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산불로 최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당국이 사전 대피 공지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 정국에서 실종된 국정 리더십을 하루라도 빨리 회복해야 할 때다. [더스쿠프 | 뉴시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314/art_17433809197186_3918a1.jpg)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며 국정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에서 경상남북도 지역에서 동시다발 산불이 발생해 최악의 인명 피해를 냈다. 봄철이면 연례행사처럼 산불이 발생하는데 당국의 대처가 너무 허술했다. 강풍과 이상고온 등으로 인해 초기 진화는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었더라도 인명 피해는 제대로 대처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경북 의성군에서 발화해 북동부로 확산한 산불은 영양군, 청송군, 영덕군, 안동시에서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자들이다. 재난문자를 받고 대피하다가 차 안이나 도로 등에서 변을 당했다고 한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사전 대피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이 지자체 경계를 넘어오기 직전에야 대피 문자를 발송했다. 대피 장소를 안내한 지 얼마 안 돼 변경하기도 했다. 그나마 산불로 통신망이 끊긴 곳에는 문자가 전달되지 않았다. 차량으로 취약지역을 돌고, 민방위 경보방송 등 긴급 통신수단을 강구했어야 했다.
당국의 산불 진화 역량도 문제투성이다. 초기 진화에 큰 역할을 하는 소방헬기는 산림청이 50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주력인 러시아산 헬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부품 공급 차질로 29대 중 8대가 가동 불가능 상태다.
투입된 헬기도 정비 등의 사유로 실제 진화작업 동원은 20여대에 그쳤다. 진화작업을 하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가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정부는 ‘방산 수출강국’을 외치기 이전에 국민 안전을 위한 소방헬기부터 충분히 확보했어야 했다.
산불 진압에 투입된 민간 진화대원들도 대부분 고령자다. 산불 진화대원을 ‘노인 공공일자리’로 삼은 결과다. 무게 15㎏인 펌프를 지고 산에 올라가 불을 끄는 업무를 평균 연령 61살인 대원들이 얼마나 오래 감당할까.
정부와 지자체는 인명 피해 방지를 최우선에 두고 산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산불로 드러난 재난 대응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제도 잊지 않아야 한다.
![[더스쿠프 |뉴시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314/art_17433809192351_5b9b90.jpg)
사사건건 정쟁을 일삼는 정치권은 산불재난 대응도 정략적이다. 여야 정당은 정부에 산불재난 대책비 등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삭감된 예비비 복원’을 내세웠고, 더불어민주당은 구체적인 ‘산불 대응 항목 배정’으로 맞섰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정부가 편성한 4조8000억원 규모 예비비를 절반인 2조4000억원으로 감액했다. 국민의힘은 “하절기 태풍·홍수 피해를 염두에 두고 재난 예비비를 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기존 예산에 편성된 행정안전부 재난대책비 3600억원, 산림청 산림재해대책비 1000억원, 목적 예비비 1조6000억원 등을 활용하자는 입장이다.
국정 리더십 공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공습 대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그룹이 3월 24일 미국에 4년간 210억 달러(약 31조원)의 투자를 하겠다고 백악관에서 발표했다.
지난 40년 미국에 투자한 금액보다 더 큰 규모다. 쇳물(현대제철 루이지애나 공장 건설)에서 부품(현대모비스 현지 공장)·배터리(LG에너지솔루션과 현지 합작공장), 자동차 조립까지 미국에서 일관생산 체제를 갖춘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로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공격을 회피하려는 전략적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국민경제 차원에선 국내 투자와 일자리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 압박에 각자도생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대기업들이 잇따라 대미對美 투자에 나서면 주력산업을 포함한 국내 제조업 공동화가 심화할 수 있다.
국가 차원의 패키지 대책을 마련해 양보할 것은 내주고, 확보할 것은 받아내는 일괄타결 방식으로 접근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소재·부품·장비는 국내에서 조달해야 산업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환경은 사면초가 내우외환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한국의 사회지표’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위험수위임을 보여준다. 보수와 진보, 빈곤층과 중상층, 근로자와 고용주, 수도권과 지방, 노인층과 젊은 층 등 여덟 가지 사회갈등 항목 모두 ‘심각하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더스쿠프|뉴시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314/art_17433809188615_364634.jpg)
그 핵심 배경에 갈등을 조정·치유하지 못하고 되레 조장하는 정치가 있다. 비상계엄 선포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진영 대결은 더 격렬해졌다. 거대 양당이 정치·사회 상황 전개를 아전인수로 해석하며 서로를 향한 혐오와 폭력을 부추긴다. 그 결과 여론은 첨예하게 갈라졌고, 둘로 쪼개진 광장에서 상대를 악마화하는 언어가 난무한다.
답답한 정치·경제·사회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국민 노릇 하기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신속히 함으로써 국정 리더십을 확립해야 마땅하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로도 모자라 시민들을 언제까지 거리로 나서게 할 텐가.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