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소속 공무원 20명을 대상으로 '해외 선진지 견학시찰'을 강행했다. 세월호 참사로 전국적으로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는 시점에서다.
25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청 소속 공무원 16명과 제주시·서귀포시 소속 공무원 4명 등 20명이 7박9일 일정으로 해외선진지 견학을 위해 지난 20일 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 5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일정은 로마시대 원형극장·하드리아누스 신전·노천온천 견학·카라알리오울루 공원·파샤바 계곡 등 관광지 방문이 대부분이다. 공식 기관 방문은 3일째 터키 관광청, 8일째 이스탄불 시청 방문뿐이다.
1인당 경비는 300만원 수준으로, 총 6000만원의 경비를 제주도가 지원하고 있다.
제주도는 “소나무 재선충병 고사목 제거·가뭄 극복 대책 등 현업부서에서 도정 발전에 애쓴 공무원을 선발해 해외 선진지 견학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이 비행기에 몸을 실은 시점이다. 해외선진지 견학에 나선 날이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째인 20일. 밤샘 구조작업으로 희생자 시신을 수습, 전 국민적 애도분위기가 달아오른 때라는 점이다.
제주도 역시 사고가 나자 어업지도선 삼다호와 영주호를 사고현장에 급파, 구조지원에 나섰다. 17일부터는 현지에 사고수습 지원 대책본부도 운영하고 있다.
또 주말인 19~20일에는 도 본청과 행정시 전 실·국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비상근무를 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이에 대해 “이번 선진지 시찰은 기능직 4명을 포함해 대부분 하위직 공무원들로 현업부서에서 직무에 최선을 다한 점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이달 초 예산이 집행됐고, 일정을 취소할 경우 4800만원의 위약금을 물게 돼 어쩔 수 없이 예정대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제주도는 비난이 일자 이들을 애초 일정보다 하루 앞당겨 오는 27일 귀국토록 조치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