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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시평] 도민 50%+선거인단 50% ... 누가 그들에게 권한을 주었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제주교육계 현장이다. 도무지 민주제 작동원리와는 거리가 먼 일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6월1일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선출될 교육감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다. 한마디로 절차적으로도 문제지만 주민자치 직선이란 대의명분을 몰각하고 있다.

 

교육계 현장에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적 잣대가 등장하는 것도 마뜩치 않지만 현 이석문 교육감의 3선 도전에 맞서는 보수성향 그룹의 단일화 방식은 우선 중대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위임받지 않은 권력’이 후보를 정하겠다는 논리가 문제다. 어느 누구도 그들을 대의원으로 정하지 않았는데 그들이 ‘선거인단’을 꾸려 후보를 좌지우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주도한 건 제주바른교육연대다. 진보진영 이석문 현 교육감에 대항할 보수성향 후보로 고창근(71) 전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과 김창식(65) 전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2명이 참여,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자동응답조사(ARS) 조사 방식으로 한다. 조사대상은 제주도민 50%와 선거인단 50%다. 선거인단은 교육단체와 퇴직교원, 바른교육연대 회원 등으로 꾸리는 약 1500명으로 전해졌다.

 

‘도민 100% 여론조사 방식’을 고수한 김광수(69) 전 교육의원은 보수후보 단일화 대상에서 빠졌다.

 

이쯤되면 가관이다. 솔직히 ‘제주바른교육연대’란 단체도 생경하거니와 여론조사의 절반몫을 차지하는 선거인단은 누구로부터 그 권한을 위임받았는가? 간접선거 형식의 대의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데 도대체 누가 그 권리를 부여했는지 알 길이 없다. 아울러 교육단체와 퇴직교원, 바른교육연대 회원 등으로 구성하는 선거인단의 정당성은 도대체 누가 인정한 것인가? 이런 처사가 우리가 교육현장에서 가르치고 있는 민주제 작동원리와 부합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김광수 후보가 주장하는 ‘도민 100% 여론조사’가 그래도 상대적으로 정당성을 갖춘다. 하지만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것도 문제다.

 

여론조사는 처음에 시장조사에서 발전했다. 정치문제에 관한 여론의 반응을 조사하기 위해 시장조사기법을 이용한 실험을 시작한 건 1935년 미국의 통계학자 조지 갤럽에 의해서다. 미국의 당면한 정치·사회적 문제들에 관한 전국적인 의견조사를 실시하기 시작한 이후 미국에서는 영리단체와 학술기관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가 가속화되었다. 후에 미국여론조사협회(일명 갤럽 조사)의 기관지가 된 〈계간 여론 Public Opinion Quarterly〉이 창간되면서 여론조사는 대세가 됐다.

 

한국의 경우 선거판에서 여론조사가 자리를 잡은 건 1992년 대선(大選)에 이르러서다. 이제 30년의 세월을 보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그 시절 신한국당이 여의도연구소를 설립, 당내 공천 문제 등에 여론조사 기법을 활용하기 시작한 게 사실상 국내에선 시초격이다. 이후 중앙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자를 1990년대 중반 간판으로 내세우기 시작했고 어느 때부턴가 총선과 지방선거, 대선 등 모든 선거에서 여론조사 결과 발표시점은 선거판의 분수령이 됐다. 물론 언론에서도 주요의제 기능을 갖게 됐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사실 많은 결함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스마트세대가 종횡무진하는 현대사회에선 더 그렇다.

 

조사원이 응답자와 접촉하는 방법으로 주로 쓰는 집전화만 하더라도 그렇다. 스마트 시대인지라 아예 집전화가 없는 가구가 부지기수로 늘어가고 있고, 선거의 계절에 수도 없이 울리는 여론조사 전화에 일일이 응대하는 계층의 특성은 벌써 비범하다. 연령·소득·직업 특성으로 일반화 할 표본의 자격을 갖추기 어렵다. 더욱이 전화번호부가 공개된 집전화와 달리 개개인이 소지한 휴대폰 번호를 명부화한 자료도 없거니와 그 휴대폰 소지자가 진정 제주에 거주하는지도 의문인 경우가 많다.

 

여기에 더해 제주는 더더욱 여론조사를 하기도 어렵고, 결과를 신뢰하기도 어려운 지경에 와 있다. 특정 정당지향성이 없는 지역이란 특성과 함께 후보에 대한 지지도 역시 광역 행정권인 시·군 단위가 아니라 리(里) 단위로 나타난다. 소지역주의가 강한 곳이다. 여러 번의 선거결과가 실제 그 사실을 입증했다.

 

그렇기에 문제다. 하지만 시간의 촉박성을 감안, 여론조사로 밀어붙이려 한다면 그래도 납득할 수준은 돼야 한다. 그 점에서 ‘선거인단 50%’를 끼워넣는 건 납득할 수준이 아니다. ‘도민 100% 여론조사’는 조사기관이 조사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보조기법을 쓴다. 직업·연령·계층 등의 대표성을 갖추기 위해 표본에 균형을 맞춘다. ‘보정값’이란 용어 등이 등장하는 나름의 과학이다.

 

하지만 ‘선거인단’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그들이 왜 우리의 ‘대의원’ 역할을 하게 됐는지 알 도리가 없다. 그 선거인단은 도대체 어떻게 선출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또 서두에서 말했듯 도대체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한을 부여했는가? 제주의 유권자들이 내려야할 직접 민주주의 구현의 장에 누가 그들에게 ‘대의’(代議)를 넘겼는가?

 

역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진보진영의 대표격이라는 현 이석문 교육감의 3선 도전 여부도 같은 방식으로 여론조사로 결정할 수 있겠다. 도민 50%와 전교조 등 진보교원단체가 정하는 선거인단 50%로 여론조사를 한 뒤 결판내는 방식이다. 서로 보수와 진보를 운운하는 것만 차이가 있을 뿐 똑같은 원리다.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할 교육현장에서 민주제 작동원리를 이리 망가뜨리면 안된다. 교육감을 선출하는 선거는 교육자치를 구현하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의 장이다. ‘교육자치’를 ‘교육계만의 자치’로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아울러 교육감이 될만한 후보를 가릴 수 있는 ‘선구안’은 교원단체와 전·현직 교원만이 아니라 제주도민 누구나 갖고 있다. 도민은 '제2의 전교조'로 권력화할 지 모를 또다른 보수교육단체의 출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이누리=양성철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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