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지방선거 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2년여를 끌어온 논란이 민선 7기 제주지사의 판단으로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차가운 도민여론과 시민단체 등의 거센 압력에 부담을 느낀 원 지사의 '6.13선거를 의식한 행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3일 제주도에 따르면 보건의료 정책을 심의하기 위해 구성된 제주도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1~12월 세 차례 회의를 통해 “영리병원은 내국인 진료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조건을 단 의견서를 제주도로 넘겼다.
제주도는 이 의견서를 받아 허가 여부를 고심했지만 따가운 반대 목소리들을 의식해 결정을 미루고 있는 중이다.
시민단체들은 박근혜 정부가 2015년 12월18일 중국 녹지그룹의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녹지국제병원‘ 설립에 따른 사업계획을 승인한 이후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의료를 돈벌이 상품으로 만들 것"이라며 꾸준히 반대해 왔다.
또 제주도의 허가 이전 사업을 승인한 정부에 “사업승인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민 여론도 싸늘한 상태다.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가 지난 1일 제주도에 ‘숙의형 정잭개발청구서’를 도에 제출한 것도 허가 결정 여부를 미루는 이유의 하나로 관측된다.
숙의형 정책개발청구는 정책을 개발할 때 공론조사 등을 실시해 신중히 하자는 뜻으로 제정된 조례다.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위원회는 오는 28일 위원회를 개최해 이 청구 건을 다룰 예정이다.
그 자리에서 내려질 위원회의 결론도 영리병원의 허가 여부를 결정지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영리병원 허가결정을 미루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갖는다. 재선 도전에 나서는 원 지사가 22일 랜딩 카지노 이전 허가 결정에 이어 도민들의 여론과 반하는 결정을 연이어 했을 때의 도민 반발과 지지율 하락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원 지사는 지난해 9월 도내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리병원 허가는 새 정부 정책도 있기 때문에 면밀하고 종합적으로 정부와 의견을 교환하면서 방향을 잡아가겠다”며 즉답을 피한 채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외국 영리병원 도입에 대해 도민들의 반대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CBS와 제주MBC, 제주新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주)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제주지역 현안에 대해 지난 18일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외국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이 크게 높았다. 반대가 57.3%로 '찬성한다'(31.3%)에 비해 26%p 높게 나타났다.
카지노의 대형화 이전에 대해서도 반대가 컸다. 또 “기존 카지노 중 일부를 이전해 대형화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반대한다'는 의견이 61.1%로 '찬성한다'(28.7%)에 비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오종수 제주도 보건위생과장은 “영리병원 허가 여부는 워낙 민감함 문제여서 이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영리병원 1호로 추진중인 녹지국제병원은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내 2만 8002m² 터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난해 7월 준공됐다. 47병상을 갖추고 있다.
병원설립을 신청한 녹지그룹은 중국 최대 부동산회사로 제주헬스케어타운과 제주드림타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녹지그룹은 전액 투자로 설립한 그린랜드헬스케어를 사업자로 내세워 병원 설립을 신청했다. 국제녹지병원은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성형과 피부관리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으로 지난해 개원을 목표삼은 바 있다. [제이누리=권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