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오라관광지구가 뜨겁다. 환경영향평가 심의가 잇따라 열리면서 또 다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제주도가 노골적으로 오라단지의 편을 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7일 성명을 통해 “환경영향평가제의 원칙과 운영 취지를 훼손하고 심각한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대회의는 최근 열린 오라지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를 문제삼았다. 지난달 조건부 동의로 통과됐으나 이번에 열린 심의에서 지난번 결정사항을 번복하고 ‘원안동의’ 수준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연대회의는 “제주도와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장은 보통 개발사업의 경우 심의 후 조건부 사항에 대해 서면검토를 하나 오라단지의 경우 현안사항이 많아 대면검토를 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대면검토를 통해 조건부 사항의 반영 여부를 확인하고 사업자에게 이를 주지시켜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업자가 반영하기 꺼려하는 조건부 사항을 권고사항으로 바꿔놨다”고 말했다.
지난달 결정된 조건부 사항을 ‘의무사항’이 아닌 사업자 판단에 따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권고사항’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연대회의는 “조건부 사항을 제시한 심의위원이 판단마저 제주도와 심의위원장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사업자를 위한 결론으로 몰아갔다”며 “심의위원장은 회의에서 ‘지난번 심의회의때 해당 위원이 재심의 사항을 조건부 사항으로 제기했기 때문에 현재 조건부 사항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 역시 해당 위원이 제시한 사항에 대해 사업을 변경해야 하는 내용이고 환경영향평가심의의 범위를 벗어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연대회의는 “해당 위원이 제출한 사항을 조건부 사항이 아니라 재심의 사항이라고 주장하는 근거 역시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지난 회의 때 심의위원회는 사업자에게 하천 양안으로부터 30m 이격하는 조건부 사항을 내걸었다. 이 역시 사업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사항으로 제주도와 심의위원장의 주장에 따른다면 이마저도 조건부 사항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연대회의는 “해당 위원이 제시한 사항은 조건부 사항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제주도의 환경영향평가심의의 범위를 벗어난 사항이라는 주장은 사업자를 일방적으로 편들기 위한 억지”라고 덧붙였다.
연대회의는 “오라단지 개발사업은 이미 도민여론에서도 절대 있을 수 없는 제주의 대표적 난개발 사업으로 회자되고 있음에도 불구, 원칙과 규정도 어기는 무리수를 써가면서 제주도가 이 사업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어 “논란이 일었던 몇몇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철저한 원칙과 규정을 들이밀었던 원희룡 제주지사가 오라단지에 대해서는 줄곧 사업을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온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대회의가 확인한 오라단지 개발사업자인 JCC㈜의 등기사항에는 사업목적에 부동산 개발업, 부동상 투자자유치업 등은 물론 카지노 운영업, 기타 겜블링 및 베팅업, 유흥주점업 및 무도유흥주점업 등이 포함됐다.
연대회의는 “토지이용계획에서 이들 계획을 제시하고 있지 않지만 사업자가 추진하려는 사업들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며 “제주도가 이런 사업자의 계획을 모르고 있을리는 만무하다”고 꼬집었다.
연대회의는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 제주도가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다시 열고 결정사항을 번복한 데에는 사업자와 사업승인기관 간에 복잡한 관계들이 얽혀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행정은 공정하고 투명하며 정의로워야 하나 이번에 제주도가 보여준 행정은 편향적이고 불의로 일관된 모습”이라며 “오라단지 개발사업은 사업가를 위한 행정으로 전락했다”고 통탄했다.
연대회의는 “당장 불법적인 회의결과를 무효화 할 것을 요구한다”며 “제주의 정체성은 물론 제주도가 내세운 미래비전과도 배치되는 오라단지 개발사업 인허가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오라단지는 이전에도 지하수 이용권 문제 등으로 시끄러웠다. 1999년 12월 개발사업 시행승인을 받은 이후 여러 차례 사업시행자 변경과 사업기간 연장을 반복하다 지난해 5월 사업승인이 취소된 관광단지다.
첫 사업자론 쌍용건설이 나섰다. 1999년 12월 개발사업이 승인, 쌍용건설과 유일개발, 오라관광지구 토지주조합이 공동사업자로 나섰다.
하지만 그 시절 외환위기에 따른 구제금융(IMF) 여파로 사업은 꼬여가기 시작했다.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며 4000억원을 투자하려던 계획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결국 자금난에 시달리던 쌍용건설은 2004년 자회사인 유일개발 지분 100%를 (주)지앤비퍼시픽에 넘겼다.
오라관광지구는 그후 또 홍역을 치렀다. 개발사업권이 2005년 7월 당시 다단계 판매기업으로 유명한 제이유(JU)그룹 계열사인 알바스트로개발(주)로 넘어갔다.
하지만 JU그룹 총수인 주수도 회장이 수천억원대 사기·비자금 사건에 휘말리며 구속, 사업은 공중분해의 길로 접어들었다.
오라관광지 사업권은 이후 극동건설로 넘어갔다. 웅진그룹 계열의 극동건설(주)은 2006년 12월 오라관광지구 개발부지와 사업권을 인수해 2008년 10월 제주도로부터 개발사업승인을 받았다.
극동은 우선 1단계 사업으로 1600억원을 투자해 공정률 35% 상태에서 중단된 85만2000㎡ 규모의 골프장(18홀) 조성공사와 호텔 클럽하우스(152실), 콘도미니엄인 티하우스(224실)를 재추진, 2012년 5월 문을 열 예정이었다. 이후 113만8000㎡ 부지에 600억원을 투자하는 2단계 사업도 계획했었다.
하지만 이 역시 고꾸라지고 말았다. 극동건설 역시 부도사태를 맞았고, 2005년부터 사업기간 연장을 3차례(2009년, 2012년, 2014년 12월31일)나 반복해 온 오라관광지는 결국 ‘삽질’만 거듭한 셈이 되고 말았다.
결국 제주도는 지난해 5월 사업승인을 취소했다. 하지만 극동건설은 사업승인 취소 직전 개발사업 부지 등을 중국자본인 JCC(주)에 팔아넘겼다.
JCC㈜는 제주시 오라2동 산 56-2 일대 353만9341㎡ 부지에 2021년까지 6조원을 투입해 회의실 7000석·초대형 규모의 전시실(2만㎡) 등 제주오라 에코마이스센터, 2500실 규모의 7성급 호텔, 1842실 규모의 테마형 콘도, 면세백화점, 글로벌 백화점, 실내형 테마파크, 워터파크, 18홀 규모의 골프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