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터를 둔 성씨 중 청주(靑州·중국 칭저우) 좌씨의 시조는 1273년 고려 때 제주에 설치된 원나라 목마장 감독관으로 파견돼 정착한 좌형소(左亨蘇)다. 국내에서도 희귀하지만 제주에서도 희귀 성씨다. 전국 6000여명중 제주에 3000여명이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남평 문씨 중 남제공파는 1194년 고려 문종 당시 문착(文 言+卓)이 탐라국에 파견되면서 시조가 됐다. 문탁의 5대손은 제주 고씨의 사위가 되면서 탐라의 왕자 직을 이어갔다.
옛 제주에 자리잡았던 독립국 탐라를 일군 고량부(高梁夫) 세 성씨와 달리 제주엔 또다른 혈연그룹이 있다. 어느덧 제주에 들어와 터를 잡고 일가를 이룬 이들이다. 그들에겐 물론 처음 제주에 발을 들여놓은 입도(入島) 조상이 있다.
제주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입도조(入島祖) 현황조사가 이뤄진다.
제주도와 제주학연구센터는 올해부터 벌인 ‘제주 입도조 현황 조사’ 1차 보고서를 다음달 중 발간한다고 6일 밝혔다.
입도조(入島祖)는 본관이 제주인 고·양·부 삼성 이외 타 성씨가 제주에 최초로 들어와 정착한 뒤 후손 대대로 제주에 가문을 이뤘을 때의 시조를 의미한다.
제주 입도조 현황 조사는 민선 8기 공약사업이다. 도내 성씨별·본관별 입도조와 묘역을 체계적으로 기록해 제주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제주의 역사문화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입도조 조사는 대부분 2000년대 이전에 발간된 문헌자료에 의존하거나 개별 연구만 이뤄져 체계적인 연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도와 제주학연구센터는 도내 성씨·본관별 인구 통계 분석, 전근대 문헌사료 조사, 도내 주요 종친회 및 문중회 현장 조사, 입도조별 족보 등 기록자료 수집, 도내 입도조 묘역 현장조사 등 체계적인 조사를 벌였다.
입도조 조사는 통계청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16세기 조선시대를 기준으로 전후 시기를 나눠 입도조 인물을 대상으로 삼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도내 성씨 2086개 중 파조(派祖, 한 파계의 첫 번째 조상)가 구분되는 본관별 성씨는 800여개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800여개의 본관별 성씨 중 16세기 조선시대를 전후로 입도기록이 있는 112명의 입도조 인물을 기준으로 삼았다.
올해 남평 문씨 등 59개 입도조 조사를 통해 다음달 중 1차 조사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인동 장씨 등 53개 입도조 조사를 추진한다.
특히 도내 전근대 문헌사료 조사와 주요 종친회·문중회 현장조사를 통해 다양한 유·무형의 역사문화자원을 확보했다.
올해 조사에서는 도내 마을단위 세거성씨(世居姓氏, 여러 대에 걸쳐 계속해서 살아오고 있는 성씨) 기록과 남평 문씨 남제공파, 김해 김씨 좌정승공파 등 12개 종친회·문중회 족보, 회지 자료를 확보했다. 조선전기 도내 40여개의 입도조 묘역 현지조사도 완료했다.
오성율 제주도 문화체육교육국장은 “산재된 제주 입도조의 유·무형 자료를 체계적으로 조사헤 제주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 제주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제주 역사문화의 보고(寶庫)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