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제주 오라관광지구의 운명이 날이 다가오고 있다. 제주도의회가 20년 난제 오라지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심사에 나선다.
제주도의회는 오는 17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제351회 임시회 환경도시위원회에서 오라지구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심사한다.
이 자리엔 환경도시위 의원들을 비롯 제주도 관광국장과 제주도 도시건설국장,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심사는 지난달 제350회에서 상정보류된 바 있다. 전문가와 도민 의견을 면밀히 검토하고 용천수 고갈위험과 하류지역 홍수 피해 대책마련, 자본실체 검증, 하수처리 및 중수사용 등에 관한 검토가 이유였다.
동의안 심사에 앞서 환경도시위는 오는 12일 '오라지구 조성사업 대도민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는 이날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환경도시위는 "대도민 토론 외에도 상하수도, 주변 환경 변화 등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심도있는 심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오라지구의 기구한 운명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라관광지구는 제주개발특별법이 시행되던 시절 제주도 종합개발계획에 의해 지정된 3개 단지·20개 관광지구 중 한 곳이다. 1998년과 2001년 열린 제1·2회 세계섬문화축제 무대기도 하다.
1997년 2월 제주도조개발계획상 열안지오름을 포함 268만3000㎡의 부지가 오라관광지구로 확정됐다. 당시 유일개발과 쌍용건설, 오라공동목장조합이 재해 및 교통, 환경 영향평가 등 행정절차를 밟았고 1999년 12월 30일 제주도개발특별법에 의해 개발사업 시행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1999년 12월 사업승인 이후 오라지구는 여러차례 사업시행자 변경과 사업기간 연장을 반복했다. 급기야 지난해 5월에는 사업승인이 취소됐다. 기구한 운명이었다.
첫 사업자는 쌍용건설. 그러나 그 시절 외환위기에 따른 구제금융의 여파로 사업은 꼬여가기 시작했다. 결국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며 4000억원을 투자하려던 계획은 공염불이 됐다. 쌍용건설은 자금난에 시달리다 2004년 자회사인 유일개발 지분 100%를 ㈜지앤비퍼시픽에 넘겼다.
이후 2005년 7월 개발사업권은 당시 다단계 판매기업으로 유명한 제이유(JU)그룹 계열사인 알바스트로개발㈜로 넘어갔다. 하지만 JU그룹 총수인 주수도 회장이 수천억대 사기·비자금 사건에 휘말려 구속되면서 사업은 좌절됐다.
오라지구 개발사업권은 그후 웅진그룹 계열의 극동건설㈜로 넘어갔다. 2006년 12월 극동건설은 오라지구 개발부지와 사업권을 인수, 2008년 10월 제주도로부터 개발사업 승인을 받았다.
극동건설은 1단계 사업으로 1600억원을 투자, 공정률 35% 상태에서 중단된 85만2000㎡ 규모의 골프장(18홀) 조성공사와 호텔 클럽하우스 (152실),콘도미니엄 티하우스(244실)를 재추진하고 2012년 5월 문을 열 예정이었다. 이후 2단계 사업으로 113만 8000㎡ 부지에 6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고꾸라졌다. 극동건설의 부도가 이유다. 결국 오라지구는 2005년부터 사업기간 연장을 3차례(2009년, 2012년, 2014년 12월 31일)나 반복하며 ‘삽질’만 거듭한 셈이 됐다.
결국 제주도는 지난해 5월 사업승인을 취소했다. 하지만 극동건설은 사업승인 취소 직전 개발사업 부지 등을 중국자본 JCC㈜에 팔았다.
JCC에 사업권이 넘어가면서 ▲지하수 관정 문제 ▲신입 편입부지 사전입지 검토 절차 누락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의결과 번복한 문제 ▲자본검증 등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달 열린 제250회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선 원희룡 제주지사와 강경식 도의원이 신랄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원 지사는 "오라지구 사업 부지는 20여년 전부터 개발된 곳으로 이미 30%는 개발로 훼손돼 있다"며 "도의회서 우려하는 폐기물과 하수 등 부분은 자체 처리토록 보완조치를 취했고 앞으로도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동원할 수 있는 행정력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사업 추진을 피력했다.
반면 강 의원은 "자본실체도 검증되지 않은 곳에 대규모 개발사업권을 줄 수 없다"며 "환경영향평가 메뉴얼에서도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숙박시설 관계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오라지구 사업에 대한 심사를 최종 결정할 수 있도록 도에서 모든 자료를 제출할 때까지 동의안을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