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첨단과학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과학이 아직도 접근하지 못하는 세계가 많다. 제주도지하수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마다의 시각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제주시 노형동 중심가에서 30년 이상 운영되어온 대형 사우나업체가 영업을 중단했다. 이유는 그동안 별 문제없이 사용해온 지하수가 최근 흙탕물로 변해 더 이상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일부 지하수 전문가들은 그동안 제주 지하수는 내버려두면 바다로 다 빠져나가는 순환자원이기 때문에 무한한 자원으로 홍보해 왔다. 특히 한국공항(주)는 이런 전문가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그냥 버려지는 지하수를 활용하여 시판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홍보해 왔다. 한국공항(주)의 지하수 증량에는 다음 네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한국공항(주)는 30여 년 동안 제주 지하수에 대한 독점적인 특혜를 받아왔다. 한국공항이 월 3000톤을 생산해 얻은 판매액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12년간 무려 1,031억97백만 원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사회 형평에 맞지 않는 사회갈등 요인이 되기 때문에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한다.
제주에 취항하는 국내 항공사는 5개가 있다. 한국공항(주) 계열사인 대한항공 외에 나머지 4개 항공사에서도 기내공급용으로 지하수를 취수하여 사용하겠다고 요구하였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지하수를 개발하는 것은 대단한 발명품이 아니다. 발명특허권도 15년이면 끝난다. 처음 지하수를 개발하였다고 해서 언제까지 독점적인 특혜를 받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둘째, 한국공항(주)는 그동안 막대한 특혜를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더 큰 혜택을 받기위해 제주도민을 속이고 있다. 하루100톤 지하수생산을 하루 150톤으로 증량하는 이유를 보면 탑승객 증가로 기내공급량이 부족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거짓임이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1분도 걸리지 않아 곧바로 드러난다. 한진제주퓨어워터라는 상표를 붙여 비싼 가격으로 인터넷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취항하는 20여개 외국항공사 승객 약 2천만 명 넘게 기내공급 생수로 제공되고 있다.
한국공항(주)는 대한항공 기내공급 물량이 남아돌아 인터넷과 외국항공사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지하수심의위원회는 지하수생산량을 오히려 줄여야 하고, 더 나아가 제주도민의 공익을 위해 한국공항 지하수생산시설을 폐쇄하거나 제주개발공사로 인수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셋째, 제주도 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에서 시판하는 제주삼다수가 한국공항(주)의 지하수시판으로 인해 브랜드가치가 하락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즉 한국공항(주)의 지하수는 제주삼다수 보다 약 65%이상 비싼 가격에 시판되고 있어 제주삼다수가 저가품으로 전락, 브랜드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
제주도민의 자산인 제주삼다수는 2016년 567억 원의 순이익을 얻어 제주도민의 복리증진과 지하수보존연구사업 등에 소중하게 쓰이고 있다. 앞으로 제주삼다수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년 간 수조원의 순이익을 얻어 제주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한국공항(주)가 많이 생산하여 시판할수록 제주삼다수는 상대적으로 순이익이 적어질 수밖에 없고, 저가품으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
넷째, 무분별한 지하수개발은 제주도에 재앙으로 다가 올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검토하며 추진하여야 한다. 제주도의 급격한 개발은 노형동 중심가에 사우나시설 흙탕물 유입과 해안마을 용천수 고갈현상 등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초래되고 있듯이 제주 생명수에 심각한 피해가 초래될 수 있다.
제주지하수는 제주미래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지하수개발과 보존관리에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출마 당시 제주도지사 후보 공약으로 대기업 지하수 증량을 불허하겠다고 약속했다. 증량을 앞장서서 막아야 하는 제주도지사가 나서서 지하수증량을 사실상 찬성하는 형태를 보였을 때 제주도민들은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민이 주인인 제주개발공사의 삼다수를 국내와 국외로 시판하여 제주도를 부흥시키는 자원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주도특별법 제312조 3항에 따라 지방공기업법에 의해 설립한 지방공기업(제주도개발공사)이외에는 먹는 샘물을 개발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제주도지사와 국회의원, 제주도의원 등은 관련법과 조례, 도민의 모든 힘을 동원해 몇 년 기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한국공항(주)의 지하수생산을 원천적으로 불허해야 하고, 차후에 한국공항(주)의 생수생산시설을 제주개발공사로 인수시켜 프랑스 에비앙과 경쟁해도 손색이 없는 세계적인 명품, 단일브랜드로 키워야 한다.
2012년 9월 제주MBC가 여론조사기관인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제주도민 75,3%가 한국공항(주)의 지하수증량을 반대하고 있음을 제주도지사와 제주도의원들은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제주도정은 한국공항(주)에 2년마다 지하수 증량여부에 시달릴 것이 아니라 지하수취수량을 점차 줄여 몇 년 후에는 한국공항 지하수생산시설과 부지를 인수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하여야 한다.
한국공항의 지하수증산 논란의 핵심은 지하수 증량문제가 아니라 사기업이 이윤 추구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지하수는 사기업의 이윤추구 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제주특별법에 언급되고 있는 지하수공수화원칙이 명시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런 원칙이 무너지면 제주에 대규모 토지와 사업장을 가진 대기업들이 너도 나도 지하수를 이윤 극대화의 수단으로 사유화할 것이며 그렇게 될 때 제주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는 위기를 맞게 된다. 최근 하루 150톤을 취수 할 수 있는 제주소주를 인수한 이마트 역시 기회가 되면 먹는 샘물시장에 바로 나설 수 있다고 본다.
제주도 지하수심의위원 다수가 교체되면서 한국공항(주)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것은 제주도지사가 한국공항(주)에 지하수증산을 염두에 두고 행해진 조치로 의심받고 있다.
만약 제주도지사와 제주도의회가 보조를 맞춰 한국공항(주)에 지하수증량을 허용해줄 경우 다수의 제주도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돈과 권력을 동원한 로비에 제주도민의 고귀한 생명수를 대기업에 결코 내주어서는 안 된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익지원센터장 양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