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계열 한국공항의 제주 지하수 취수량 증량 요구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제주도 지하수관리위원회는 20일 오후 제주도청 2청사에서 한진그룹이 요청한 지하수 취수량 증산(월 3000톤→4500톤)에 대해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심사 유보했다.
이날 심의에는 현영진 위원장을 포함해 심의위원 10명 중 8명이 참석했다. 한진그룹의 취수허가량 증산 신청은 이번이 5번째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주)은 지난달 31일 증가하는 항공승객 수요 총족을 위해 먹는샘물 ‘제주퓨어워터’ 제조용 지하수 취수허가량을 현재의 1일 100톤에서 150톤으로 변경(증량)하는 ‘지하수개발·이용 변경허가’를 제주도에 신청했다.
이번 1일 50톤 증량 신청은 증가하고 있는 항공승객에 대한 서비스 향상 목적이라는 게 한국공항(주)측 설명이다.
이번 지하수 증량 시도는 5번째다. 가장 최근이 지난해 5월이다. 하루 취수량을 100톤에서 200톤(월 3000톤→6000톤)으로 증량을 신청했었다. 하지만 제주도 지하수심의위원회 심의에서 ‘부결’됐다. 심의위원 10명 중 9명이 반대했다.
이보다 더 앞서 지난 2013년에는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서 1일 120톤의 취수량을 동의해줬지만 당시 박희수 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 상정을 보류하면서 무산됐다.
한국공항은 증량 신청 당시 "제주퓨어워터 생산량의 70% 이상을 대한항공과 진에어에 공급하고 있으나 현재 취수량으로는 연평균 8∼9% 꾸준히 증가하는 항공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증량 요청은 항공승객에 대한 서비스 향상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지하수심의위원회는 2시간 30분 동안 격론을 벌이다 결국 '필요한 물량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라'는 이유를 달아 심사를 유보했다.
그러나 도내 1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19일 성명을 내 "지난해 지하수 증산을 시도했다가 도민사회의 호된 질책을 받았던 한진그룹이 조기 대선이라는 국면을 틈타 1년도 안 돼 또다시 증산시도에 나섰다"며 "한진그룹은 제주도 지하수를 향한 탐욕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제주도는 1993년 제주도개발특별법에 따라 한국공항(주) 측에 1일 200톤의 지하수 취수를 허가했다. 그러다 1996년 1일 100톤으로 감량해 현재까지 취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제이누리=김리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