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와 제주도가 제주 신항만 개발사업과 관련해 주민 의견 수렴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환경단체들은 단 한 차례로 예정된 공청회와 미비한 사전 홍보에 대해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3일 논평을 내고 "지난 4월 열린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에도 해수부가 불참한 데 이어 이번 공청회도 주민 소통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해양수산부는 24일 오후 1시 김만덕기념관에서 '제4차 전국 무역항 기본계획 수정계획(제주항)' 관련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하지만 이 단체는 "사업 예정지에 포함된 용담동, 삼도2동, 건입동, 화북동 등 4개 마을 주민들을 위해 별도 공청회를 요청했지만 해수부와 도는 법적 의무만 충족하는 수준의 단일 공청회만 계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공청회 일정조차 하루 전 공지되고, 주민 대상 홍보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주신항만 개발사업은 오는 2045년까지 모두 3조8278억원을 투입해 제주시 삼도동, 건입동, 용담동 일대 514만9000㎡를 매립해 22만톤급 크루즈 1선석, 15만 톤급 크루즈 3선석, 잡화부두 3선석, 유류부두 1선석 등을 조성하는 초대형 항만개발 계획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번 계획에 대해 "사실상 바다를 매립해 민자유치용 상업시설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강하다"며 "매립으로 마을 어장이 사라지고, 해양생태계 1등급 권역인 신항만 예정지에도 직접적 환경 변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계획 변경이 향후 어떤 절차로 이어질지, 주민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질의응답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관계 당국은 해당 지역 주민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의 적극적인 설명과 의견 청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양수산부와 도는 이번 공청회를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최종 계획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진정성 있는 공론화 없이 일방적인 추진으로는 오히려 갈등만 키울 것"이라며 "추가적인 지역 설명회와 절차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지역 신혼부부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공공임대주택 월 3만원' 정책이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제주도는 저출생과 청년 인구 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신혼부부와 청년층을 위한 맞춤형 주거복지 정책을 본격 추진한다고 24일 밝혔다. 우선 '신혼부부 유형 월 3만원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에 신혼부부 유형으로 입주한 가구에 임대료를 지원해 실제 부담액을 월 3만원으로 경감한다. 매입임대, 전세임대, 통합공공임대, 행복주택 등에 입주한 가구가 대상이며 월 임대료 중 3만원을 제외한 금액을 전액 지원한다. 대상은 800여가구라고 도는 전했다. 소득 기준은 지난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맞벌이는 120% 이하)이며 신청 기간은 다음 달 1일부터 25일까지다. 신청은 정부24(www.gov.kr)를 통해 가능하다. 또 '하영드림 주택마련 지원' 사업을 통해 도내 전용면적 85㎡ 이하, 매매가 6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한 신혼부부 또는 자녀 출산 가구에 주택 구입자금 대출이자의 일부를 지원한다. 지원 이율은 신혼부부 0.2%, 1자녀 가구 0.8%, 2자녀 이상 가구 0.5%며 최대 3억원의 대출금에 대해 연 1.5% 이내로 지원한다. 정부 지원 대출을 받은 경우 부부 합산 연 소득 1억원 이하, 민간 대출은 1억3000만원 이하까지 가능하다. 신청은 다음 달 1일부터 31일까지 정부24를 통해 할 수 있다. 이외에 올해 1월부터 만 35∼39세 무주택 청년 세대주에 월 20만원씩 최장 12개월간 임차료를 지원하는 '제주청년 희망충전 월세 지원' 사업도 시행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도 누리집에서 확인하거나 제주120만덕콜센터(☎120), 제주도 주택토지과(☎064-710-4251∼4)로 문의하면 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한라산국립공원을 지나는 주요 도로에 친환경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한다. 제주도는 24일 "전체 사업비 3억2000만원을 투입해 1100도로와 5·16도로 일대에 태양광 가로등 42기를 연내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이른 새벽 산행에 나서는 탐방객과 지역 주민의 보행 안전을 확보하고, 야간 시간대 교통사고 및 로드킬 예방을 위한 조치다. 특히 전기 공급이 제한적인 한라산 인근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친환경 에너지 방식을 채택했다는 설명이다. 태양광 가로등에는 주변 밝기에 따라 점등 밝기를 조절하는 '디밍 시스템(Dimming System)'이 적용돼 자연림 내 빛 노출을 최소화하고 빛 공해를 줄이는 한편 야간 생태계 보호 효과도 기대된다. 도는 앞서 2023년 평화로에 27기, 지난해 5·16도로에 5기의 태양광 가로등을 시범 설치한 바 있다. 도는 이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2023년부터 내년까지 연간 7.4톤의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도는 이번 설치 사업에 이어 내년까지 연차적으로 1100도로와 5·16도로에 모두 170기의 태양광 가로등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기존 가로등 설치가 어려운 지역에 친환경 시설을 확충함으로써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유네스코(UNESCO)와 손잡고 제주에서의 '워케이션(Workation)'과 '런케이션(Learncation)' 활성화에 나선다. 유네스코 본부 직원들이 제주에서 근무와 휴식을 병행할 수 있도록 협력 기반이 마련됐다. 제주도는 지난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유네스코 내 공식 직원 대표기구인 국제직원협회(Association of International Civil Servants of UNESCO)와 워케이션·런케이션 협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업무협약은 유네스코 직원들이 일정 기간 제주에 머무르며 근무와 휴가, 또는 학습을 병행할 수 있도록 행정 지원과 환경을 조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시에 제주와 유네스코 간 인적 교류 및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협약식에서 "제주는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워케이션과 런케이션을 진행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제주가 글로벌 인재들이 머물며 일하고 싶은 도시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번 노크 막심 유네스코 국제직원협회장은 "이번 협약은 유네스코의 협력 정신과 개방적 문화를 바탕으로 제주도와 함께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양측 협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도는 이와 별도로 유네스코와의 교류 확대를 위한 인턴십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도는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의 '제주 인재 육성사업' 일환으로 내년부터 매년 10명 이내 인재를 유네스코 본부에 장기 인턴으로 파견할 방침이다. 이번 인턴십은 기존 단기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개편한 것이다. 일반인 5명은 6개월, 공무원 5명은 1년간 유네스코에서 문화·교육·과학·행정 분야 실무를 경험하게 된다. 협약 체결 이후 오 지사는 아니크 그리자르(Anick Grisar) 유네스코 인사국장과도 면담을 갖고 인재 파견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그리자르 국장은 이에 대해 "풍부한 문화와 역사를 지닌 제주와 협력하게 돼 영광"이라며 "양측 파트너십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추진하는 '제주형 건강주치의 제도'가 보건복지부와의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를 조건부로 통과하면서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시범사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제주도는 지난 16일 보건복지부와의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를 조건부로 완료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따라 도는 2년간 시범사업을 운영하며 등록 환자의 진료비 증감, 입·내원일수, 서비스 질 등의 지표를 평가받게 된다. 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 지속 여부, 내용 보완 여부 등이 결정될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와의 협의는 사업의 구체성 부족과 기존 사업과의 중복 우려 등을 이유로 재협의가 반복되며 지연돼 왔다. 당초 목표였던 7월 시행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주치의제 활성화'와 맞물려 협의가 빠르게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추진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발간한 정책공약집에는 ▲주치의 중심 1차 의료체계 구축 ▲방문·재택진료 보상체계 강화 ▲노인·소아질환 중심 단계별 주치의 등록 등 전국민 주치의제 도입 방안이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도는 제주형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이 국정과제에 반영될 경우 후속 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도는 이번 협의 완료에 따라 조례 제정, 추경 예산 확보, 운영 기반 구축 등 후속 절차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복지부가 권고한 주치의 의료기관 선정 기준, 성과 기반 지불방식, 환자 수 차등 설정, 기존 유사 사업과의 연계 방안 등도 제도 설계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이번 시범사업은 의료 취약지역인 농어촌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과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주치의는 의원급 의료기관 의사가 일정 요건을 갖춰 등록하면 지정 가능하다. 주민은 이를 선택해 지속적인 진료 및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다. 조상범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은 "사회보장제도 협의 완료는 제주도의 새로운 제도 도입에 정부 협력을 이끌어 냈다는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조례 정비, 예산 확보, 지원체계 구축 등 후속 절차를 꼼꼼히 진행해 제주형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이 도민 건강을 지키는 새로운 의료체계 혁신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제주도가 지방비 부담에 직면, 재정 확보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2차 추경은 모두 30조5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이 중 민생회복지원금과 지역화폐 예산만 13조2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민생회복지원금은 국비 10조3000억원, 지방비 2조9000억원으로 구성돼 지방자치단체마다 수백억원대의 자체 재정 투입이 요구된다. 제주도의 경우 전 도민 지급 기준으로 민생회복지원금 총액은 약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중 약 20%인 300억원을 지방비로 부담해야 한다. 정부의 지급 방식이 소득 기준을 반영할 경우 최종 부담액은 조정될 수 있다. 지역화폐 '탐나는전'도 추가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정부는 1차 추경에서 지역화폐 국비 4000억원을 반영한 데 이어 이번 2차 추경에서 6000억원을 증액했다. 도는 지난 1차 추경을 통해 국비 90억원을 배정받았다. 이에 대응하는 지방비 225억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의 재정 투입 확대는 환영받고 있으나 도는 대응 예산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선 8기 제주도정은 지난 4월 본예산보다 2194억원 증가한 7조7976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을 편성했다. 당시 세외수입, 국고보조금, 순세계잉여금,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을 동원해 재원을 마련했지만 도의회와의 협의 끝에 일부 예산을 유보금으로 전환했다. 2차 추경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이 유보금 145억원 전액을 정부 예산 매칭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 추가 예산이 필요한 경우 보조금 삭감 등 세출 구조조정 논의가 재현될 수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지방비 배분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비 매칭을 위해 유보금 투입은 물론 추가적인 예산 조정도 불가피하다"며 "정부 방침이 확정되는 대로 즉시 대응 추경을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69개국 중 27위에 그쳤다.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20위에서 7계단 떨어졌다. 매해 공개되는 기업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이긴 해도 나라 밖에서 이렇게 바라본다는 점이 신경 쓰인다. 더구나 같은 아시아권 경쟁국인 홍콩은 3위, 대만이 6위, 중국도 16위로 한참 위에 랭크돼 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정치 혼란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순위 하락은 예상됐다. 하지만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세계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와중에 드러난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 하락은 위기 신호다. ‘기업 효율성’ 부문 순위가 23위에서 44위로 21계단 곤두박질하며 전체 순위를 끌어내렸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치 안정성 순위도 지난해 50위에서 바닥권인 60위로 내려앉았다. IMD 순위는 각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얼마나 갖췄는지,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지를 평가한다. 올해 ‘기업 효율성’ 성적표는 한국의 주력산업이 흔들리는 데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기민하고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 활동과 관련해 생산성(33→45위), 노동시장 유연성(31→53위), 경영 관행(28→55위), 기업인의 태도·가치관(11→33위) 등 거의 모든 세부 항목에서 순위가 내려갔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로 통하는 대기업 경쟁력도 41위에서 57위로, 기업의 위기 대응 능력은 17위에서 52위로 급락했다. 메모리반도체 등 성장을 주도해온 제조업 중심 수출 대기업들이 글로벌 관세전쟁과 중국 제조업 굴기의 직격탄을 맞아 비틀거리는 현실을 반영한다. 경쟁국과 비교해 첨단기술 개발 속도가 느리고, 혁신을 이루려는 경영진의 노력이 미약함도 보여준다. 인프라 부문의 평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11위에서 올해 21위로 10계단 내려앉았다. 기본 인프라, 기술 인프라, 과학 인프라, 교육, 보건·환경 등 거의 전 영역에서 순위가 하락했다. 특히 디지털·기술 인력 확보 부문에선 대만·싱가포르 등에 밀리며 첨단산업 기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초·중등 및 대학 교육의 질 저하는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마저 위협한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육성·인재 양성을 외치지만, 세계 톱50 연구기관도 톱30 대학도 없는 참담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금처럼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계속되면 국가경쟁력은 더 추락할 것이다. 정부가 19일 30조5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지만, 경기 진작과 민생 회복을 위한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소상공인의 빚을 탕감해주는 등에 초점을 맞춘 임시방편이다. 지난 5월 1일 국회를 통과한 13조8000억원 규모 1차 추경에 이어 올해 두번째 추경이자 새 정부 출범 이후 보름 만에 마련된 첫 추경이다. 이로써 정부의 올해 총지출은 기존 본예산 673조3000억원에서 702조원으로 불어나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2차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만큼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도 늘어난다. 그럼에도 정부가 예상하는 2차 추경 효과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정도 끌어올리는 데 머문다는 점은 국가 재정 투입의 한계를 보여준다. 한 나라의 경쟁력은 기업들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더구나 지금은 글로벌 관세전쟁 속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는 가운데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기업의 노력, 정부의 경제·외교·안보 정책 역량, 안정된 정치의 3박자를 갖춘 나라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지고 국가경쟁력 순위도 뒤바뀔 것이다. 기업의 창의성을 억누르는 낡은 규제를 걷어내고, 민간의 활력을 살릴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그 어떤 정책보다 시급하다. 새 정부도 규제혁신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과거 정부처럼 구호에 그쳐선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각종 규제를 당국이 허용해야 기업이 할 수 있는 포지티브(사전적) 방식에서 특별히 금지하는 일을 빼고는 모두 할 수 있는 네거티브(사후적) 방식으로 확실히 바꿔야 할 것이다. 서울대 공과대학이 해마다 이공계 신입생의 1%에 해당하는 1000명의 인재를 파격 지원해 글로벌 기술 생태계를 주도하자는 ‘한국형 천인계획’을 17일 새 정부에 제안했다. 중국이 2008~2018년 진행한 천인계획에 힘입어 반도체, AI, 바이오, 우주항공 등 전략산업에서 급성장한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IMD 국가경쟁력 평가 공개 이후 대통령실은 “범부처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진짜 성장으로 국가경쟁력 회복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낡은 성장 엔진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노동개혁·교육개혁 등 ‘진짜 구조개혁’ ‘규제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진짜 성장’도 가능할 것이다. [본사 제휴 Teh Scoop=양재찬 대기자]
제주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소라가 사라지고 있다. 해양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에서 찾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23일 "제주 연안에 서식하던 소라(Turbo sazae)의 개체군 감소가 단순한 먹이 부족이 아닌 고수온에 따른 면역 기능 저하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KIOST 제주바이오연구센터와 열대·아열대연구센터, 국립수산과학원 갯벌연구센터가 공동 수행한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로 해양 생태계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제주와 동해안에 서식 중인 소라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동일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개체군임을 확인했다. 제주 바다에서 자란 소라 유생이 해류를 따라 북상해 동해 연안에 새로 정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또 이번 연구는 소라 개체 수 급감의 직접 원인으로 해수온 상승에 따른 면역력 저하를 지목했다. 지금까지는 '갯녹음 현상'으로 인한 먹이 부족이 원인으로 거론돼 왔으나 실제로는 먹이 변화가 소라의 생식 기능이나 생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제주에서는 최근 몇 년간 고수온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제주 바다에서 나타난 이 같은 생태 이상은 전국 해양 생물 분포 변화의 예고편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해양환경공단의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에 따르면 소라의 서식 범위는 2018년 기준 북위 37도, 울진 인근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희승 KIOST 원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은 해양 생물의 생존 조건을 바꾸는 핵심 변수"라며 "이번 연구는 제주를 기점으로 한 생태 변화의 과학적 실체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진은 "소라를 포함한 저서생물 생태계의 변화는 어업 생산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제주도 차원의 모니터링 체계 강화와 연안 해양환경 보존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오영훈 제주지사가 "정보화시대의 흐름에 맞춰 행정시장 임명권을 주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이 온당하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24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폐지된 4개 기초자치단체를 도민이 다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주민이 선출한 단체장이 예산과 조례 등 핵심 권한을 갖고 지역 현안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제주·서귀포시 행정시는 법인격과 자치권이 없는 '행정기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자율적 정책 결정은 물론, 예산 편성과 조례 제정에도 제약이 뒤따른다. 인구 불균형 구조(제주시 7 : 서귀포시 3) 해소 역시 행정시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오 지사의 설명이다. 오 지사는 "제주보다 나중에 특별자치도로 출범한 강원과 전북은 기초지자체를 유지하고 있다"며 "제주만 행정시장 임명제를 유지하는 것은 자치분권 정신에 반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8일 배포한 중앙 공약집을 통해 제주 등 3개 특별자치도의 권한 강화를 위한 특별법 개정을 약속했다. 오 지사는 이에 대해 "제주특별법은 지역의 자치 역량을 강화하는 법적 기반이며 현재까지 5321건의 권한이 이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치경찰제를 비롯해 외국교육기관 유치 등 차별화된 분권 특례가 제주에 적용되고 있다"며 "이제는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의 실질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 지사는 "국가 사무를 제외한 모든 권한을 도 조례로 정할 수 있는 포괄적 이양 방식으로 입법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국세의 도세 이양 등 재정 자립 기반 확충도 새 정부가 적극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같은 행정체제 개편을 둘러싸고 제주도의회 내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20일 열린 회의에서 민선 8기 도정 1호 공약인 행정체제 개편 추진 시점이 계속 변경되는 데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김황국 국민의힘 의원(용담1동·용담2동)은 "주민투표가 계속 연기되면 도민 신뢰가 무너진다"며 "이 정도면 도지사가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비판했다. 진명기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행정체제 개편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공약에 포함됐다"며 "8월까지 주민투표 요구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1500만명의 사상자를 낸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전쟁을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전쟁이었다고 진절머리를 냈다. 그러나 ‘전무’한 것은 맞았지만 ‘후무’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30년 만에 밝혀졌다. 1945년 히틀러의 자살로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제2차 세계대전은 그야말로 미증유의 대참사였다. 제1차 세계대전의 희생자가 군인(600만명)과 민간인(900만명)을 합쳐서 1500만명이었던 반면 불과 30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제2차 세계대전은 군인과 민간인을 합친 사망자가 무려 4900만명에 달했다. 이 전쟁의 참상과 피해 규모를 생각하면, 그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규모도 그에 걸맞게 엄중해야만 하고 또한 그랬으리라고 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뉘른베르크 재판’으로 상징되는 전범 재판의 과정과 결과는 우리의 일반적인 기대와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뉘른베르크 국제 군사 재판’에 전범으로 기소된 나치 전범은 고작 24명에 불과했고, 사형선고를 받아 처형된 인물도 달랑 8명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 지하벙커 속에서 히틀러와 함께 마지막 순간(영화 속)을 보낸 나치 핵심 중의 핵심 인물들이다. 나머지는 각각의 징역형에 처했고, 그나마 3명은 무죄 방면됐다. 더구나 사형집행 방법도 현역 군인들에게는 ‘군인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교수형이 아닌 ‘총살형’으로 정해졌다. 참상의 성격과 규모에 비하면 대단히 ‘관대한’ 처분이 내려져 세상 사람들을 의아하게 하고 분노하게 만들기도 했던 재판이었다. 그 관대한 처분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승전국 미국·영국·프랑스·소련 대표로 구성된 재판부에 나치의 침공으로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한 2900만명이라는 비현실적인 희생자가 발생한 소련은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소가 구성되자마자 5만여명의 전범 리스트를 제출하면서 모두 처형하기를 원했다. 미국·영국·프랑스가 파견한 판사와 검사는 모두 문민(文民)이었지만 소련만은 나치의 침공을 죽기살기로 막아내면서 이를 부득부득 갈 수밖에 없었던 그 유명한 현역 육군소장 이오나 니키첸코(Iona Nikitchenko) 를 파견했다. 미국·영국·프랑스의 ‘관대한 처분’을 마뜩잖게 여기던 니키첸코는 사형집행 방식이 교수형이 아닌 ‘총살형’으로 정해지자 마침내 폭발한다. “모두 갈고리에 매달아 놓고 갈가리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들에게 무슨 놈의 총살이냐!” 길길이 날뛴다. 소련이 당한 피해 규모와 원한을 감안한 재판부가 어쩔 수 없이 현역군인은 총살형에 처한다는 처분을 취소하고 교수형으로 바꾼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사형대상자 빌헬름 카이텔(Wilhelm Keitel) 장군, 알프레드 요들(Alfred Jodl) 장군, 헤르만 괴링(Hermann Gring) 원수는 모두 “나에게 총알을 퍼부어 내 몸을 벌집으로 만들어도 좋으니 총살로 집행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지만 기각된다. 결국 괴링은 교도소에서 은닉해뒀던 독극물 캡슐을 깨물어 자살하고 만다. 소련의 분풀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교수형도 밧줄 끈을 느슨하게 만들어 ‘전범’들의 고통이 최대한 오래 지속되도록 하자고 주장해 이 역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목매단 8명의 전범들은 최단 10분에서 최장 24분까지 극한의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벙커 속에서 미리 권총자살을 해버린 히틀러와 괴벨스가 현명했던 셈이다. 소련은 나치 전범들에게 ‘융단폭격(Carpet Bombing)’을 가해 아예 씨를 말려버리기를 원했던 반면, 미국·영국·프랑스는 ‘정밀타격(Pin Point Bombing)’을 가해서 독일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도 유효한 청산방법을 택했던 셈이다. 결국 미국·영국·프랑스의 방식이 옳았던 것으로 판명됐다. ‘뉘른베르크 재판’에 가해자인 독일도 승복하고, 그 이후 독일은 미국·영국·프랑스와 민족적 감정 없이 최고의 ‘우방’으로 지내고 있다. 반면 소련엔 우호적이지 못하다. 자신들의 ‘가해자 의식’이 희미해진 반면, ‘피해자 의식’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미국은 뉘른베르크 재판을 주도하면서 전세계에 가장 공정하고 도덕적이고 자비로운 강대국의 인식을 심어주고 대부분 국가들의 거부와 반발 없이 ‘세계패권국’의 자리에 등극한다. 1945년 이후의 세계를 통칭(通稱) ‘루스벨트가 만든 세상(The World Built by Roosevelt)’라 부른 것도 뉘른베르크 재판을 주도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현명한 대처에서 기인한 것이다. 특히 서독 법원은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난 3명의 전범들을 다시 자체 재판에 회부해 그중 3명에게 자체적으로 유죄 판결을 내려 각각 징역 5년에서 8년형을 선고하고 응징한다. 피해자가 용서했는데도 스스로 자신을 처벌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나치라는 ‘악령’은 독일에서 봉인될 수 있었다. 과거사 청산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에겐 곱씹어야 할 역사가 있다. 광복 후인 1948년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반민족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했지만 그 결과는 뉘른베르크 재판과 비교된다. 반민특위가 기소한 친일파 7000여명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저항하자 반민특위는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을 처단하려는 세력을 ‘빨갱이’로 몰아가는 친일파들의 조직적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기도 했다. 그 결과, 우리의 반민특위는 단 한명의 친일파도 척결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을 ‘친일파 vs 빨갱이’란 무한갈등의 지옥에 빠트리는 우(愚)를 범하고 말았다. 반민특위가 뉘른베르크 식의 정밀타격을 하지 못했던 것이 못내 한(恨)으로 남는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12·3 계엄과 내란을 청산하기 위한 ‘내란특검법’이 국회에서 마침내 통과됐다고 한다. 그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내란특검이 얼마나 많이, 누구를 어떻게 기소할지, 그리고 기소된 내란 용의자들에게 법원이 어떤 죄를 물어서 첨예하게 분열된 진영 모두가 승복하고 사회통합으로 나가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부디 반민특위의 우를 되풀이하지 않고, 루스벨트가 현명하게 주도했던 뉘른베르크 재판이 재현되길 소망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그 많던 야자수는 다 어디 갔나요?" "다 뽑았대요. 그런데 또 심는대요." 제주시 탑동로를 걷던 관광객과 상인의 대화다. 제주시는 지난 3월부터 이 곳 가로수도 심어졌던 워싱턴야자수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방향을 틀었다. 지금 탑동로에서는 야자수를 다시 심는 '재식재' 작업이 한창이다. 그 사이 도민 혈세 3억원 가까이가 공중으로 흩어졌다. 사실 워싱턴 야자수가 제주와 인연을 맺은 건 오래다. 1982년부터 제주도내 주요 도로와 관광지에 심어져 그동안 남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이색 풍경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한때 3500여 그루가 도내 곳곳에서 자라 제주의 또 다른 상징이 되기도 했다. 아열대 식물인 워싱턴 야자는 멕시코, 북아메리카의 애리조나주, 뉴멕시코주, 콜로라도주 등지에 주로 분포한다. 줄기는 하나로 곧고 원기둥 모양이며 회갈색이 난다. 잎은 꼭대기에 빽빽이 나며 부챗살처럼 돼 있다. 수명은 80~250년 이상이고 추위에 비교적 강해 제주지역 등에서 노지월동이 가능하다. 최대 25m 이상까지도 자라 제주 곳곳에 심어진 워싱턴 야자들도 20m를 훌쩍 넘는 크기로 자랐다. 바람에 대한 저항성이 아주 강한 편인 수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주의 거센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는 일이 속출해 안전상의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제주시는 올해 탑동 이마트에서 제주항 임항로까지 이어지는 1.2㎞ 구간에 심어진 야자수 117그루를 제거하고 이팝나무로 교체하는 수종갱신 사업에 약 2억87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해마다 고가의 장비로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 '비효율적 수종'이라는 이유였다. 유지관리 비용 또한 수천만원에 이른다. 시는 이런 점을 들어 "도심 가로수로 적합하지 않다"며 제거에 나섰다. 그러나 '현장'은 다르게 움직였다. 탑동 일대 야자수가 사라지자 인근 상인들과 도민들은 "제주의 상징을 왜 없애느냐"며 반발했다. "야자수 없애면 서울 도로랑 뭐가 다르냐", "탑동엔 야자수가 있어야 그림이 된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시는 서둘러 도시숲심의위원회를 열고 삼도2동·건입동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그 결과 계획은 전면 수정됐다. 탑동사거리에서 옛 라마다프라자호텔까지 구간에는 워싱턴야자수 68그루를 다시 심었다. 이미 제거했던 구간에 다시 나무를 심은 것이다. 반면 김만덕객주에서 탑동사거리 구간은 기존 계획대로 이팝나무를 심었다. 이 과정에서 들인 추가 비용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야자수 한 그루를 운반하고 이식하는 데 드는 비용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이다. 이미 제거한 나무 일부는 애월 고내리 레포츠공원과 곽지해수욕장 등 다른 관광지로 옮겨졌고, 그 역시 모두 혈세로 충당됐다. 단 한 번의 공사로 끝낼 수 있었던 사업이 도민 반발과 행정의 번복으로 '두 번 예산'을 쓰게 됐다. 이 사업 전체에 투입된 예산은 약 3억2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중 상당수가 사실상 '되돌리기' 비용으로 쓰인 셈이다. 더 심각한 건 '행정 신뢰'다. 애초에 지역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수종을 바꾸려 했다가 여론에 떠밀려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삼도2동 도민 정모씨는 "이게 무슨 '긴급 재난 상황'도 아니고 나무 뽑고 심는 데 계획도 절차도 없이 예산부터 쓰는 게 말이 되느냐"고 쏘아붙였다. 도내 조경 전문가 역시 "수종 교체는 최소 10년 단위의 계획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반복되는 공사는 경관 혼란은 물론 예산 낭비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제주시는 "SNS에서 '대한민국의 LA'. '대한민국의 하와이'로 불릴 만큼 제주의 야자수가 상징적 경관 자원으로 인식된다"며 지역성과 관광 가치를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 설명은 애초 계획대로 이팝나무가 식재된 구간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정작 시민이 묻고 싶은 것은 단 하나다. 왜 처음부터 듣지 않았느냐는 것. 주민이 반발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계획을 뒤엎고, 그 뒤엔 '심고 뽑고 다시 심는' 소모적 행정이 반복된다면 결국 그 대가는 도민이 치르게 된다. 이번 일로 드러난 사상 초유의 '행정 유턴'은 나무 한 그루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은 뿌리를 내려야 할 곳에 내리지 못했고, 대신 돈만 쏟아부었다. 남은 건 다시 심은 야자수가 아니라 정책 신뢰의 붕괴와 허공으로 날린 세금에 대한 원망이다. 야자수는 되돌아왔지만 오락가락 행정에 대한 시민불신은 더 커지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시 연동에서 까마귀 때문에 발생한 정전 사고로 360여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승강기에 갇힌 주민 3명은 구조됐다. 24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5시 56분 제주시 연동 한 아파트 인근 전봇대에서 변압기 손상으로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이 때문에 아파트 366세대가 정전 피해를 겪었다. 정전 여파로 아파트 내 승강기가 멈춰 주민이 갇혔다는 신고가 8건 접수됐고, 119 구조대는 현장에 출동해 3명을 구조했다. 소방당국은 "까마귀가 변압기에 접촉하면서 전기 합선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전력공사 제주지부는 사고 발생 약 1시간 10여 분만인 오후 7시 10분 복구작업을 완료하고 전기 공급을 재개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