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24 (금)
제주도가 민선8기 첫 조직개편에 따른 2023년 1월 17일자 상반기 정기인사를 13일 예고했다.
인사 규모는 승진자 136명을 포함, 부서 전보와 직제개편 등을 감안하면 모두 1017명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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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史記)』는 중국 고대 왕국으로부터 전한(前漢) 시기까지 중국 1000년 역사를 다룬 책이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 기술했다. 총 130권 52만6500자에 이른다. 방대한 분량도 그렇지만 『사기』가 빛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천하 이치를 깨닫게 하는 역사서의 귀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사기』 마지막 편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정치 지도자의 통치 형태를 5개 등급으로 나눈다. “고선자인지(故善者因之), 기차이도지(其次利道之), 기차교회지(其次敎誨之), 기차정제지(其次整齊之), 최하자여지쟁(最下者與之爭)!” 풀이하면 이렇다. “가장 좋은 것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순리(順理)의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을 이익으로 이끄는 정치다. 그 다음은 백성을 가르치고 깨우치는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들을 단속하여 가지런히 하는 정치다. 가장 못난 정치는 백성들과 더불어 다투는 것이다." 백성을 이해시키고, 스스로 따르게 할 일을 놓아두고, 오히려 백성과 갈등을 일으켜 고통스럽게 하는 통치 행태가 최악이라는 것이다. 그렇게도 자신이 없나? 무에 두려울 게 있다고 이리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가? 이게 우리 존립의 근거인지 도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
‘위대한 제주시대를 연다.’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 승리, 민선 1기 제주도지사에 오른 신구범 도정의 출발은 이 슬로건 하나로 함축됐다. ‘경쟁과 자존, 그리고 번영’이란 ‘서브 타이틀’이 붙은 그 슬로건이 던진 화두는 사실 위력적이었다. ‘변방사고’에 머물렀던 제주인들에게 무한한 자긍심을 고취했다. 게다가 그 시절 등장한 다른 민선 지방정부가 내세우는 ‘늘푸른~’·‘맑고 아름다운~’·‘행복한 ○○ 건설’ 등의 천편일률적인 구호와는 아예 수준을 달리했다. 관선 지사를 거쳐 53세의 나이에 민선 1기 제주도백으로 오른 신 전 지사의 발상과 구상은 사실 그 시절엔 획기적이었다. 삼다수란 브랜드로 먹는샘물 국내시장에 진출해 현재까지 부동의 1위 상품으로 키워냈고, 지금으로선 금자탑으로 불리는 제주국제컨벤선센터를 만들어냈다. 제주만의 대표축제이자 세계인의 축제로 기획된 ‘세계섬문화축제’ 역시 신구범 지사시절 작품이다. 제주도가 매해 1천억원에 가까운 로또복권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지자체로선 처음으로 관광복권을 발행하는 기관의 지위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98년 민선 2기 제주지사로 우근민 도정이 출범하자 슬로건은 바뀌었다. ‘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제주교육계 현장이다. 도무지 민주제 작동원리와는 거리가 먼 일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6월1일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선출될 교육감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다. 한마디로 절차적으로도 문제지만 주민자치 직선이란 대의명분을 몰각하고 있다. 교육계 현장에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적 잣대가 등장하는 것도 마뜩치 않지만 현 이석문 교육감의 3선 도전에 맞서는 보수성향 그룹의 단일화 방식은 우선 중대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위임받지 않은 권력’이 후보를 정하겠다는 논리가 문제다. 어느 누구도 그들을 대의원으로 정하지 않았는데 그들이 ‘선거인단’을 꾸려 후보를 좌지우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주도한 건 제주바른교육연대다. 진보진영 이석문 현 교육감에 대항할 보수성향 후보로 고창근(71) 전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과 김창식(65) 전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2명이 참여,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자동응답조사(ARS) 조사 방식으로 한다. 조사대상은 제주도민 50%와 선거인단 50%다. 선거인단은 교육단체
1998년 민선 2기 6·4지방선거가 마무리되고 고작 며칠 뒤였다. 천주교 제주교구 노형성당에서 ‘중대한’ 기자회견이 있다는 연락이 왔다. 회견을 주도한 이는 당시 제주의 정의구현사제단을 이끌고 있는 임문철 신부였다. ‘선거판의 중대한 비리를 폭로할 것’이라는 예고가 있었다. 중앙·지방언론사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현장으로 내달렸다. 회견의 주인공은 손모(당시 31세)란 한 청년이었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누군가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그의 입에선 말 그대로 충격적인 폭로가 터져 나왔다. “당선자인 우근민 후보 수행비서 박모씨로부터 700만원을 받았다. 조직과 유권자를 관리하기 위한 돈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난 뒤 소외감이 밀려오고, 이런 잘못된 선거는 고쳐져야 한다는 생각에 양심선언을 한다”고 밝혔다. 충격이었다. 사실이라면 우 후보의 당선은 무효가 될 사안이었다. 엄연히 금품살포이자 유권자 매수에 해당하는 선거법 위반이었기 때문이다. 중앙일간지 기자이던 그 시절 마감시간에 맞춰 서둘러 기사를 송고하느라 허둥댈 수 밖에 없었다. 기사를 보내고 차분히 기억을 더듬다보니 돈을 받았다는 회견의 주인공은 얼굴이 기억나는 중학동창이었다. 연락
정치인을 가리키는 politician은 셰익스피어 시대에 처음 쓰였다. ‘신중한’이란 의미의 형용사 politic에서 유래됐다. 그러나 그 단어는 점차 부정적 의미로 변모했다. ‘교활하다’거나 ‘철저히 자기 잇속만을 차린다’는 뜻으로 굳어져갔다. 그래서 politician은 모사꾼의 의미로 뒤바뀌었다. 정치인(statesman)이 아니라 정상배(政商輩)라는 의미다. 셰익스피어는 어떤 사람을 모욕적으로 묘사할 때 politician이라고 했다. 리어왕은 politician을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지칭했다. 햄릿은 무덤 파는 광대가 해골을 던지며 장난치는 것을 보면서 "그 해골이 politician의 것이면 얼마나 좋겠냐"고 말했다. 그런 정치꾼은 인간을 두 부류로 나눈다. 도구가 아니면 적이다(A politician divides mankind into two classes: tools and enemies).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말이다.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침침해지는 눈 탓을 할 생각도 했다. 그런데 떡하니 인터뷰 기사까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우한폐렴’으로 인류사에 등장한 그 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12일 지구촌에 처음 보고됐다. 인류사 첫 감염·확진판정이었다. 중국 우한발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의 공포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 때만해도 잘 몰랐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했다. 신종플루가 그랬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MERS)도 그랬다. 잠시 감염병 위기의 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시간이 해결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벌써 1년이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굳이 바깥으로 나서지 않게 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 휘둥그레진 눈으로 호기심이 발동되던 때가 있었지만 이젠 거리를 둔다. ‘맛’을 기대하고 바글거리는 식당에 군중심리로 찾아가던 게 예전이었다면 지금은 무조건 사람 많은 곳을 피한다. 일면식이라도 있으면 먼저 내밀던 손이지만 이젠 솔직히 내밀기도 쑥스럽고, 내민 손을 맞잡기도 꺼림칙하다. 기왕이면 많은 사람이 모여 ‘건배’ 구호를 외치던 각종 회합의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한 테이블만 넘어서는 자리라도 불편하고 낯설게 느껴진다. 솔직히 지긋
캐서린은 알마시와의 불륜관계가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튀니지의 허름한 천막 극장에서 알마시와 만나 이별을 통보한다. 도덕적 죄책감도 아니고 알마시에게 정이 떨어져서도 아니다. 결국은 남편이 눈치를 챌 것이란 두려움 때문이다. 알마시는 캐서린의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캐서린은 도망치듯 극장을 빠져나온다. ‘어둠’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광명’의 세계로 빠져나간다. 어둠 속에 홀로 남은 알마시의 표정이 참담하다. 알마시가 캐서린으로부터 이별통보를 받은 날 저녁 호텔에서 ‘국제 사막클럽’의 연회가 열린다. 클리프턴을 비롯한 사막 탐사가들이 모두 멋진 연회복장으로 참석해 우아한 유럽식 파티를 즐기고 있다. 알마시는 극장에서 캐서린과 ‘접선’하느라 지각 참석한다. 캐서린에게 이별통보를 받고 어디서 ‘홧술’을 몇잔 했는지 이미 취한 듯하다. 알마시는 대뜸 자신도 속해 있는 ‘국제 사막클럽’이란 단체 명칭에서 ‘국제(international)’란 단어에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우아하게 차려입은 ‘국제 사막클럽’ 회원들을 향해 “세상에 국제라는 말처럼 더럽고 추악한 것은 없다”고 이죽거린다. 개별 국가는 자유롭지만 국가끼리 엮이고 관계를 맺으면 자신의 뜻대로
LA에서 고급차 판매회사를 운영하는 찰리 배빗(톰 크루즈)은 고객들로부터 주문 받은 차들이 판매소에 빨리 도착하지 않아서 골치가 아프다. 잠시 머리를 식히려고 직원이자 연인 관계인 수잔나(발레리아 골리노)와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갈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는다. 아버지와 다퉈서 고향인 신시내티를 떠난 후 한 번도 말도 붙여보지 않은 터라 장례식장에 참석하면서도 별 감흥이 없다. 옛집에서 잠시 둘러볼 때도 기억나는 거라곤 무서울 때마다 ‘레인맨’이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노래를 불러줬다는 것. 1988년에 제작된 ‘레인맨(Rain man)’은 이렇게 시작한다. 숨겨져 있던 형제의 비밀 찰리는 유언장 대리인을 만났을 때 자신에게는 아버지의 오래된 자동차 한 대와 가꾸던 장미 몇 그루만 남겼고, 나머지 300만 불에 해당하는 전 재산을 다른 상속자가 받게 했다는 얘기를 듣고 황당해한다. 자동차를 주문한 고객들의 환불 요구가 빗발치고 있고, 회사의 상황이 안 좋은 처지에 그는 상속자가 누군지 알아내서 조금이라도 건지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겨우 찾아간 곳은 어느 정신병원. 원장은 상속자가 누구인지 절대 말을 안 해주지만 찰리는 수상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자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