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내년 제주지사 선거 필승을 위해 '원희룡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충북지사 선거에서도 '전략후보'를 내세워 필승가도를 달리겠다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23일 '여, 지방선거 압승해 대선 불복 쐐기'란 제하의 단독보도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새누리당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완승을 위해 경기도지사 후보에 남경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로 나경원 전 의원, 충남도지사 후보에 이인제 의원, 제주도지사 후보로 원희룡 전 의원 등을 내세우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2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내년 지방선거 승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야권에서 박근혜 정부 중간평가 얘기를 꺼내지 못하도록 경합지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대선처럼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기관의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바탕으로 역대 가장 깨끗하게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고, 그 선거에서 완승함으로써 그동안 국정의 발목을 잡았던 대선 불복 이슈를 완전히 잠재우겠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판단에 여권 내 이견은 없다”고 말해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일부 후보군 차출을 놓고 이미 협의를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여권은 강세·열세가 분명한 영·호남 지역을 제외한 경합지역에 대한 1차 후보군 정리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대전·경기·강원·충북·충남의 광역단체장을 위해 자천타천으로 뛰는 후보들도 무리는 없으나 이들로는 승리를 확신하기 힘들다는 위기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유력 후보 차출론이 급부상한 근본적 이유다.
여권은 경기도지사 후보로 5선의 남경필 의원을 설득해 출마시킨다는 계획이다. 새누리당은 높은 인지도와 중도 성향 등을 장점으로 지닌 남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경우 민주당의 기세를 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청권은 필승 카드를 내세워 전승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대전시장 후보로는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을 내세우는 방안이 유력하다. 3선 의원에다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의 정 총장은 김종필 전 총리 등 충청권 맹주들과 가까운 게 장점이다. 충북도지사 후보로는 부친이 충북 영동 출신인 나경원 전 의원이 떠올랐다. 대중성이 뛰어난 나 전 의원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지적장애인 스포츠 활동 등에 주력해 왔다.
새누리당은 안희정 지사의 재선 도전이 확실한 충남도지사 선거에 6선의 이인제 의원을 전략 배치해 정면승부를 펼칠 계획이다.
제주 출신의 원희룡 전 의원은 제주도지사 출마가 검토되고 있다. 여권은 서울(양천갑)에서 정치경력을 쌓았던 원 전 의원이 고향 제주로 내려가면 내년 지방선거 승리는 물론이고 원 전 의원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강원도지사 후보에는 국토해양부 차관 출신의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부상했다.
여권은 특히 중도 성향의 남 의원, 범친이계였던 원 전 의원, 나 전 의원 등 초계파 후보군을 꾸려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또 당내 반발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론된 후보들이 경선부터 참여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들의 출마 고사가 가장 큰 변수다. 남 의원은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할 의향을 갖고 있고, 원 전 의원과 나 전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정계에 복귀할지도 확실치 않다. 원 전 의원은 제주지사 출마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보여왔다. 더욱이 최근엔 안철수 신당의 후보로 나와 박원순 서울시장과 맞붙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을 위해 희생해 달라”며 압박하고, 한편으로는 삼고초려하는 양공작전을 펼칠 태세다. 새누리당은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본선 같은 서울시장 경선을 통해 전국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뒤 경합지역에 대중성과 능력을 겸비한 인사들을 내보내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바람을 잠재울 수 있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