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본 직항노선이 내년부터 운항 중단과 휴항이 잇따라 예고되면서 지역 관광업계가 철회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애경그룹 계열 제주항공의 제주 기점 첫 번째이자 유일한 국제노선인 오사카 직항편이 내년부터 운항이 중단된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6월 취항 초 주 3회(왕복)에서 지난 여름 주 5회로 운항을 늘렸다가 다시 지난 달 28일부터 주 3회로 축소했다. 제주항공은 일본인 관광객 수요가 계속 줄면서 취항 1년 반만에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제주~오사카 노선에 취항하면서 "제주항공의 신규 취항은 운임과 서비스 등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한편 공급석 확대로 일본인 여행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제주항공의 속사정은 달랐다. 명색이 제주 기점 지역항공사가 직항 국제노선을 외면한다는 제주지역 여론에 밀려 '울며 겨자 먹기'로 정기편을 취항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노선엔 이미 대한항공이 매일 1회 운항하고 있어 힘든 승부가 예고됐었다.
아웃바운드(제주도민의 일본 여행) 시장도 작은데다 인바운드(일본인의 제주 여행) 승객도 감소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항공료 특가 판매와 한류 이벤트 등 승객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일본인 관광객의 자연 감소로 탑승률이 바닥을 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한항공도 내년 1월 7일부터 주 4회 운항하는 제주~나고야 직항편을 휴항하기로 했다.내년 2월 말까지 187석의 항공기 예약 상황을 분석한 결과, 평균 38석을 예약하는 등 탑승률이 20%대로 떨어지면서 한시적으로 운항을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제주와 일본을 잇는 직항노선은 대한항공이 도쿄·나고야·오사카, 제주항공이 오사카, 아시아나항공이 후쿠오카 등 4개 노선에 주 26편이지만, 이번 제주항공과 대한항공이 운항을 중단하게 되면 전체의 35%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일본 4개 노선 승객 지난해와 비교해보니...
실제 지난해 제주항공 취항(6월22일) 다음달인 7월부터 10월까지 제주~일본 4개 직항노선 정기편 승객수를 올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다.
같은 기간 넉달 동안 지난해에는 모두 865편 12만3838명이 이용했다.
올해에는 운항편수가 902편으로 37편이 더 늘었지만 오히려 승객은 11만3865명으로 9973명 줄었다. 항공편 당 승객이 137명에서 126명으로 11명 감소한 셈이다.
제주~오사카 노선의 경우 제주항공은 지난해 주 왕복 3회 운항하면서 106편 1만531명이 이용했다. 편당 99명이 탑승한 셈이다. 올해 같은 기간엔 주 5회로 늘려 출도착 편수가 172편으로 66편이나 늘었지만 여객은 1만6406명으로 5875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올해의 경우 편당 95명으로 승객이 감소한 셈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241편 3만2675명에서 올해 243편으로 두편 늘었지만 승객은 3만1157명으로 1518명 감소했다.
대한항공의 제주~나고야는 지난해 170편 1만8792명에서 올해는 편수가 138편으로 줄고 승객도 1만4294명으로 4498명이나 감소했다.
제주~도쿄는 지난해와 운항편수는 244편으로 변동이 없지만 승객은 5만353명에서 올해 4만2745명으로 7608명 줄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제주~후쿠오카 노선은 지난해 104편 1만1487명이 이용했지만 올해는 105편 9263명으로 2224명이나 감소했다.
항공사는 이렇듯 승객 감소라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제주지역 관광업계는 가뜩이나 위축된 일본 시장을 서울, 부산 등 다른 지방에 뺏길 수는 없다는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제주국제여행업협의회(회장 김대산)는 "일본의 관서지방에는 제주를 선호하는 비교적 많은 잠재관광객이 있고 제주 출신 교포들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라며 "제주항공이 탑승률이 저조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운항 중지를 결정하는 것은 도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제주항공 오사카 직항편은 대한항공이 독점운항해 온 오사카 노선의 항공운임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면서 "제주 출신 교포들이 고향 나들이에 가장 많이 이용된 제주항공의 오사카 노선 운항 중지는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을 찾는 전체 일본인 관광객의 6% 수준에 머무는 제주 입도 일본인 관광객의 숫자를 좀 더 늘려야 하는 상황에 제주항공의 운항 중지 결정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 단체는 대한항공이 내년 1월 7일부터 제주∼나고야 직항편을 휴항 하는 방침에 대해서도 "일본 중부지방 관광객 유치가 아예 불가능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등이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 단체는 제주항공의 제주~오사카 운항중단 방침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제주항공이 운항을 중지하면 예전처럼 대한항공의 독점운항으로 항공료 인상이 예상된다"며 "그렇게 되면 제주관광 상품이 서울, 부산에 비해서 가격경쟁력이 더 떨어지게 되어 제주를 찾는 관서지방 일본인 관광객은 분명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주출신 교포들이 많이 이용을 해왔던 만큼 항공료 부담으로 고향방문 역시 뜸해진다"며 "제주도민들이 관서지방의 친지방문 등 나들이에도 대한항공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돼 부담이 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일본인 관광객 수요가 계속 줄어 탑승률 저조로 운항 중단 결정을 내렸다"며 "중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해 제주~중국 부정기 항공편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