶자왈은 국내 고사리의 80% 이상이 살고 있다고 할 정도로 남방계열의 고사리뿐만 아니라 추운지방 북방계열의 고사리도 공존하고 있는 그야말로 고사리의 메카이다.

 

 

1996년, 제주대학교 생물학과 김문홍 교수팀은 선흘곶자왈에서 처음 보는 고사리를 발견한다. 신종이었다. 이후, 2001년 세계적인 식물학술지 택손(TAXON)에 관련 논문이 게재되면서 세계 식물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게 된다. 그런데 통상 있는 신종 발견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었다. 그보다 더 위에 있는 속(屬, genus) 자체가 아예 새로운 것이었다. 바로 제주고사리삼이다.

 

즉, 전 세계적으로 제주고사리삼속에 속하는 식물은 제주고사리삼뿐이다. 게다가 제주고사리삼은 제주도에만 있을 뿐 아니라 제주도에서도 선흘곶자왈이라고 하는, 매우 협소한 곳에서, 더 들어가면 겨울에 햇빛이 들어오는 낙엽수 아래의 ‘건습지’에서만 제한적으로 살고 있다는 점이 세계 식물학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래서 제주고사리삼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급(CR, Critically Endanged)' 단계에 해당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천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제주고사리삼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었다. 지난 9월에야 환경부가 Ⅰ급으로 상향조정하면서 내년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너무나 늦은 결정이었다. 그것은 제주도당국의 잘못이 크다. 제주고사리삼의 근거지인 선흘곶자왈은 그동안 묘산봉관광지구, 자연체험파크, 채석장 등 온통 개발의 무대이다 보니 보전은 뒷전으로 밀려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제주도가 앞장서서 제주고사리삼을 알리고 보호지역으로 지정해도 모자랄 판인데도 제주도당국은 제주고사리삼 보전에 대해 아예 손을 놓고 방치하고 있었다.

 

실제로, 제주고사리삼의 세계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학술연구도 매우 미미할 뿐만 아니라 제주도당국은 전수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제주고사리삼 발견 이후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제주고사리삼의 정확한 분포지와 개체 수에 대한 자료조차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사)곶자왈사람들 등의 환경단체가 더 많은 제주고사리삼 분포지를 찾았을 정도이다. 즉, 제주도당국은 개발 사업의 유지를 위해 제주고사리삼을 애써 외면해왔다는 말이다.

 

# 제주고사리삼은 식물 자체뿐만 아니라 서식지 자체를 보전하는 방향으로 가야

 

최근에도 제주고사리삼의 근거지인 선흘곶자왈은 개발추진으로 떠들썩하다. 예전에 열대 지역의 동물들을 풀어놓는 사파리 사업(제주사파리 월드사업)이 도내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문제가 되자 사업자는 제주자연체험파크로 이름을 바꾸고 사업내용도 바꾸었다.

 

하지만 겉을 바꾼다고 해서 속이 바뀌는 것은 아닌 것처럼 곶자왈 파괴라는 전제는 변하지 않았다. 제주고사리삼만 봐도 그렇다. 2015년 당시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자는 환경조사에서 제주고사리삼 자생지 11곳을 발견했지만, 2020년 곶자왈사람들이 자생지를 다수 발견해내면서 사업자의 전수조사가 다시 이뤄지게 됐다. 그 결과 100여 곳이 넘는 자생지가 다시 확인됐다. 더 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개발일변도로 선흘곶자왈을 야금야금 훼손해 가면, 제주고사리삼 분포지가 섬처럼 분할되고 좁아지면서 결국 멸종할 수밖에 없다. 생물종은 생태계가 분할되고 면적이 좁아질수록 멸종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만의 멸종이 아니라 지구에서의 멸종이다. 그만큼 중차대한 문제라는 말이다.

 

그동안 묘산봉관광지구 사업이든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이든, 채석장 사업이든 환경영향평가에서 제주고사리삼 군락지는 예외 없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사업자는 보호방안을 이식과 울타리를 쳐서 보호한다는 대책을 내놓았고 제주도 당국을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주었다.

 

 

하지만 제주고사리삼은 그 종뿐만 아니라 서식지 자체가 매우 독특한 지질적․생태적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런 특징 때문에 제주고사리삼이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식을 한다는 것은 보전방안이 전혀 될 수가 없다. 또한 제주고사리삼 군락지를 섬처럼 남겨놓고 개발하겠다는 것도 대안이 될 수가 없다. 제주고사리삼의 서식 근거인 건습지 등의 매우 섬세한 환경이 유지될 수 없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제주고사리삼은 식물 자체뿐만 아니라 서식지 자체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보전하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

 

섬처럼 남겨놓고 주변을 개발해 버리는 행위는 결국 제주고사리삼의 멸종을 가속화 하여 지구상에 유일하게 있는 식물을 영영 못 보게 될 것이다.

 

실제로 학술논문에서도 이를 지적하고 있다. '제주고사리삼의 자생지의 환경 및 식물상(2010,현화자 등)‘ 논문에서는 개발을 위해 제주고사리삼을 이식하는 방법은 적절치 않다고 기술하고 있다. 제주고사리삼이 자라는 독특한 습지 특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자생지를 포함한 주변 지역 전체에 대한 보호구역 지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 제주고사림삼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군락지는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그러므로 지구상, 제주고사리삼의 유일한 분포지인 선흘곶자왈 일대에 더 이상의 개발 사업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또한 선흘곶자왈 일대에 대한 등급 상향 조정과 보호 지역 지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주고사리삼의 전수조사가 시급하다. 전수조사가 이뤄진 후, 등급 조정과 보호지역 지정 등 구체적인 보전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제주고사리삼 종 자체의 독특성과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천연기념물 지정도 충분히 가능하다. 제주도가 그동안 의지를 갖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대만은 국제적 멸종 위기종 저어새를 여권에도 그려 넣을 정도로 대만 관광의 핵심 아이템으로 삼아왔다. 제주도는 제주고사리삼을 그러한 대상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제주고사리삼 군락지에 대한 보호지역 지정은 2016년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 조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지사는 “도내에서 멸종위기에 처해 있거나 개체수가 현저히 감소하는 야생생물, 도내에서 주로 서식하는 국내 고유종으로 보호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야생생물‘ 등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 보호 야생생물‘로 지정할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지역에 대하여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제주고사리삼과 군락지는 그 대상으로 손색이 없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지구상 단 하나의 식물인 제주고사리삼을 살리기 위해 제주도는 지금이라도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양수남 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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