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제주에서만 활동할 수 있는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시험을 자체적으로 시행하려 하고 있다. 중국어통역가이드 부족을 해결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가 가이드 자격증이 있어도 일부 여행업체들이 '무임금 무자격' 가이드를 선호하는 폐단을 들고 나왔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뛰지 못하는 '장롱 자격증' 소지자들이 넘쳐 난다며 도가 내놓은 근거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쟁점을 살펴 본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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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 개정 근거와 취지는?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시험을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있다. 하지만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 171조에 따라 이 권한이 제주도지사에게 이양됐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진흥조례' 중 제주도가 실시하는 관광종사원 자격시험에 통역안내사 자격시험을 포함시키도록 조례를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시험은 관광종사원 자격시험의 일부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특히 크루즈 입항 때 통역가이드가 태부족하다는 게 조례 개정 취지다.
오정훈 제주도 관광정책과장은 2일 "무자격가이드 때문에 제주의 가치가 왜곡 전달되고 있어 제주도 안내를 전문으로 하는 수준 높은 통역가이드 양성이 절실하다"며 "자격시험을 제주도가 직접 실시해 필요한 정도의 인력을 충원하고, 무자격가이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는 앞서 지난 8월 제주발전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으나 관광통역안내사가 턱없이 모자라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도는 자격증 시험 응시자 합격률이 20% 미만으로 매우 낮아 통역안내사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 도 자체적으로 안내사 자격증 시험제도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요청했다.
애초 권한 이양에 탐탁치 않았던 문광부는 국가자격증 제도 혼란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법제처에 문의한 결과 자체 시행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왔다며 이달 중 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도가 제시하는 근거는 이렇다. 제주발전연구원이 발표한 '제주지역 관광통역안내사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제주지역에는 관광통역안내사 자격 취득자가 1163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실제 활동 중인 관광통역안내사는 379명 정도다. 영어가이드가 14명, 일어 236명, 중국어 129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제주지역에 필요한 중국어 통역안내사는 대략 356명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기준 57만명 정도가 입도했을 때를 근거로 산출한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220여명의 중국어 가이드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제주도 자체적으로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시험을 실시해 안내사를 대거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제주지부는 도가 관광진흥조례 개정 근거로 내놓은 제주지역 통역안내사 실태에 대해 유자격자가 넘쳐나는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도내에는 도가 파악한 수보다 많은 가이드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유자격자 수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도가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전체를 대상으로 가이드 수요를 추산했으나 대부분은 타 지역을 경유하며 그 지역 가이드가 맡기 때문에 제주 현지 가이드를 쓰는 경우는 14만명에 불과하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들은 이를 제주발전연구원 산출식에 대입하면 가이드는 70여명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에는 자격증 취득자 370명이 있으며, 활동하고 있는 가이드도 240여명이나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해당 조례안 시행 예산으로 '장롱 자격증'을 가진 기존 유자격자들에 대한 실무교육을 하고 취업박람회로 이들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등 기존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국민의 혈세도 보전하고 효율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광통역안내사협회는 '무자격 가이드의 성행'은 여행업체들이 무리한 저가 관광으로 출혈을 메우기 위해 '무임금 무자격' 가이드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며 도가 이를 단속하는 데 손을 놨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런 상황으로 인해 유자격 중국어 가이드 200여명이 일을 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행정당국은 국가자격시험과 별도로 조례개정까지 해가며 무자격자를 양성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실제 최근 제주도와 관광협회 등이 합동으로 관광지를 점검한 결과 '무자격 가이드'가 대거 적발됐다. 다른 지역에 주소지를 둔 여행사들이 중국인 관광객들을 이끌고 제주투어에 나서면서 자격을 갖춘 관광통역안내사보다는 조선족과 화교, 중국인 유학생 등 무자격자를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자격 가이드들은 쇼핑을 대가로 무리한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제주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관광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통역안내사들에게는 하루 평균 15만원 가량을 가이드 요금으로 줘야 하지만 이들 무자격자들에겐 임금을 주지 않고 수수료를 챙겨주면 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제주도에서 자격을 취득한 관광통역안내사에게 유니폼을 입도록 해 단속요원들이 무자격가이드를 쉽게 식별할 수 있게 하는 등 무자격 가이드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같은 여행업계 현실을 감안할 때 근절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관광진흥법은 관광통역안내사 시험을 연 1회 이상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문광부가 한해 평평균 2차례 시행하고 있고, 올해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특별시험을 한 차례 더 실시했다.
제주도는 조례가 개정되면 제주도지사도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시험을 연 1회 이상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광부가 시행하는 시험에 응시할 경우 실무교육 60시간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일주일 이상 머물러야 하지만 제주도 자체 시험에 응시할 경우 제주에서 실무교육을 이수할 수 있어 그 만큼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제주도의 설명이다.
제주에서 취득한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으로는 도내 관광통역안내 활동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전국을 대상으로 관광통역안내 활동을 하려면 문광부가 시행하는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문광부가 시행하는 관광통역안내사 필기시험 과목은 국사, 관광자원해설, 관광법규, 관광학개론 등 4개 과목이다. 과목당 60점 이상을 얻어야 한다.
제주도는 필기시험 과목에 '제주사'를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는 "제주도가 시행하는 필기시험 과목은 조례안이 통과된 뒤 규칙으로 정해 최종 결정될 사항이지만, 국사의 경우 실무교육을 실시하면서 기본 소양을 갖추도록 교육을 시킬 예정이며, '제주사'를 필기 과목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시험에 따른 실무교육은 문광부의 경우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에서 실시하고 있으나, 제주도의 경우 제주도내 교육전문기관을 지정해 실시할 방침이다.
자격증 발급은 제주도가 직접 관리하고 제주도지사 명의로 자격증을 내줄 계획이다.
필기와 면접시험 주관은 문광부와 마찬가지로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에 위탁한다.
문광부에서 자격을 취득한 관광통역안내사는 한국관광공사에 등록해 활동을 하고 있다. 연 2회 정도의 보수교육을 서울에서 받는 것이 사후관리의 대부분이며 보수교육 미이수자에 대한 제재가 없어 보수교육 제도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제주도의 설명이다.
제주도는 "제주도에서 자격을 취득한 관광통역안내사는 제주도에 등록해 활동을 하게 되며, 보수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 부여를 제도화 해 실질적인 사후관리가 가능하다"며 "연 1회 베스트 관광통역안내사를 선발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