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 의원이 6·4 제주지사 선거에서 ‘태풍의 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제주지사 출마는 없다”고 못을 박았던 그의 정치수사(修辭)가 최근 들어 새로운 방향전환에 나선 듯한 정치수사로 서서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확고한 불출마 의지에서 최근엔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수사로 변모, 그가 제주도지사 선거판을 통째로 뒤집을 ‘빅카드’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원 전의원은 10일 T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어떠한 선거 지원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얘기했는데 당에서는 '지금 지원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 하나씩 맡아서 책임지고 승리하고 현 정부의 국정 비전에 대해 정치생명을 걸고 뚫고 나가자'고 하기 때문에 지금 고민을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확고한 불출마 의사를 보였던 이전의 답변과 달리 출마 여지에 대해 처음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원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굳히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게 자르려고 했더니 당에서 '상부상조인데 그렇게 자르지 말고 결론 날 때까지 계속 대화해보자고 해서 대화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결론이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그의 정치재개를 둘러싼 정계내부의 담론과 관측, 차출론은 사실 오래전부터 지속됐다.
그가 영국을 거쳐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던 지난해 3월에도 서울 노원병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새누리당 내에서는 그의 차출론이 나왔다. 이게 첫 차출론이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지난해 3월13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코너에 출연, “우리 당에서 누굴 내보내느냐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되는 것 같다”며 “야권에서 안철수 전 교수가 나오고 야권이 굉장히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당에도 훌륭한 인재들이 많고 경쟁력 있는 인재들이 많기 때문에 필승의 후보를 낼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지금 거론되는 후보들을 마치 야권주자가 당연히 당선되는 것으로 봐서 버리는 카드로 생각하고 선거에 임할 것이 아니”라며 “우리 당에도 지금 경쟁력을 갖춘, 과거에 홍정욱, 나경원, 원희룡 그런 기대주들을 내세운다면 저는 충분히 승산 있는 선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전 의원을 당시 안철수 후보의 대항마로 처음 거론한 것이다.
하지만 원 전 의원은 중국유학길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그가 지난해 8월말 귀국하기 전까지 정치판에서 그의 이름은 사라지는 듯 했다.
그를 제주지사 후보로 처음 거론한 건 중앙일보 일요판인 <중앙선데이>다. 원 전 의원이 그해 11월3일 귀국 후 처음 가진 인터뷰에서 원 전 의원은 “관심이 없다”는 말로 일축했다. 새누리당 내에서 서울시장이나 제주지사 후보로 거론된다는 질문에 대해 “당장 정치일정에 뛰어들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고 관심도 없다. 지방선거가 너무 임박해 있어 내년 봄부터 다음 총선과 2017년 대선 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거다”라고만 말했다.
하지만 연말로 접어들면서 새누리당 주류계에서 그의 제주지사 후보 차출설은 본격화됐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12월26일 “새누리당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완승을 위해 경기도지사 후보에 남경필 의원, 충복도지사 후보 나경원 전 의원, 충남도지사 후보 이인제 의원, 제주도지사 후보로 원희룡 전 의원 등을 내세우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의 제주지사 차출설이 언론에 공표된 첫 보도다.
올 연초부터 그의 제주지사 차출론은 더 강도가 세졌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1월6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을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희생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며 ‘선당후사’ 정신을 꺼내들었다.
1월29일엔 새누리당 지방선거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재원 의원이 또 총대를 맸다. 그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어떤 형태로든 우리 당의 모든 인재들을 선거에 차출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본다”, “서울시장 선거에 김황식 전 국무총리나 정몽준 의원, 홍정욱 전 의원 등이 나가면 경쟁력이 있다”, “지방선거를 인물 본위로, 대권주자들의 대결구도로 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경필(경기) 의원이라든가 원희룡(제주) 전 의원, 권성동(강원) 의원, 정진석(충남) 사무총장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압박이 이어진 탓인지 지난해 말과 올 연초 “출마는 없다”던 원 전 의원의 발언도 시간을 달리하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중앙선데이> 인터뷰에서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고 관심도 없다”던 그는 올 연초까지 언론의 거듭된 확인요청에도 “출마의사가 없다”는 의지를 확고히 보였다.
오히려 지난 1월18일 양원찬 새누리당 제주지사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장에 얼굴을 드러내고 “사람의 그늘이 백리 천리 간다. 사람 귀하게 여기고 아껴야 한다”며 인재육성론은 물론 출마 권유에 대해 알듯 모를듯 경계의 뜻을 보였다.
이달 4일 CBS라디오와 대담에서도 그는 “(새누리당의 제주지사 차출설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당에서 얘기가 나올 경우 정중하게 얘기하고 (불출마 의사를) 밝힐 것”이란 입장이었다. 그는 사회자가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서도) 얼마 후에 상황에 따라서 출마 쪽으로 결심을 하는 분들도 여러 명 봤다. 원 전의원도 '상황에 따라서'라는 전제는 붙이는 것 아닌가”란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 저로서는 확고한 입장을 당에다 지금 얘기하고 있다”며 제주지사 출마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던 그는 2월7일자 <조선일보>의 인터뷰에서부터 조금씩 입장이 달라졌다. "실제로 생각해보지 않았고,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다"며 "당의 공식적 요구가 오더라도 안하겠다고 일단 버틸 생각"이라고 답변했지만 "당이 어려워서 당신을 필요로 하는데 왜 최소한의 희생과 기여를 하지 않느냐는 당원들이나 동료 의원들이 물어오면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제주지사로 나설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사실 절대로 안된다는 게 어디 있느냐"며 "1% 정도의 여지는 있다고나 할까"라고 여운을 남겼다.
새누리당 지도부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심정도 그후 나왔다.
경향신문은 이달 8일 기자들과 원 전의원이 함께 한 오찬간담회에서 원 전 의원이 제주지사에 출마하라는 청와대와 친박(근혜)계의 압박을 두고 “제주지사에 대한 비전보다는 앞으로 안나가면 두고보라고 한다. 지금까지 잘 차단해왔다. 99%는 차단해왔다”고 말했다고 9일 보도했다.
결국 그는 10일 오전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론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가) 결론 날 때 까지 계속 대화해 보자고 해서 대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지사 출마는 없다”던 그의 정치수사가 지금은 ‘열려 있는 결론’으로 상황이 반전됐다. 그가 선택할 최종 결론이 서울과 제주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내 진통으로 끝날지 ‘제주판 원희룡 발 핵폭풍’으로 둔갑, 6·4선거의 핫이슈로 부상할지 모든 정치권이 초 긴장상태로 돌입하고 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
<원희룡 전 의원의 제주지사 출마설과 관련, 원 의원 본인과 지도부 등 발언일지>
*최근일자순
(원)2월10일 TBS(교통방송) 라디오 인터뷰="어떠한 선거 지원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얘기했는데 당에서는 '지금 지원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 하나씩 맡아서 책임지고 승리하고 현 정부의 국정 비전에 대해 정치생명을 걸고 뚫고 나가자'고 하기 때문에 지금 고민을 하는 상태", '불출마 의사를 굳히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게 자르려고 했더니 당에서 '상부상조인데 그렇게 자르지 말고 결론날 때까지 계속 대화해보자고 해서 대화를 하고 있는 중", "결론이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변
(원)2월9일 경향신문 보도=제주지사에 출마하라는 청와대와 친박(근혜)계의 압박을 두고 “제주지사에 대한 비전보다는 앞으로 안나가면 두고보라고 한다. 지금까지 잘 차단해왔다. 99%는 차단해왔다.”
(원)2월7일 조선일보 인터뷰=제주지사 출마에 대해 "실제로 생각해보지 않았고,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다"며 "당의 공식적 요구가 오더라도 안하겠다고 일단 버틸 생각"이라고 답변. 그러나 "당이 어려워서 당신을 필요로 하는데 왜 최소한의 희생과 기여를 하지 않느냐는 당원들이나 동료 의원들이 물어오면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둠. 제주지사로 나설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사실 절대로 안된다는 게 어디 있느냐"며 "1% 정도의 여지는 있다고나 할까"라고 여운을 남김.
(원)2월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새누리당에서 '원희룡 제주지사 차출론'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그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생각이 없다“, “(당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당에서 얘기가 나올 경우 정중하게 얘기하고 (불출마 의사를) 밝힐 것”, 사회자가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서도) 얼마 후에 상황에 따라서 출마 쪽으로 결심을 하는 분들도 여러 명 봤다. 원 전의원도 '상황에 따라서'라는 전제는 붙이는 것 아닌가”란 질문에 “그렇지 않다. 저로서는 확고한 입장을 당에다 지금 얘기하고 있다.”
(원)2월5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 =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청와대의 찍어내기 의혹에 대해 "큰 틀에서 대통령의 권력이 작용한 일", "야권에서 주장하는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동조하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큰 틀에서는 그런 맥락이 있다. 그건 역대 정권에서 모두 있었던 것", "멀쩡히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이 정권 핵심부와 국정철학이 맞지 않아 결국 저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공무원 사회에서는 대통령의 뜻과 반한 일 또는 반한 인물은 단 한 명도 있을 수 없다는 반증"이라고 설명. 당내 중진은 물론 청와대 권력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면 당당하게 맞서겠다는 의지처럼 해석됨. 그만큼 당 중진에서 내세우는 ‘선거필승’을 위한 차출론에 대해 “끌려가진 않겠다”는 제스처로도 분석.
(김)1월29일 새누리당 지방선거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재원 의원, MBC 라디오 프로그램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어떤 형태로든 우리 당의 모든 인재들을 선거에 차출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본다”, “서울시장 선거에 김황식 전 국무총리나 정몽준 의원, 홍정욱 전 의원 등이 나가면 경쟁력이 있다”, “지방선거를 인물 본위로, 대권주자들의 대결구도로 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 이어 “남경필(경기) 의원이라든가 원희룡(제주) 전 의원, 권성동(강원) 의원, 정진석(충남) 사무총장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
(원)1월18일 제주에서 열린 양원찬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장 =“사람의 그늘이 백리 천리 간다. 사람 귀하게 여끼고 아껴야 한다”는 인재육성론을 설파
(홍)1월5일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 기자간담회 =“당을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희생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며 ‘선당후사’ 정신 강조.
2013년 12월26일 <국민일보>= “새누리당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완승을 위해 경기도지사 후보에 남경필 의원, 충복도지사 후보 나경원 전 의원, 충남도지사 후보 이인제 의원, 제주도지사 후보로 원희룡 전 의원 등을 내세우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보도.
(원)2013년 12월26일 원희룡 전 의원, 자신의 페이스북= 현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등 미묘한 행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다룬 영화 <변호인>을 본 소회를 통해 "변호인에서 지금의 분위기를 느끼는 관객이 많을수록 국민이 체감하는 민주주의에 문제가 있다는 경고 신호"라고 밝힘. 그는 이어 "국가가 국민에게 부당한 폭력으로 군림할 때 변호인 같은 사람들의 용기와 희생으로 민주화시대로 넘어설 수 있었다"며 "국민의 압도적 동의로 건너온 민주화의 강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고 지적.
(원)2013년 11월3일 <중앙선데이> 영국·중국 유학 후 귀국 첫 인터뷰=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이나 제주지사 후보로 거론된다는 질문에 “당장 정치 일정에 뛰어들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고 관심도 없다. 지방선거가 너무 임박해 있어 내년 봄부터 다음 총선과 2017년 대선 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거다.”
(김)2013년 3월13일 새누리당 김재원(경북 의성) 의원,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서울 노원 병 재·보궐 선거와 관련 원희룡 전 의원의 이름을 거명. 그는 노원 병 선거구 재보궐선거와 관련, “우리 당에서 누굴 내보내느냐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되는 것 같다”며 “야권에서 안철수 전 교수가 나오고 야권이 굉장히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당에도 훌륭한 인재들이 많고 경쟁력 있는 인재들이 많기 때문에 필승의 후보를 낼 수 있다”고 답변. "지금 거론되는 후보들을 마치 야권주자가 당연히 당선되는 것으로 봐서 버리는 카드로 생각하고 선거에 임할 것이 아니”라며 “우리 당에도 지금 경쟁력을 갖춘, 과거에 홍정욱, 나경원, 원희룡 그런 기대주들을 내세운다면 저는 충분히 승산 있는 선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