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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공자 뜻 찾기 ... 50에 이르러 다시 생각하는 성찰(7)

나이 50을 일컫는 지천명(知天命). 제주의 도지사도 그렇거니와 소위 386세력으로 불리던 이들이 이제 지천명의 나이에 들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공자의 뜻대로라면 천명을 알 나이다. 하지만 그 천명(天命)은 또 무언지 도통 철학적 의문으로 다가오는 시기다. 중국문학 전문가인 이권홍 교수가 다시 지천명의 세상을 돌아봤다. 스스로가 이른 나이에 대한 자아성찰적 고심과 고민이다. 10여차례에 걸쳐 ‘지천명’을 풀이한다. /편집자 주
 

중국은 운명론이 심각할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역사 또한 유구하다. 무신론자이며 천재라 평가받는 한(漢)대의 학자 왕충(王充)도 예외는 아니다. “무릇 사람들이 좋은 운을 만나거나 재해를 입는 것은 모두 운명에 따른 것이다”(凡人遇偶及遭累害,皆由命也.有死生壽夭之命,亦有貴賤貧富之命), “귀천은 명에 정해진 것이지 지혜와는 상관없다”(貴賤在命,不在智慧)(『論衡·命祿』)라고 한 것으로 보면 그 믿음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렇듯 정해진 것이 있다고 보면서, 운명(숙명)이라 그냥 받아들이는 ‘체념’적인 행태도 보이지만 그래도 ‘알 수(知)’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인간은 본래 알려하는 속성과 맞물려 있는 적극성이다. 그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동양에서는 ‘명리학’으로 정리되었는데 간단히 이해하고 넘어가자.

 

명리학(命理學)이란 사주(四柱)에 근거하여 사람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알아보는 학문이다. 이에 대한 사전적 해석은 다음과 같다.

 

사람이 태어난 연(年)·월(月)·일(日)·시(時)의 네 간지(干支), 사주에 근거하여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것으로 사주학(四柱學)이라고도 한다. 연월일시를 분석해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 물[水] 5가지 기운의 상생(相生)·상극(相剋) 관계를 따져 길흉화복을 판단한다. 사람이 출생한 연월일시의 간지 여덟 글자에 나타난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의 배합을 보고, 그 사람의 부귀와 빈천, 부모, 형제, 질병, 직업, 결혼, 성공, 길흉 등의 제반 사항을 판단하는 것이다. 간지 여덟 글자로 운명을 추리한다고 해서 팔자학(八字學), 추명학(推命學), 산명학(算命學)이라고도 한다.

 

십간(十干)과 십이지(十二支)를 조합하여 60주기로 시간과 방위, 각도 등을 나타내는 간지(干支)는 상(商)대부터 나타났다. 은허(殷墟)에서 출토된 갑골문(甲骨文)은 이 시기에 간지를 사용하여 기일이나 숫자 등을 나타내고 있었다. 한(漢) 이후에는 하루 24시간을 12지로 구분해 나타내면서 연월일시의 사주 구분이 더욱 체계화하였다..

 

주(周)나라 때에도 간지를 근거로 길흉을 판단했지만,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러 간지의 사용이 널리 보급되고, 세계와 자연을 음양과 다섯 가지 요소[오행]로 설명하는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説)이 확산되었다.

 

먼저 ‘음양설’을 보자. 역시 사전적 풀이를 따라간다.

 

인류의 인지가 발달함에 따라 영혼과 물질의 기원을 분명히 구별하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중국 고대인들에게 두드러지게 생겨난 것이 음양설이다. 그것은 일종의 자연철학이며 세계관이다.

 

중국 고대인들은 우주의 만물이 모두 형(形)·질(質)·기(氣)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봤다. 그 중 ‘기’는 감각을 초월하는 존재로서 생명의 본원, 우주의 근본적인 활력이다. 기는 태일(太一)에서 생겨나 발전해 음과 양의 이원(二元)으로 갈라지게 된다. 우주의 만물이나 모든 현상, 예컨대 남녀·좌우·천지·명암 등과 같은 것들은 모두 음양의 이원으로 형성되었다고 생각하였다.

 

음양의 이원은 만물과 모든 현상의 생성·변화·소멸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면서도 그 작용은 일정하지 않다. 때문에 생성·변화 등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지만 음양의 이원은 상대적임과 동시에 순환적이고 포함적이다. 이원이 병존하는 경우에는 상화(相和)하여 생성에 관계하지만, 반대로 상반(相反)·상쟁(相爭)하는 경우에는 사멸(死滅)에 이르게 된다. 또 양인 봄과 여름에 이어 음인 가을과 겨울이 오고 있는 것처럼 양자는 교대, 순환하면서 변화한다.

 

다시 말하면 양이 극에 이르면 그 찰나에 음이 생겨나는데 여름 한가운데에 이미 가을의 기운이 나타나는 것과 같다. 또 음이 극에 이르면 그 찰나에 양이 생겨나는데 겨울 한가운데서 봄의 기운이 이미 나타나는 것과 같다. 이것이 천지자연의 대원칙이다.

 

이러한 음양설이 오행설과 결부되어 음양오행설이라 불리면서 여러 사상이나 종교뿐만 아니라 넓게 동양인의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오행(五行)’이라는 말은 『상서(尙書)』「홍범구주(洪範九疇)」에 나오는 것으로, 거기에 항목을 열거하고 있으나 그것은 일상생활의 이용후생을 위하여 그 성질과 효용을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

 

오행설을 정식으로 주창한 것은 전국시대 추연(騶衍)이다. 오행의 덕을 왕조에 배당시켜 우(虞)는 토덕(土德), 하(夏)는 목덕(木德), 은(殷)은 금덕(金德), 주(周)는 화덕(火德)으로 왕이 되었다는 설을 내세웠다. 그 후 한(漢)에 이르러 음양오행설이 성행하여 오행을 우주조화의 면에서 해석하고, 일상 인간사에 응용하면서 일체 만물은 오행으로 생성된 것이라 하여 여러 가지 사물에 이를 배당시켰다.

 

이런 관점이 통합과정을 거치면서 간지와 음양오행설을 결합하여 길흉화복을 점치는 명리학(命理學)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명리학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체계화한 것은 중국의 당(唐)대 이후다. 이허중(李虛中)은 개인의 사주를 근거로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방법을 체계화하였는데, 이를 당사주(唐四柱)라고 한다. 그래서 이허중을 중국 고대 명리학의 종사(宗師)로 평가한다.

 

이후 송(宋)대 서자평(徐子平)이 오행의 상생·상극 이론을 결합시켜 명리학을 더욱 체계화하였다. 간지 여덟 글자에 나타난 음양과 오행의 배합으로 그 사람의 부귀와 빈천, 길흉, 화복을 점친다고 하여 그의 명리학을 팔자학, 자평팔자학이라고 한다.

 

이외에 ‘참위설(讖緯說)’도 있다. 참위설이란 중국 한(漢)대에 경전에 의거하여 예언한 학설이다. 참위설의 연원은 미래예언서로 알려진 하도낙서(河圖洛書)에 두고 있다. 이는 음양오행설에 바탕을 두고 일식·월식·지진 등의 천지이변이나 은어(隱語)에 의하여 인간사회의 길흉화복을 예언하는 설이다. 중국 한대에 성행한 참위설의 참은 하늘에서 내려졌다고 하는 예언이며, 위는 경서(經書)에 대비되는 위서(緯書)를 말한다.

 

원래 유가의 고전인 시(詩), 서(書), 예(禮), 악(樂), 역(易) 등에는 당시의 사실을 전하는 사전자료를 내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래를 예언하는 위서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것을 부명(符命) 또는 부참(符讖)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경서의 문장이 너무 간략하고 함축적이고 대강만을 설명하고 있을 뿐 직접적인 설명은 없다. 그러므로 경서에 비장되거나 함축된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 위서다. 음양오행·천문역수(天文曆數) 등으로 경서를 해석하여 공자의 참사상이 거기에 있다고 주장하는 참과 위는 모두 신비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또 자미두수(紫微斗數)가 있다. 사주를 보는 책의 하나로 중국 송나라 진희(陳希)가 지은 것이다. 자미성과 북두칠성의 빛이나 위치로 보아 길흉을 점치는 방법을 기술하였다. 덧붙이면 중국의 도교에서 시작한 점술로 여순양(呂純陽)에 의해 기록되었다 한다. 사람의 운명을 본다는 점에서는 사주추명술과 비슷하지만 100여 가지 이상의 별들로 이루어진 명반으로 한 사람의 운명을 추단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주명리와 함께 사람의 일생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술수이다.

 

또 기문둔갑(奇門遁甲)이 있다. 고대로부터 내려온 점술이라 한다. 하도낙서(河圖洛書)의 수(數) 배열원리 및 이를 이용한 『주역』건착도(乾鑿度)의 구궁(九宮)의 법이 그 원형이다. 둔갑술(遁甲術)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문둔갑의 시작은 『고금도서집성(古今圖書集成)』에 따르면 헌원(軒轅)이 치우(蚩尤)와의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을 때 우연히 꿈에 천신에게서 부결(符訣)을 받았고, 이를 풍후(風后)가 명을 받아 문자로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 삼국시대에 제갈공명(諸葛孔明)이 더욱 발전시켜 병법에 이용하여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당(唐)대 태종 때 이정李靖이 기문둔갑을 병법과 정치에 활용하여 당나라를 세우는데 큰 역할을 하면서 이것은 정치적 목적에 따라 금서(禁書)로 정해졌다.

 

‘운명’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역대로 이렇게 많은 방법(앞서 기술한 것들 이외도 수없이 많다)들이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알 수(知)’ 있다고 믿는, ‘정해져(定)’ 있다고 믿는 ‘운명’을 알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또 『중용』의 중요한 명제인

 

“하늘이 명하는 것, 그것을 일컬어 성이라 한다.”(天命之謂性)

 

이란 말 자체에 모순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늘의 명이 성이라”는 명제에 숙고하면서 명(命)이 무엇인가를 따져보고 싶은 욕망에서 ‘명리’가 나왔고, 성(性)이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서 ‘성리’가 나온 것이 아니던가. 성인의 말씀이니 따져는 봐야 할 것이고. 하지만 파고들어가 봐야 아무런 결과도 없었을 테고.

 

우리는 다음 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하늘이 명하는 것’은 현재진행형이며, 동적인 과정이며, 따라서 시종(始終)이 없으며 간단(間斷)의 휴식이나 정지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며, 헤라클레이토스적인 것이며, 무규정적인 것이다. 그것은 영원한 로고스나 이데아나 누우스가 아니다. 자사의 논의는 ‘성’에 대한 아무런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 ‘성’은 오직 ‘하늘이 명하는 것’이라는 동명사구로 환치되었을 뿐이다. 성은 천명이며, 천명은 성이며, 그것은 영원한 과정Process이다.”

 

“여기 ‘명(命)’이라는 것도 ‘천(天)’이 인간에게 하명한다, 즉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린다는 뜻으로 새길 수는 없다. 그렇다면 ‘명(命)’도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적인 것이 되며, 그것을 궁극적으로 ‘교섭’ 정도의 의미내용을 지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성(性)’을 ‘하늘이 명하는 것’이라고 일컫는 것의 궁극적 의미는 ‘성’은 ‘천지와의 교섭 속에서 형성되어가는 과정적인 성향’이라는 의미 정도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중용―사람의 맛』)

 

물론 여기에서의 ‘하늘’(도올은 하느님이라 했다)의 전제는 인격신적인 함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천(天)’을 말한 것이다. 이 말이 이해가 된다면 ‘명(命)’을 ‘숙명(宿命)’이나 ‘운명(運命)’과 같이 결정론적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명리(命理)’(명리의 사전적인 뜻은 ‘명의 이치’이다)를 따질 필요도 없는 것이고.

 

사명(使命, mission)이란 관점으로 생각해보자. ‘우리는 왜 이 땅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즉 ‘존재 의의’가 사명이다. 공자는 스스로 자신의 존재의의는 무엇이라 생각했을까?
바로 50세에 천명을 알았다는 것은 자신이 할 일에 대한 높은 의미의 부여이자 종교적인 신념으로까지 표출된 사명의식이라 평가할 수 있다. <8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제주 출생. 한양대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중국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신종문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는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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