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운폴’은 히틀러가 베를린 총리 관저 지하 82m 깊이에 구축한 ‘총통 방공호’에서 보낸 그의 마지막 14일간의 모습을 재현한다. 히틀러의 마지막 타자(打字) 여비서였던 트라우들 융에(Traudl Junge)의 증언을 기반으로 제작했다 하니 작가나 감독의 상상만은 아닌 듯하다. 트라우들 융에는 1942년부터 히틀러를 가장 지근거리에서 관찰한 사람이다. 벙커 속에서 자살한 날 히틀러가 구술하는 유언장을 타이핑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니 히틀러의 모습을 가장 생생하게 증언할 수 있었을 듯하다. 그 여비서가 증언한 히틀러의 모습은 영화가 보여준 그대로다. 장군과 참모들을 세워놓거나 앉혀놓고 손을 떨어가면서 끊임없이 일방적으로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지시한다. 그 와중에 누군가 용기를 내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의견이나 의문을 제기하면 그의 전매특허인 분노의 ‘샤우팅’을 터뜨린다. 샤우팅 한방으로 모든 참모들을 ‘입틀막’ 해버린다. 그러나 기이한 것은 장군과 참모들 어느 누구도 밖에서 모여 자기들끼리 히틀러의 독선과 독단을 성토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모두 히틀러의 ‘지적 우위’와 통찰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다. 난폭한 독재자이기보단 17~18세기 유럽의
우리나라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저항권'을 명시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불의에 저항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는 헌법 전문을 근거로 본다. 헌법재판소는 저항권에 대하여 '국가 권력에 의하여 헌법의 기본원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행하여지고, 그 침해가 헌법의 존재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서, 다른 합법적인 구제수단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에 국민이 자기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실력으로 저항하는 권리'라고판결한 바 있다. 이 판결은 독일 연방공화국 기본법(연방 헌법)의 규정하는 저항권(right to resist)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아진다. 기본법 제20조 제4항 '모든 독일 국민은 다른 구제수단이 없을 때, 이 헌법 질서를 폐지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All germans shall have the right to resist any person seeking to abolish this constitutional order if no other remedy is available 이 규정은 짧은 문장으로 표현되었으나, 저항권의 주체는 국민으로서 민주주의 헌법질서
윤석열 대통령이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인용으로 파면됐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3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된 지 111일 만이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극심했던 분열과 갈등의 사회가 화해와 통합의 길을 걷도록 정치권이 노력할 때다. 파면된 윤 대통령 자신과 여당 국민의힘은 헌재 결정을 겸허히 승복해야 할 것이다. 자신들의 뜻과 다른 선고가 나왔다고 불복 저항하는 것은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다. 여야 정치권은 더 이상 증오와 선동의 언어로 갈등을 조장하거나 상대 정치세력을 악마화하지 않아야 한다. 탄핵 정국에서 두드러진 정치·경제·사회 현안과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치권의 최우선 과제는 사회통합이다. 탄핵을 반대한 윤 대통령 지지층도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들이 왜 그런 생각과 행동을 했을지에 대해 정치권이 성찰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 표라도 더 받은 후보와 정당이 정부·의회 권력을 잡고 승자독식하는 선거제도와 권력구조에 대한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 바야흐로 정치판은 조기 대선 모드로 전환했다. 대통령이 파면되면 헌법에 따라 60일 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 대선일은
히틀러가 자살하기까지 베를린 지하방공호에서 보낸 14일간의 영상기록과 같은 영화 다운폴(Downfall)을 따라가다 보면 어이없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하다. 히틀러와 나치 최고 참모들이 보여주는 ‘상호작용’은 거의 진시황제와 환관들의 그것이다. 히틀러의 손짓 하나 눈빛 하나에 별을 주렁주렁 단 장군들은 사시나무 떨 듯하고, 히틀러의 황당한 격노에도 모두 죽을죄라도 지은 것처럼 전전긍긍한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국민들은 대개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기 마련이다. 혹시나 히틀러의 참모들도 몰리고 몰려서 지하방공호로까지 숨어든 절체절명의 상황인지라 히틀러를 중심으로 단결했나 싶지만, 그렇지 않다. 전쟁 전부터 이미 광기에 사로잡힌 지 오래인 히틀러를 절대 지지하고 뭉쳤기 때문인지 다 같이 지하방공호로까지 내몰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패전과 함께 ‘전범(戰犯)’인 그 수뇌부들만이 극한상황에 내몰렸다면 그들의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 때문에 애먼 국민들까지 모두 극한상황으로 내몰렸으니 딱한 일이다. 물론 히틀러에 열광한 그다지 ‘애꿎지 않은 국민’들도 많기는 하다. 엄밀히 따지면 그들도 ‘뉘른베르크(Nürnberg) 국제군사재판(1945~1
'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살핀다. 미국과 독일 등의 연방헌법을 비롯해 각 ‘주 헌법’이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각 국의 헌법에 대하여는 많은 연구가 있어왔으나 ‘주 헌법’에 대하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연재를 통하여 처음으로 소개한다. 특히 계엄과 같은 국가의 권력 남용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헌법과 국민의 권리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다시 새겨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780년 제정된 미국 ‘메사추세추 주 헌법’ 제1장 제26조는 '치안판사 혹은 법원은 과도한 보석 혹은 보증을 요구하거나, 과도한 벌금을 부과하거나, 혹은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로 고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No magistrate or court of law shall demand excessive bail or sureties, impose excessive fines, or inflict cruel or unusual punishment. 이 규정은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자의적인 판단으로부터 국민이 억울하게 희생을 당하지 않도
103세의 삶은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일까? 1923년 3월 22일은 어머니가 이 세상으로 보냄을 받은 날이다. 100년을 넘게 살다 보면, 자식은 어머니의 생일을 잊어먹을 수도 있겠다. 2남 7녀나 되다 보니 나이가 80에 가까운 자식도 있고, 외국에 있거나 육지에 사느라 ‘보지 않으면 멀어지는’ 자식들도 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라는 말이 그저 생긴 게 아님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자식을 이 세상에 보내놓으신 하나님은 결코 잊으심이 없으신가 보다. 지난 토요일 어머니의 생신날은 유난히 하늘이 해맑고 기온이 따스했다.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분홍색 코트를 입혀드리자, “오늘이 미신 날이니? 이추룩 곱닥헌 옷 입엉, 우리 어디 갈꺼니?”라고 물으신다. “어머니 인생 최고의 날이우다. 103세 생신이라 마씸. 오늘은 이 차 탕 대포로 가게마씸. 대포! 어머니 고향으로....” 어머니를 부축하며 외치는 언니의 말에, 어머니가 미안한 듯 혼잣말을 하신다. "백 설 넘은 늙은이가 생일은 미신 생일게... 호루 호루 살아지는 것만도 니네들한티 고맙고 미안헌디..." 어머니 얼굴을 보니, 정말로 미안하신 표정이다. 문득 요즘 노인대학 특강을 다니면서 만든 강의안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며 국정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에서 경상남북도 지역에서 동시다발 산불이 발생해 최악의 인명 피해를 냈다. 봄철이면 연례행사처럼 산불이 발생하는데 당국의 대처가 너무 허술했다. 강풍과 이상고온 등으로 인해 초기 진화는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었더라도 인명 피해는 제대로 대처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경북 의성군에서 발화해 북동부로 확산한 산불은 영양군, 청송군, 영덕군, 안동시에서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자들이다. 재난문자를 받고 대피하다가 차 안이나 도로 등에서 변을 당했다고 한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사전 대피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이 지자체 경계를 넘어오기 직전에야 대피 문자를 발송했다. 대피 장소를 안내한 지 얼마 안 돼 변경하기도 했다. 그나마 산불로 통신망이 끊긴 곳에는 문자가 전달되지 않았다. 차량으로 취약지역을 돌고, 민방위 경보방송 등 긴급 통신수단을 강구했어야 했다. 당국의 산불 진화 역량도 문제투성이다. 초기 진화에 큰 역할을 하는 소방헬기는 산림청이 50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주력인 러시아산 헬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부품 공급 차질로 29대 중 8대가 가동 불가능
전선과 이어진 부실한 통신망은 이미 붕괴했다. 간간이 사선을 뚫고 흙먼지 뒤집어쓰고 돌아온 장군들은 숨넘어가는 목소리로 절망적인 보고만 늘어놓는다. 그럼에도 모두들 막연히 무언가 극적인 반전反轉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그들 자신도 모르는 눈치다. 우주의 기운이 모여 미국, 영국, 소련에 한날한시에 회복불능의 대재앙이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침내 히틀러가 지하총통실에서 회의를 소집한다. 수뇌부들은 그들이 메시아(Messiah)라고 떠받들어온 히틀러가 ‘어떻게 좀 해주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히틀러만 바라본다. 그들은 메시아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다. 1950년대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빌프리트 다임(Wilfried Daim)은 히틀러와 나치 수뇌부가 히틀러를 ‘진짜 메시아’로 설정한 새로운 종교로 기독교를 대체하려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폭로한다. ‘뉴 메시아’ 히틀러는 지하총통실에 소집한 나치 수뇌부에 유럽 전선 지도를 펼쳐놓고 자신이 예비해 둔 ‘기적’을 전한다. 그들의 메시아는 이미 궤멸돼 사라진 지 오래인 독일의 정예 전차부대와 사단 병력을 동원해 연합군을 일거에 궤멸하는 ‘기적의 작전’에 혼
'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살핀다. 미국과 독일 등의 연방헌법을 비롯해 각 ‘주 헌법’이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각 국의 헌법에 대하여는 많은 연구가 있어왔으나 ‘주 헌법’에 대하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연재를 통하여 처음으로 소개한다. 특히 계엄과 같은 국가의 권력 남용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헌법과 국민의 권리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다시 새겨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언론의 자유는 권력을 견제하여 국민의 권리를 확대하려는 오랜 노력으로 얻어진 결과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공권력을 비판 또는 감시한다는 의미에서 언론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제도이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언론의 자유를 규정하고, 제4항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선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의 판결(Near v. Minnesota. 283 U.S.697, 1931)에 따라 언론에 대한 사전검열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사생활, 지적재산권, 음
3·19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은 서울시의 오판과 정부의 방관이 초래한 정책 참사다. 서울시는 금리인하 시기와 봄 신학기 이사철을 앞두고 실거래가격이 꿈틀대는데도 지난 2월 잠삼대청(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을 토지거래허가제(이하 토허제) 대상에서 해제했다. 부동산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시장 과열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조치를 방치했다.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변 지역으로 과열 조짐이 번지자 서울시는 35일 만에 잠삼대청 토허제 해제를 철회했다. 여기에 얹어 토허제 대상을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로 확대했다. 토허제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기초단체장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주택은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구(區) 전체가 토허제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정부 때 아파트값이 폭등할 때에도 동(洞) 단위 또는 주요 정비사업 구역 위주로 규제했다. 2·13 조치로 강남권 291개 아파트단지 토허제를 풀었는데, 3·19 조치로 2
영화 다운폴(Downfall·2014년)은 우리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듯하다. 우선 할리우드가 아닌 독일 영화다. 감독도 독일인 올리버 히르슈비겔(Oliver Hirschbiegel)로 낯설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피부로 느꼈던 ‘태평양 전쟁’이 아니라 바다 건너 유럽에서 전개된 2차 세계대전 얘기여서 아무래도 관심도가 떨어진다. 꽤나 ‘명품 영화’로 평가받는 영화 다운폴이 우리나라에서 상영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만큼 이 영화는 모든 게 생소하다. 익숙한 소재인 히틀러의 마지막 14일을 다뤘는데도 그렇다. 먼저 감독부터 이야기해보자. 히르슈비겔 감독은 1971년 전 세계를 경악시켰던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Stanford Prison Experiment)’ 사건을 영화화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선(善)함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인간은 너무나 쉽게 악(惡)에 빠지며, ‘평범화된 악’은 그것을 제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그의 관점은 베를린의 ‘히틀러 총통 방공호’ 속에서 벌어진 ‘히틀러의 마지막 14일’을 향한 관조(觀照)로 이어진 듯하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독일어 원제목 ‘Der Unterga
'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살핀다. 미국과 독일 등의 연방헌법을 비롯해 각 ‘주 헌법’이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각 국의 헌법에 대하여는 많은 연구가 있어왔으나 ‘주 헌법’에 대하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연재를 통하여 처음으로 소개한다. 특히 계엄과 같은 국가의 권력 남용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헌법과 국민의 권리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다시 새겨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919년에 제정된 독일 바이마르 헌법은 국민의 대표에 의하여 제정된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헌법으로 평가받는다. 이 헌법 제1조는 “독일은 공화국이다. 정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면서, 국민이 주인인 바이마르 공화국(1919∽1933년)이 출범한다. The German Reich is a Republic. Political authority emanates from the people. 그러나 극우 정당인 나치당과 히틀러의 출현으로 바이마르 공화국의 헌법질서와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결과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나타난다. 브라질 연방공화국 헌법 제1조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