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던 제주 섬에 불어닥친 4.3의 광풍이 제주 전역을 휩쓴 지 7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간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다. 진상 규명에 이어 국가 보상금 지급, 재심 재판을 통해 현재까지 1191여명이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를 회복했다. 이제 제주4.3은 화해와 상생으로 국가폭력을 극복, 전 세계 과거사 사건 중 모범적인 해결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완전한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아직도 의도를 알 수 없는 명예훼손과 역사왜곡 발언이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75년 통한의 세월을 관통하는 4.3기록물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가폭력의 직접적인 기록과 함께 진상규명과 화해, 국가의 보상으로 이어진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미디어제주·제이누리·제주의소리·제주투데이·헤드라인제주)는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와 공동으로 75년 간의 기록과 역사에서 제주4.3이 세계에 전하는 진정한 평화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제주4.3의 역사를 인류 공동유산으로 보존하는 여정이 시작됐다. 제주4·3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되면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1992년 시
세계는 이미 기후위기의 시대다. 제주만해도 이상기후 현상이 두루 보인다. 봄과 여름은 갈수록 더워지고, 지난 겨울에는 열흘 만에 기온이 18.6도나 뚝 떨어졌다. 이상 고⸱저온이 번갈아 나타나고 있다. 기후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것은 온실가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7억톤. 특히 에너지 분야 배출량이 총배출량의 87%다. 이 중 석탄 등 고체연료에 의한 배출이 전체의 40% 이상이다. 제주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60년 뒤 1년 중 4개월을 폭염에 시달려야 한다. 전 세계는 극심한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앞다퉈 방책을 내놓고 있다. 그 핵심과제가 에너지 전환이다. 탄소배출이 심한 기존 화석연료를 탄소배출이 적은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바꿔가고 있다. 이 흐름을 타고 세계 풍력산업 시장이 빠르게 성장중이다. 세계풍력에너지협회(GWEC)에 따르면 세계 풍력발전 시장은 지난해 837GW에서 2026년 1395GW로 커질 전망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해상을 중심으로 풍력발전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중이다. 제주도도 탄소없는 섬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서 주목받고 있는 사업가가 있다. 양승운(57) 휴먼컴퍼
"한라산이 곧 제주도요. 제주도가 곧 한라산이다." 제주에서 한라산이 차지하는 비중, 그 중요성을 그대로 표현하는 말이다. 화산 폭발로 형성된 섬이 제주인 만큼 한라산은 제주를 낳은 어머니와 같다. 동서로 길게 해안까지 뻗은 한라산은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품듯 360여 개의 오름을 비롯해 동굴, 폭포, 초원, 마을, 사람들을 감싸고 있다. 제주 어디서든 한라산을 바라보고 수많은 사람이 한라산을 오르지만, 우리는 한라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 숭배의 대상 한라산의 유래 제주 섬 한가운데 약 1950m 높이로 우뚝 솟은 남한(南韓) 최고봉 한라산(漢拏山). 한라산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온 것일까. 조선 시대 관에서 편찬한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등 여러 옛 문헌을 보면 한라(漢拏)라고 말하는 것은 '능히 손을 뻗어 은하수를 잡아당길 만하기 때문'(雲漢可拏引也)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라산 꼭대기에서 손을 뻗으면 은하수(雲漢)에 닿을 만큼 산이 높고 웅장하다는 시적 표현이다. 은하수란 뜻을 가진 '한'(漢)과 붙잡는다는 뜻을 가진 '라'(拏)를 합쳐 '한라산'이라 이름 붙였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후대 사람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한자가
100년 전 '깃발'로 기상예보를 알리던 시대에서 이제는 휴대전화 몇번만 두드리면 세분화된 동네예보를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1차산업이 주를 이뤘던 과거에는 날씨가 곧 생업과 연결된 중요한 정보였다. 지역마다 전승된 삶의 지혜를 통해 날씨를 점치던 시대를 지나서 1900년대 들어 전국 곳곳에서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되고 기상예보도 가능해졌다. 현재도 기상정보는 농업, 수산업, 관광업 등 제주 산업 전반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1923년 제주측후소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주 기상관측·예보 업무를 수행해 온 제주지방기상청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본다. ◇ 1923년 제주측후소로 출발, 1998년 제주지방기상청으로 승격 제주지방기상청 전신인 제주측후소는 1923년 5월 1일 세워졌다. 당시 일기예보는 '깃발'로 알렸다. 이 때문에 성곽에서 2번째로 높은 지역에 위치한 북동쪽 치성에 측후소를 설치해 사람들이 깃발을 잘 볼 수 있도록 했다. 어선들이 산지천을 따라 제주항으로 들어가는 통로에 있기 때문에 어선에서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장소로도 최적지였다. 예보 내용은 풍향, 천기, 기온 순서로 깃발 모양과 색깔을 통해 알렸다. 정삼각형 모양의 풍향기는 바람 방
"바람 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인정 많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도 많지요." 제주 하면 떠오르는 대표곡 중 하나인 혜은이의 '감수광' 도입부에는 바람, 돌, 여자가 많다는 '삼다도'(三多島) 이야기가 담겨있다. 돌의 경우 과거 한라산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현무암을 말한다. 제주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으며, 돌문화는 곧 제주의 역사이자 문화다. 또한 과거에는 제주에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으나 2008년 이후로는 쭉 남성이 더 많아 여다(女多)는 옛말이 됐다. 그렇다면 바람은 어떨까. 정말 제주에는 다른 지역보다 바람이 많이 부는 것일까. 그리고 바람은 제주인에게 어떤 영향을 줬을까. ◇ 연평균풍속 2.5∼6.8㎧…전국 219개 지점 중 고산이 최고 1991∼2020년 30년간 평년값 기준으로 제주도의 연평균풍속은 2.5∼6.8㎧로, 다른 지역보다 바람이 강하게 분다. 지역별로는 제주 3.3㎧, 고산 6.8㎧, 성산 3.1㎧, 서귀포 2.5㎧로 제주도 서쪽 끝 고산에서 가장 강하게 불고, 남부 서귀포에서 가장 약하게 분다. 기후 평년값이 제공되는 전국 219개 지점 중 연평균풍속이 가장 빠른 곳은 고산이다. 제주(제주기상청) 지점보다 빠른 곳도 고산을 비롯해 대
'지상 최대의 불놀이'라 불리는 제주의 대표 축제 제주들불축제가 4년 만에 정상 개최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제대로 열리지 못하다 올해 비소로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는 대면축제로 돌아온 것이다. 그나저나 멀쩡한 오름에 불을 놓은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증이 돋는다. 제주들불축제의 유래와 우리나라 대표급 축제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본다. ◇ 오름에 불놓는 들불축제 유래는? "맞아! 벌레 때문이었어. 벌레가 없어져 농사가 잘될 수 있었고, 바로 그건 '불' 덕분이야!" 들불축제의 기원을 제주 삼성신화(三姓神話)와 연계해 이야기화한 스토리텔링북 '불타는 섬'(제주시 제작, 2018)을 보면, 삼신인(三神人) 중 하나인 고을라는 이렇게 소리친다. 몇 해 전 하늘에 제를 올릴 때 실수로 불씨가 번져 온 섬을 태웠지만, 그해 농사는 대풍이었다. 반면, 별 탈 없이 농사를 지은 이듬해에는 수확량이 오히려 줄어 이상하게 여기던 차에 고을라는 그 원인이 해충이 불에 타 사라졌기 때문이었음을 알아낸 것이다. 또 해충 때문에 고생하던 말과 소도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나 농사일에 큰 도움이 됐다. 고을라, 양을라, 부을라는 겨우내 언 땅이 풀릴 즈음 정성 들여 마련한 음식으
제주도는 우리나라 대표 다우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연 강수량이 많게는 2000㎜를 넘기도 하지만, 지역별 편차가 커서 서부지역은 강수량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특히 한라산에는 한해 40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리며, 태풍 영향으로 고지대의 하루 강수량이 1000㎜를 넘는 일도 있었다. 비는 과거 농경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기상 요소였다. 제주에서도 비가 한해 농사의 흥망성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여름 조 농사를 위해 장마철이 끝나는 시기를 가늠하는 지혜가 마을마다 전승됐다고 한다. ◇ 연 강수량 1182.9∼2030㎜, 한라산 성판악 4381㎜ 기상청에 따르면 1991∼2020년 기후 평년값 기준 제주도 내 지점별 연 강수량은 제주 1502.3㎜, 고산 1182.9㎜, 성산 2030㎜, 서귀포 1989.6㎜ 등으로 도내에서도 지역 간 차이를 보인다. 제주섬 한가운데 있는 한라산의 지형 효과로 인해 제주도 남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우지역이 형성돼 있고, 고산을 포함한 서부 지역은 강수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우리나라 기상관측 평년값 제공 지점 219곳 중 강수량이 가장 많은 곳은 한라산 성판악이며, 2위는 성산이다. 성판악의 연 강수량 평년값은 4천381㎜로,
제주의 날씨 변화는 곧 하늘길과 바닷길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섬 지역이다 보니 기상 악화로 항공기와 여객선 등 연륙교통이 끊기면 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 악천후로 항공편과 여객선이 결항해 하늘길과 바닷길이 끊기는 일은 종종 있다. 흔치는 않지만, 과거 악천후 속 무리한 운항이 사고로 이어져 큰 인명피해를 낸 일도 있다. ◇ 악천후 속 비행 강행했다가 장병 53명 순직…봉황새 작전 참사 한라산 관음사 탐방안내소 인근 '충성공원'에는 특전사 충혼비가 세워져 있다. 이 충혼비는 지금으로부터 42년 전인 지난 1982년 대통령 경호 임무를 위한 '봉황새 작전' 수행 중이던 수송기 추락사고로 희생된 특전사 최정예 대원들과 공군 장병 등 53명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다. 1982년 2월 5일 악천후 속 해발 1060m 한라산 개미등에 공군 수송기 C-123이 추락해 특전사 대원과 공군 장병을 포함해 탑승자 53명이 모두 숨졌다. 당시 출발지인 성남 서울공항과 도착지인 제주공항 모두 악천후로 인해 비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이튿날 제주공항 활주로 확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해 비행을 강행했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제주기상청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는 '솥 굽는 마을'로 유명하다. 주철로 각종 생활도구와 농기구를 만드는 제주의 전통 기술 '불미공예' 덕분이다. 오랜 세월 이어온 덕수리의 전통문화는 마을을 넘어 제주도를 대표하는 무형문화재가 됐다. ◇ 덕수리 불미공예의 기원은 '흙' "덕수리가 '흙'이 좋습니다. 불그스름한 게 풀기가 좋아서 이 흙으로 만들어야…." 지난 13일 덕수리 마을박물관에서 만난 윤문수(90) 불미공예 명예보유자는 덕수리가 '솥 굽는 마을'이 된 배경을 이같이 말했다. 윤 명예보유자는 "예전에는 낙천리에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흙 때문에 덕수리로 옮겨졌다. 여기(덕수리)로 온 지가 한 350여년 됐다"고 설명했다. 덕수리 불미공예는 주철로 솥과 같은 생활필수품이나 농기구를 만드는 제주 전통 기술이다. 도자기를 빚는 것도 아닌데 불미공예에 왜 흙이 중요한 재료가 되는지 언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면 이렇다. 철광석을 제련해 철제도구를 만들려면 약 1천500도 정도의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온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둑'(용광로)에 불을 피워 열 손실을 줄이고 동시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야 하는데 그 도구가 '풀무'다. 풀무질이 잘 돼야만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 절기상 입춘을 지나 눈과 얼음이 녹는다는 우수를 향해 가고 있다. 날이 풀리며 겨울 동안 뜸했던 각종 축제 등 야외행사도 속속 열릴 예정이다. 매년 3월 초 새봄을 알리는 제주의 대표 축제 들불축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으며 봄에는 봄꽃 축제, 여름에는 각 해수욕장마다 축제가 열리고 가을에는 탐라문화제를 비롯해 각종 문화행사와 축제가 펼쳐진다. 야외에서 행사를 진행하려면 날씨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대표적 다우지이자 '바람 많은' 섬이다보니 악천후로 행사 운영에 애를 먹는 일도 많은 편이다. ◇ 들불축제, 늦겨울 궂은 날씨 피해 정월대보름에서 3월초 경칩 즈음으로 새봄을 맞이하는 3월 초순이면 제주시 새별오름에서는 제주들불축제가 열린다. 들불축제는 소와 말 등 가축 방목을 위해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마을별로 불을 놓았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방애'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한 문화관광 축제다. 가장 큰 볼거리는 단연 오름 불 놓기다. 풍요를 기원하고 액운을 떨친다는 의미로 새별오름 남벽에 불을 놓는다. 행사가 야외에서 진행되는데다가 주요 프로그램이 오름에 불을 놓는 것이다 보니 기상 상황이 매우 중요해 해
국내 대표적 관광지인 제주도는 비가 내리는 날이 연간 3분의 1 이상 되는 데다가 강풍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 제주 지점의 강수일수(일 강수량 0.1㎜ 이상인 날) 평년값(1991∼2020년)은 127.8일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특히 날씨 정보를 예의주시한다. 네이버가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제주관광 관련 키워드 검색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연령대와 검색 당시 위치 등 조건과 상관없는 전체 검색 순위 1위는 '제주시 날씨'였다. 자연 관광지 방문이나 골프, 해수욕 등 야외 일정을 잡아놨다가 기상악화로 취소 또는 변경하는 일도 부지기수며 항공편 결항으로 오도 가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궂은 날씨에 너무 울상만 지을 필요는 없다. 폭우나 폭설 후에만 나타나는 비경이 선물처럼 찾아올지도 모른다. ◇ 폭설이 연출한 눈부신 한라산 설경, 겨울 관광명소로 겨울철 한라산에는 많게는 1m가 넘는 눈이 쌓이기도 한다. 폭설이 내리면 한라산 입산과 산간·중산간 도로 통행이 통제되는 등 큰 불편이 빚어지곤 하며, 눈길 교통사고가 속출하고 시설물 피해나 농작물 냉해 등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눈이 그치고 날이 개면서부터는 파란 하늘 아
제주에는 다른 지역처럼 예부터 1년을 주기로 때마다 행하는 중요한 세시풍속이 있다. 1년 열두 달 중 음력 첫째 달인 정월(正月)부터 갖가지 고유한 행사와 풍습이 이어진다. 제주의 세시풍속은 대체로 제주 섬 곳곳에서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관장하는 수많은 신(神)과 깊은 연관이 있다. 비록 젊은 세대는 이러한 풍습이 오늘날 세상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여전히 제주 수많은 마을 공동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오랜 세월 이어온 선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창이자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밑거름이 되는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다. 5일 신과 함께 연중 펼쳐지는 제주의 세시풍속을 살펴보자. 정월 초하루인 설날이 지나면 한겨울 추위가 조금씩 누그러지면서 계절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향해 내달린다. 제주 사람들은 혹독한 추위를 벗어나 하루빨리 봄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특정 기간에 맞춰 이사하거나 집수리를 하는 등 새봄맞이 단장을 하곤한다.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제주만의 독특한 풍습인 '신구간'(新舊間)이다. '신구세관교승기간'(新舊歲官交承期間)의 줄임말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관(官)은 바로 신(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