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이 승선하지도 않은 미확인 탑승객의 거짓 농간에 놀아난 셈이 됐다. 돌고래호 전복사고에 이 허위 승선자의 말만 믿다가 초동 구조에 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10명이 사망하고 8명 이상이 실종된 낚싯배 돌고래호 전복 사고와 관련, 실제로는 배에 타지 않았던 허위 승선자가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배가 잘 가고 있다”고 거짓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제주해경 추자안전센터는 지난 5일 “돌고래호와 연락이 안 된다”는 돌고래1호 정모(41) 선장의 신고에 승선자와 통화를 시도했다.
해경은 김철수(46·사망) 선장을 비롯해 명단에 나온 승선자에게 차례로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러다 오후 8시46분 A씨(43·전남 해남군)와 연결이 됐다. A씨는 통화에서 “배가 잘 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이름만 승선자 명단에 올렸을 뿐 실제로는 배에 타지 않은 상태였다. 해경과 통화를 마친 A씨는 직접 김 선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계속 실패했다.
그러자 오후 8시55분 해경에 연락해 “실제로는 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사이 해경은 돌고래호가 잘 가고 있다는 내용을 조직 내에 알리는 등 초기 대응에 혼선을 빚었다.
A씨는 해경에 거짓말을 한 이유에 대해 “거짓 승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형제처럼 지내던 김 선장이 피해를 볼까 봐 그랬다”고 말했다.
이 때 출장소는 민간구조선에 수배를 요청하는 동시에 오후 9시3분 해경센터에 상황을 보고했다.
애초 승선자들도 믿었던 돌고래호의 어선위치발신장치에 대한 해경의 대응도 의문이다. 돌고래호의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가 꺼졌는데도 해경이 실시간으로 알지 못했는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V-PASS 신호가 멈춘 오후 7시39분에 사고를 알았다면 수색까지 1시간 이상을 단축할 수 있었다.
해경은 V-PASS 자체가 구조나 응급 신호를 위한 게 아니고 일종의 '하이패스'처럼 선박의 항구 통과를 더 쉽게 하는 장치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V-PASS에 달린 응급 단추를 누르거나 안테나를 때어내면 구조 신호를 보내는 기능이 있기는 한데 돌고래호에서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이평현 제주해경본부장은 "V-PASS는 오작동률이 높은 데다가 돌고래호에 달린 것은 선박이 침몰 또는 기운다고 해서 구조 신호를 자동으로 보내지 않는다"며 "꺼졌다고 해서 해경 상황실에 경보음이 울리는 기능도 없다"고 설명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