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추진 중인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두고 열린 주민공청회에서 고용 안정과 비용 절감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노동계는 고용 불안과 처우 후퇴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도는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갈등은 쉽게 봉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9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는 공무직·민간위탁 노동자들의 신분 전환 문제와 인건비 절감 타당성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공단이 출범하면 도가 직접 고용한 공무직과 민간위탁업체 소속 인력이 모두 공단으로 이관되는데 이 과정에서 고용 승계와 근로 조건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광민 제주도 공무직노동조합 위원장은 "섬 지역과 도서 지역은 기간제 배치로 채워지게 돼 있다. 실질적으로는 불리한 업무를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며 "같은 조건이라면 누가 공단으로 옮기겠느냐. 이직을 거부하면 인력 계획과 비용 분석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정은주 시설관리공단설립준비단장은 이에 대해 "임금 체계에 일정한 메리트를 줄 수 있도록 전문 기관에 설계를 의뢰했다"며 "자연 퇴직 인원을 감안해 구조조정 없이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간 84억원 규모로 제시된 인건비 절감 효과도 도마에 올랐다. 노조 측은 "공영버스만 봐도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데 공단 안은 정규직 비율을 높였다"며 "인건비 절감은 허구이고 오히려 증가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타당성 검토를 맡은 평가원은 "세부 급여 분석에는 한계가 있었고 평균치 산출 과정에서 실제와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일부 한계를 인정했다. 임기범 민주노총 제주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주민 생활과 밀접한 환경과 대중교통 문제를 광역 단위 공단으로 처리하는 것이 맞는지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청회에서는 공단 설립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됐다. 한 노동자는 "도의 사업을 직영하면 될 일을 왜 굳이 공단을 만들어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정 단장은 이에 대해 "공무원의 잦은 인사 이동으로 전문성이 떨어져 민간 위탁이 불가피했다"며 "공단 설립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도는 이번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과 타당성 검토 결과를 토대로 행정안전부 협의와 설립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연내 조례 제정을 완료하고, 내년 7월 공단 설립을 목표로 절차를 이어갈 계획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SK가 K리그1 잔류 경쟁에서 강등 위기를 현실로 맞닥뜨렸다. A매치 휴식기를 맞아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최근 부진으로 순위가 11위까지 떨어지며 잔류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남은 경기에서 승점을 확보하지 못하면 강등권 탈출마저 쉽지 않다. 9일 K리그1에 따르면 제주SK는 리그 28경기에서 8승 7무 13패(승점 31)를 기록하며 11위에 머물러 있다. 강등권 경쟁팀 수원FC와 승점은 같지만 다득점에서 밀려 불리하다. 최근 5경기에서 2무 3패로 승리를 챙기지 못했고, 지난달 30일 홈에서 열린 광주FC전에서도 0-1로 패하며 침체된 흐름을 끊지 못했다. 김학범 제주SK 감독은 "리그가 점점 하향 평준화되는 느낌"이라며 "특히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 저하가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값싼 선수 위주 영입으로는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세징야, 에드가처럼 오랫동안 활약하는 외국인이 드물다"고 지적했다. 투자 환경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재정 건전화 기조로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하지 못한다. 결국 시·도민구단의 부담이 커지고, 적은 투자로 성과를 바라는 분위기가 아쉽다"고 말했다. 제주SK는 오는 14일 FC안양과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안양은 승점 33으로 9위에 올라 있어 이번 경기는 양 팀 모두에게 '승점 6점짜리' 경기가 될 전망이다. 김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고 준비한 걸 차분히 보여주겠다"며 "우리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SK는 A매치 휴식기 동안 체력 회복과 전술 다듬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부진을 고려하면 안양전 결과에 따라 강등 위기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제주SK는 정규 라운드 28경기를 치렀다. K리그1은 33라운드 종료 후 스플릿 라운드 5경기를 포함해 모두 38경기로 운영된다. 따라서 제주SK가 앞으로 치러야 할 경기는 정규 라운드 5경기와 스플릿 라운드 5경기를 합친 10경기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호텔 투자 시장이 서울에선 글로벌 브랜드 유치 경쟁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는 반면, 제주를 비롯한 지방에서는 매각 무산이 잇따르며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8일 부동산·투자업계에 따르면 수년 전 매물로 나온 제주권 호텔들이 여전히 인수자를 찾지 못한 채 매각이 연기되거나 철회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신라스테이 제주와 파르나스 호텔 제주가 대표적이다. 중문관광단지 내 파르나스 호텔 제주는 3000억원대 매물로 나왔으나 투자자 확보가 쉽지 않아 매각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신라스테이 제주는 인수 의향자 부재로 시장에 장기간 매물로 머물고 있다. 제주칼호텔도 매입을 검토했던 JDC가 사업성을 이유로 발을 빼면서 매각 협상이 표류 중이다. 이 과정에서 리츠 만기 연장과 대출 의존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 기장군 '마티에 오시리아' 호텔은 원매자 부재로 매각이 철회됐고, '신라스테이 해운대' 역시 지난달 입찰에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매각 계획을 접었다. 경기 동탄의 '신라스테이 동탄'도 우선협상대상자가 투자자 모집에 실패하며 무산됐다. 반면 서울 호텔 시장은 활황세다. 옛 남산 힐튼호텔 부지를 재개발하는 ‘이오타 서울’에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리츠칼튼'이 2031년 입점할 예정이다. 서울역 북부 개발 사업에는 '만다린 오리엔탈'이, 청담동 프리마호텔 부지에는 '아만'이 들어설 계획이다. 글로벌 브랜드의 복귀와 신규 진출이 이어지면서 자산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주를 비롯한 지방 호텔 시장이 관광 수요의 계절적 편중과 낮은 환금성 탓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리츠와 자산운용사들이 매각 대신 리파이낸싱과 만기 연장에 의존하는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도내 부동산 운용업계 대표 김모씨(63)는 "서울은 외국인 관광객 급증과 공급 제한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반면, 제주와 지방은 매수자 부족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며 "호텔 자산 시장의 지역별 격차가 앞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카지노 시장이 격변의 한가운데에 섰다. 제주드림타워 카지노는 전국 외국인 전용 카지노 단일 업장 매출 1위에 오르며 업계 판도를 흔들었고, 제주신화월드 카지노는 상호를 변경하며 브랜드 쇄신에 나섰다. 외국인 전용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최근 변화는 지역 경제와 관광산업에 직간접적인 파급효과를 보이고 있다. 8일 롯데관광개발에 따르면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제주드림타워 카지노는 지난 7월 매출 434억원을 기록, 인천 파라다이스시티(404억원)를 제치고 전국 16곳 외국인 전용 카지노 중 단일 업장 기준 1위에 올랐다. 2021년 개장 당시 과도한 차입금과 코로나19로 개점휴업 상태에 몰렸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성적표다. 업계는 드림타워가 ▲제주공항에서 10분 거리라는 입지 ▲그랜드하얏트 호텔이라는 글로벌 브랜드 ▲마카오식 카지노 운영 모델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 수요를 빠르게 흡수한 점에 주목한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 중국 단체관광이 재개되면서 VIP 고객층 일부가 마카오 대신 제주를 찾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1조원을 넘는 차입금과 중국 시장 의존도는 여전히 큰 위험 요인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관광 수요가 유지된다면 안정적 수익 구조로 전환할 수 있지만 외부 변수에 흔들릴 경우 재무 부담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아가 운영하는 제주신화월드 카지노는 8일 상호를 '랜딩 카지노'에서 '레스에이(Les A)'로 변경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새 이름에는 '최고, 첫 번째'라는 의미가 담겼다. 동북아 시장 공략과 신규 고객층 확대를 노린 전략적 행보다. 람정 관계자는 "코로나로 지연됐던 브랜드 재편을 마무리하고, 축적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규모 투자 부담과 정치적 리스크, VIP 고객층의 변동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평가다. 제주 카지노 시장은 외국인 전용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으나 지역 경제와 관광산업에는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준다. 카지노 매출 증가는 고용 창출과 숙박·교통·쇼핑 수요 확대와 직결된다. 반대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지역 경제에도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이달부터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제주에 집중되던 수요가 분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지노 업계는 "제주만의 특화된 관광 콘텐츠와 연계 전략이 없다면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제주 카지노 시장을 두고 "기회와 불안 요인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비자 제도와 지리적 이점, 글로벌 브랜드 효과는 성장 동력이지만, 과도한 차입 구조와 중국인 수요 편중은 리스크다. 김동현 제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카지노 단독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지역 관광산업과의 연계로 시너지를 내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제주 카지노가 지역경제의 안정적 성장 동력이 되려면 투명한 운영과 사회적 환원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모두 17곳이 있다. 이 중 제주도에만 8곳이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골목상권은 경기 침체와 관광 의존 구조, 낮은 창업 생존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소비자들은 '가치소비'와 '경험'을 중시하며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제주도는 민간 전문기업과 손잡고 메뉴 개발, 공간 디자인, 위생·시설 개선, 온라인 홍보까지 지원하는 '로컬브랜드 활성화 지원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기존 사업과의 중복성, 예산 투입 대비 지속 가능성, 관광산업과의 연계 효과 등은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 <제이누리>는 로컬브랜딩이 제주의 상권·관광·문화 전반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앞으로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 5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제주 외식업계의 브랜드 리뉴얼 실험이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을까.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참여했던 점포부터, 올해 상반기 새롭게 지원 대상에 포함된 매장까지, 로컬브랜딩의 현장은 성과와 한계가 교차하는 복합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변화는 단순한 매출 수치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 경험 확대와 지역사회 기여, 상권 이미지 전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제주의 외식업계는 관광 의존도가 높고 창업 생존율이 낮아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해 왔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점포들은 단순한 영업 지속을 넘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에 제주도는 민간 전문기업과 협력해 점포의 메뉴, 공간, 위생, 홍보를 통합적으로 개선하는 '로컬브랜드 활성화 지원사업'을 본격화했다. 이 사업은 단순히 간판을 바꾸고 메뉴를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각 매장이 가진 고유한 정체성을 찾아내고 ‘제주다움’을 담아내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끼 식사가 아닌 경험과 이야기를 구매하는 셈이고, 점포 입장에서는 새로운 정체성으로 브랜드로서 다시 태어나는 기회가 된다. 지난해 지원을 받은 제주시 노형동 오리정은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격히 줄며 생존 위기에 직면했던 매장이었다. 홍정호 오리정 대표는 "코로나 지나면서 조금 회복되는가 싶더니 다시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평일에는 두세 테이블밖에 앉지 않는 날도 많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리뉴얼을 통해 오리정은 메뉴를 단순화하면서 운영 효율을 높였다. CJ프레시웨이와 함께 개발한 메밀전·메밀순두부·메밀볶음밥 세 가지 신메뉴 중 가장 운영에 적합하고 고객 반응이 좋은 순두부 메뉴를 남기고 집중했다. 홍 대표는 "손님이 많아지니 주방 동선이 꼬이고 재료가 빨리 소진됐다. 결국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메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성과는 눈에 띄게 나타났다. 지난해 2월부터 매출이 매달 30%씩 증가했고, 여름철에는 브레이크타임 없이 영업하거나 재료가 일찍 떨어져 저녁 7~8시에 문을 닫아야 할 정도였다. 홍 대표는 "방송 노출 뒤에는 예전 단골 손님이 다시 찾아왔고, 전화 예약이 몰려 운영이 힘들 정도였다"고 전했다. 다만 성과는 단기간에 집중되는 한계가 있었다. 그는 "홍보 효과가 6개월쯤 지나자 줄어드는 게 체감됐다"며 "브랜드 인지도는 분명히 높아졌지만 장기적으로 이어갈 마케팅 장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오리정 사례는 로컬브랜딩이 위기에 빠진 매장을 단기간에 회복시키고, 브랜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동시에 성과를 지속시키기 위한 장기적 지원 체계의 필요성도 드러냈다. 올해 상반기 지원을 받은 서귀포 표선면 '메밀밭에 가시리'는 막국수 전문점이다. 사업 참여 계기부터 독특했다. 박진아 메밀밭에 가시리 공동대표는 "처음부터 프랜차이즈 확장을 고민했는데 CJ 측에서도 흥미로운 과제로 받아들여 적극 협력해줬다"며 "결과물은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컨설팅 결과물은 전문가로부터 "2000만~3000만원대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박 대표는 "즉각적인 매출 상승이나 가맹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3호점 개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 실제 매장 운영에도 일부 결과물을 응용했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진출을 염두에 둔 만큼 단기 매출보다 장기적 확장성을 뒷받침할 브랜드 자산이 쌓였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박 대표는 "아직 가맹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지만 브랜드 미래를 설계하는 데 훨씬 더 큰 도움이 됐다"며 "이번 사업은 당장의 손익보다는 브랜드 체질 개선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소비자 반응이다. SNS와 리뷰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랐다. 한 이용객은 "메밀 100%라 건강하고 맛있기까지! 두 번이나 방문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고, 또 다른 방문객은 "제주 메밀로 만든 들기름막국수를 꼭 먹어보고 싶어 찾았다. 향과 맛이 뛰어나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적었다. "면이 쫄깃하고 향이 진하다", "부추메밀전은 메밀가루 특유의 거친 맛이 매력적이다"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이러한 호평은 단순히 메뉴 맛을 넘어 브랜드 리뉴얼이 소비자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매장을 다시 찾고 싶은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젊은 고객층의 발걸음이 늘어나며 메밀밭에 가시리는 전통적 이미지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새로운 막국수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로컬브랜딩 지원사업을 경험하면서 아쉬움도 있었다. 박 대표는 "선정된 업체 수가 너무 적어 기회가 제한적이었다. 더 많은 소상공인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예산이 확대돼야 한다"며 "정책 홍보도 부족해 신청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 홍보만 제대로 돼도 훨씬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로컬브랜딩은 단순히 '간판을 새로 단다'거나 '메뉴를 늘린다'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서서 느끼는 공간의 분위기, 메뉴판의 가독성, 서비스 흐름까지 전반이 달라졌다. 도민 강모씨(32·노형동)는 "예전에는 그냥 밥 먹으러 가는 곳이었다면 지금은 스토리와 공간이 함께 있는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며 "특히 메밀밭에 가시리는 예전보다 훨씬 세련돼서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집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리정은 동네 밥집이나 어르신들 중심 가게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젊은 가족 단위 손님도 많이 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리뉴얼은 소비자 경험의 질을 높이고, 가게를 방문하는 이유 자체를 바꿔놓았다.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제주다움'을 체험하는 경험으로 인식되면서 고객층도 확대되고 있다. 리뉴얼 효과는 수치와 소비자 반응에서 드러난다. 오리정은 매출 상승과 관광객 비중 확대라는 성과를 거뒀고, 메밀밭에 가시리는 SNS 언급량 증가와 젊은 층 유입으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소비자 목소리 역시 달라졌다. 오리정은 "제주다운 오리 메뉴가 인상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가족 단위 고객층이 늘었고, 메밀밭에 가시리는 "깔끔하고 세련된 공간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며 지역 주민과 젊은 고객층의 호응을 끌어냈다. 두 대표 역시 로컬브랜딩의 의미와 과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홍 대표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확실하지만 홍보 효과가 짧게 끝나는 점이 아쉬웠다"며 지속적인 마케팅 지원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프랜차이즈 준비 과정에서 큰 힘이 됐다. 하지만 참여 기회가 적고 정책 홍보가 부족했다"며 참여 확대와 홍보 강화를 요청했다. 결국 제주 로컬브랜딩의 현장은 성과와 한계가 교차한다. 위기에 빠진 매장이 새 활로를 찾기도 하고, 프랜차이즈 확장이라는 장기 전략의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기간 성과에 그치지 않고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로컬브랜딩은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점포의 정체성을 찾아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브랜드 자산으로 키워내는 과정"이라며 "성과가 바로 나타나는 곳도 있지만 시간이 필요한 매장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점주와 소비자가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지속성"이라고 말했다. 이제 과제는 뚜렷하다. 매장별 특성과 소비자 흐름에 맞는 맞춤형 전략, 그리고 단기 홍보 효과를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로 이어갈 수 있는 체계적 지원이다. 이런 맥락에서 다음 회에서는 청년 창업가들이 지역 특산품과 문화 콘텐츠를 어떻게 상품과 서비스에 녹여내고, 또 관광산업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해 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취재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티웨이항공이 내년 상반기부터 '트리니티항공(TRINITY AIRWAYS)'이라는 새 이름으로 운항한다. 제주 하늘길을 비롯한 국내·국제선 네트워크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티웨이항공은 8일 대명소노그룹에 인수된 이후 처음으로 사명 변경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티웨이 항공은 "트리니티는 라틴어 'Trinitas'에서 유래해 '셋이 하나로 모여 완전함을 이룬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항공을 넘어 숙박·여행 서비스와 결합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주를 포함한 국내 주요 노선과 아시아·유럽·미주 등 국제 노선을 그룹 계열 호텔·리조트 인프라와 연결해 차별화된 패키지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제주공항을 거점으로 한 관광·숙박 연계 서비스가 강화될 전망이다. 제주 내 보유 자산인 소노캄 제주와 소노벨 제주 역시 통합 전략에 포함돼 항공편과 리조트 숙박을 묶은 새로운 상품 출시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공통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해 항공권 이용뿐 아니라 숙박·여행 전반에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항공권 예약에서 호텔 투숙, 현지 관광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서비스의 편의성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티웨이항공은 내년 상반기부터 항공기 리버리(도장) 교체와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 적용 등 전면적인 리브랜딩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제주지역 숙박시설 매출 증대를 위한 노선 증편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트리니티항공은 안전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출발"이라며 "국내·국외 관광지에서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가 반려동물 동반 관광객 유치 확대에 본격 나섰다. 제주관광공사는 최근 제주웰컴센터에서 반려동물 관광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국내외 반려동물 동반 관광객 유치 방안을 논의했다고 8일 밝혔다. 간담회에는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를 비롯해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 농림축산검역본부 제주본부, 제주반려동물산업협회, 티웨이항공, 엔젤렌터카, 소노인터내셔널, 펫츠고트래블 등 관련 기관과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반려동물 동반 가능 업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항공사 측은 반려동물을 동반하는 탑승객이 증가하면서 청소를 위한 지상 체류 시간이 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김양보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제주에서 반려동물 동반 여행이 가능한 인프라 조사를 진행하고,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사업을 우선 추진하겠다"며 "증가하는 반려동물 동반 여행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실시한 '2024 반려동물 동반 여행 현황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향후 반려견 동반 여행 희망 지역 1위로 제주가 꼽혔다(44.1%). 또 2023년 기준 최근 3년 이내 반려동물과 함께한 국내 여행지 조사에서도 제주가 70.5%로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 대표적인 반려동물 동반 여행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항이 무역항으로 지정된 지 57년 만에 처음으로 국제 컨테이너 화물선이 정기 운항에 나선다. 제주도는 제주항과 중국 칭다오를 잇는 국제 컨테이너선이 다음 달 16일 칭다오항을 출항해 18일 제주항에 입항한다고 8일 밝혔다. 이후 같은 달 29일부터는 정기 운항을 시작한다. 이번 항로를 운영할 중국 선사는 지난해 11월 해양수산부에 항로 개설을 신청해 운영선사 평가, 운임 공표, 운항계획 신고 및 수리 절차를 마쳤다. 도는 이에 맞춰 보세구역 지정, 컨테이너 하역 장비 배치, 화물 통관 및 운송 시스템 준비 등을 완료했다. 새 항로 개설로 제주 기업들의 수출입 물류비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부산항을 거쳐 중국으로 수출할 경우 컨테이너(1TEU)당 204만4000원이 들지만 제주에서 칭다오로 직접 수출하면 119만4000원으로 41.6% 절감된다. 도는 연간 물동량 2500TEU를 처리할 경우 21억원, 최대 1만400TEU 처리 시 88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운송 시간도 부산항 경유 대비 최소 이틀 이상 단축돼 물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다. 이에 따라 중국 시장 진출 확대와 함께 건축자재 직수입, 제주산 생수·화장품 직수출 등 내수·제조업 분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항만 운영에 필요한 하역 장비 운용, 보세구역 관리, 선박 입출항 지원 등에 추가 인력이 필요해 지역 내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정기 운항 조건에는 일정 물동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도가 손실 비용을 보전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장기적인 운항 지속 여부는 안정적인 물동량 확보에 달려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오영훈 제주지사가 내년 기초자치단체 설치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지연되던 선거구 획정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8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는 조만간 전체회의를 열고 각 정당과 제주도의회의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획정위는 도의원 총정수 범위 내에서 선거구 명칭과 구역을 확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위원은 제주지사가 위촉한다. 지난 6월 출범한 획정위는 지금까지 네 차례 회의를 열었으나 기초자치단체 설치 여부가 불확실해 구체적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선출이 불가능해지면서 도의원 정수 40명(교육의원 5명 제외)을 기준으로 한 조정안 마련이 가능해졌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구획정안은 정당과 의회에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최종 보고서는 선거일 6개월 전인 오는 12월 2일까지 제주지사에게 제출돼야 한다. 이후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원 지역선거구 및 교육의원선거구 명칭·구역·정수 조례'에 반영된다. 4년 전 선거구획정 당시에는 제주시 아라동 분구와 서귀포시 대륜동 단일 선거구 신설, 일부 동지역 통합 조정이 이뤄졌다. 현재는 인구 증가세가 정체돼 있어 대규모 구역 조정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교육의원 폐지로 의원 정수가 변동될 수 있어 최종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도의회 내부에서는 정수 증원을 기대하고 있으나 인구 증가가 멈춘 상황에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제주특별법을 개정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례대표 축소를 통한 지역구 증설도 현실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획정위는 앞으로 격주 단위로 회의를 이어가며 최종 획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도민 참여를 통해 수돗물 안전성을 확인하는 하반기 수질검사를 실시했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지난 3일 도내 정수장과 마을상수도 급수구역 내 20개 지점을 대상으로 수질검사를 실시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검사에는 초·중·고교 음수대 17곳도 포함됐다. 지난 3월 이뤄진 상반기 검사에서는 모든 항목이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번 검사는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 상하수도본부 수질검사팀과 수돗물평가위원이 함께 참여하는 4개 팀으로 구성돼 이뤄졌다. 각 지점별로 수돗물 시료를 채취하는 과정은 전면 공개됐다. 검사 항목은 먹는 물 수질기준 60개로 현장에서 잔류염소를 측정하고 나머지 59개 항목은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분석을 거쳤다. 검사 결과는 일간지와 도 상하수도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읍·면·동 사무소에도 안내될 예정이다. 좌재봉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장은 "도민이 직접 참여하는 수질검사를 통해 수돗물 안전성을 확인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깨끗한 수질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국민의힘 중앙당 윤리위원회가 고기철 제주도당위원장에 대해 '주의' 처분을 내렸다.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 조치여서 고 위원장은 직무를 이어가지만 폭행·갑질 의혹은 여전히 논란으로 남아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힘 윤리위는 최근 당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명수 제주도당 사무처장의 제소 건을 심의한 끝에 고 위원장에 대해 '주의'를 의결했다. 국힘 당규 제21조가 규정한 징계는 제명, 출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4가지다. 주의는 이보다 낮은 단계의 징계 외 처분으로 분류된다. 조사 과정에서 고 위원장은 "선후배 관계에서 일부 신체적 접촉이 있었지만 폭행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당내 직무는 예정대로 수행하게 됐다. 그러나 이 사무처장은 이미 고 위원장을 상대로 고용노동부 산하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지방노동위는 근로기준법 제8조에서 정한 괴롭힘과 폭행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고 위원장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 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직 인선과 인재 영입에 주력하고 있다. 장동혁 국힘 신임 당대표와의 교류 자리에서는 제2공항 건설 추진과 4·3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대변인이 임명 직후 사퇴하는 등 내부 혼선이 이어지고 있어 선거 체제 정비 과정에서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전국은 요동쳤다. 17개 시·도가 일제히 비상 체제로 흔들렸다. 비상계엄령이 발동되던 그 때 제주에서는 도청 본관 출입문이 닫혔다. 밤 11시 17분부터 다음 날 새벽 2시 13분까지다. 이 조치가 단순한 '출입문 통제'였는지, 아니면 '청사 폐쇄'였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며 제주도정은 곧바로 '불법 계엄 동조' 의혹에 휘말렸다. 논란의 중심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의 '부재'가 있었다. 오 지사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불법 계엄 사태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그날 저녁 저는 제주에 없었다. 서울에서 기업인들과 면담을 마친 뒤 오산에서 식사를 했고, 오후 9시 5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택으로 이동해 비서실장과 특보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으며 지시를 내렸고, 새벽 1시 30분 도청 회의를 소집해 "군·경은 상부 지시가 있더라도 따르지 말라"는 불복 지침을 명확히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단의 질문은 한 가지로 모였다. "왜 공항에서 곧바로 청사로 가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오 지사는 "합법 계엄이었다면 즉각 출근했겠지만 불법 계엄은 무효라고 판단해 자택에서 대응했다. 도청으로 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규정과 맞물려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에는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지방자치단체장은 비상근무를 발령해야 한다'는 조항이 분명히 존재한다. 홍명환 전 제주도시재생센터장은 "지사가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곧바로 도청으로 가 비상근무 발령을 검토했어야 했다. 즉시 도청으로 향하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내란 피의자인 행안부 의도대로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 지적은 오 지사의 행보가 단순히 '자택 지휘가 가능했는가'의 문제를 넘어 비상사태에서 최고 책임자의 책무를 다했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남긴다. 계엄이 선포됐을 무렵, 상당수 광역단체장들은 '현장 복귀'와 '직접 지휘'를 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계엄 발표 직후인 밤 11시경 시청으로 복귀해 잇따라 비상회의를 주재했고, 자정 무렵에는 '계엄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같은 시각 청사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새벽에 구청장·시의회·시민사회·교육계가 함께하는 연석회의를 시청에서 주도해 "반헌법적 계엄은 무효"라는 공동 메시지를 발표했다. 김관영 전북지사 역시 자정 무렵 청사에서 비상근무와 청사 방호, 연가 통제 등 실무 지시를 직접 내렸다. 여기에 김동연 경기지사는 도청 폐쇄 명령을 거부하고 즉각 실·국장 회의를 소집했다. SNS를 통해 '쿠데타적 계엄은 무효'라는 메시지를 대외에 발신했다. 또 외교적 신뢰 회복을 위해 세계 지도자들에게 긴급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일부 지자체장은 계엄 상황 보고를 받자마자 청사로 복귀해 현장을 지켰다는 점에서 공통적으로 '존재감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려 했다. 반면 김영환 충북지사는 밤 10시 36분 첫 보고를 받고도 0시 48분 도청에 나와 20여 분 회의만 한 뒤 귀가해 '늦장 대처·부실 대응' 비판을 받았고, 이장우 대전시장은 "집에서 보고받고 있었다"고 밝혀 회의 주재 부재가 논란이 됐다. 제주도정의 선택은 이들과 같은 '원격 지휘형'이었다. 제주가 특히 곤혹스러운 이유는 '청사 용어' 논란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당시 제주도정이 배포한 문서에는 '청사 출입문 폐쇄'라는 표현이 적시돼 있었고, 실제로 출입문이 닫혔던 사실도 확인됐다. 도정은 "청사 전체 봉쇄가 아니라 일부 출입문 통제일 뿐"이라고 해명했고, 강재병 대변인 역시 "청사 전체 폐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폐쇄'와 '통제' 사이의 단어 차이는 오히려 불신을 키웠다. 지사가 자리에 없었던 그 시각, 문서와 현실의 간극은 여론의 의심을 자극했다. 행정·정치적 관점에서 보자면 오 지사의 자택 지휘가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법률상 '지사는 반드시 청사에서만 지휘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고, 보고 체계가 작동하면 자택이나 출장지에서도 지휘가 가능하다. 오 지사의 설명대로 "불법 계엄은 무효"라는 논리도 법기술적으로는 설득력을 가진다. 하지만 위기 관리의 본질은 법적 정합성만이 아니다. 도민이 체감하는 것은 '상징적 리더십'이고, 공직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컨트롤타워의 현존'이다. 같은 밤 김동연 경기지사는 도청에서 실국장 회의를 소집하고, 행안부의 봉쇄 요청을 거부하라고 지시하며 대외 메시지를 내놓았다. 오세훈, 박형준 시장의 행보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사례가 제주와 대비되면서 "제주지사는 왜 그 시간 청사에 없었나"라는 질문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오 지사는 "청사 폐쇄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며 논란을 부인했지만 도정이 배포한 문서와 실제 현장 조치가 남긴 혼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도청에 지사는 없었다는 사실이 불신을 더 키운다. 현장에서 "단호한 메시지를 보여줬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쏟아졌고, 오 지사는 "군·경에 강력한 지침을 내린 만큼 부족했다고 느끼셨다면 송구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핵심 질문, "왜 청사로 가지 않았는가"는 여전히 남았다. 오 지사의 자택은 도청과 멀지 않았고, 그의 설명대로라면 밤 10시 무렵 이미 제주에 도착해 있었다. 자정까지 청사 복귀와 간부 소집, 최소한의 현장 메시지는 물리적으로 가능했을 것이다. 반대로 불필요한 혼선을 막기 위해 '불법 계엄의 무효성'을 이유로 현장 복귀를 미룬 선택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결과다. '자택 지휘'가 남긴 것은 법적 정당성보다는 '리더십의 부재'였다. 이번 논란은 가능과 불가능의 문제가 아니다. 자택 지휘는 법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도민들이 위기 상황에서 원한 것은 '가능의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청사에 등불을 켜고 조직을 결속시키는 리더의 존재였다. 같은 시간 다른 단체장들의 대응과 비교할 때 제주가 직면한 비판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에서 비롯된다. 다음 위기에서 제주도정이 답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더 빠른 해명이 아니라, 더 빠른 출근이다. "왜 그 밤, 청사에 없었나?"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