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자칫 정책선거가 실종된 채 중앙정치권의 해군기지를 둘러싼 정쟁에 매몰되는 '최악의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여야의 공천이 늦어지면서 총선이 불과 한달 앞으로 다가와도 최종 대진표가 나오지 않아 유권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12일에야 제주시 갑 후보를 확정하면서 3개 선거구 후보가 결정됐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야권 단일후보 경선은 17~18일 예정돼 있어 제주시 갑과 서귀포시는 22~23일 입후보자 등록을 코 앞에 두고서야 후보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처럼 여야의 공천이 늦어지고 공천 탈락자들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 등 공천 잡음이 일면서 정책 선거는 온데 간데 없다.
당내 경선이나 야권연대 후보 단일화 절차 또한 TV 토론회 등을 통한 유권자의 검증 절차 없이 여론조사 경선으로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유권자 상당수는 "도대체 누가 출마했고, 어떤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지, 누가 경선에서 탈락했는 지 조차 모를 정도"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제주도의회 의원 보궐선거도 3곳에서 치러지지만 총선에 묻혀 더욱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20년 만에 대선과 같은 해에 실시되는 19대 총선은 대선 전초전이나 다름없어 여야의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되지만 정책 대결보다는 이념 투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 갈등'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와 함께 여야의 핵심 선거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후보들도 이 같은 중앙당의 정쟁에 휘둘리면서 신공항 건설과 제주특별자치도 제도개선 등 제주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연일 정책보도자료를 통해 백화점식 '장밋빛' 공약만 쏟아내고 있다.
자칫 이번 선거가 후보와 정당의 정책이나 비전보다 연고나 지역주의에 기대하거나 '인지도'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는 선거로 흘러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여야 모두 새 인물 발굴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초반 선거 구도= '힘 있는 3선'을 내세우고 있는 현역 의원에 맞선 새누리당과 무소속 후보들의 '인적 쇄신론'이 불붙게 될 전망이다.
공천 후유증도 여야 모두 선거 변수다.
공천 탈락에 반발해 탈당한 무소속(연대) 후보들의 '친정집'을 겨냥한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초반 판세는 3개 선거구 모두 강세를 보이고 있는 민주통합당 현역 의원을 새누리당과 무소속 후보들이 앞다퉈 쫓고 있는 형국이다.
선거 대진표는 제주시 을이 가장 먼저 확정됐다.
10일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김우남 의원이 오영훈 전 도의회 운영위원장을 제치고, 후보로 확정돼 3선에 도전하게 됐다.
새누리당 부상일 전 도당위원장과 여야 리턴매치가 펼쳐질 가운데 진보신당 전우홍 제주도당위원장과 무소속 강정희씨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주시 갑과 서귀포시는 새누리당-야권연대-무소속 구도로 치러진다.
제주시 갑과 서귀포시는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야권연대 단일 후보가 확정돼야 대진표가 나오지만 민주통합당 강창일.김재윤 의원의 공천이 확실시되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로 볼 때 양 당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이 서귀포시 선거구에 경선없이 현역 의원을 단수공천하자 탈당과 함께 무소속 연대를 선언한 고창후 전 서귀포시장과 문대림 전 도의회의장의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경선에선 문대림 후보가 12일 확정됐다.
서귀포시는 당초 민주통합당의 초강세 지역으로 분류됐지만 무소속 연대의 출마로 '3자 구도[새누리당 강지용-야권연대(김재윤.현애자)-무소속 문대림]'로 바뀌면서 선거 막판까지 판세를 가늠하기 힘들게 됐다.
제주시 갑은 여야 맞대결로 격전을 예상했지만 새누리당의 공천 후유증으로 야권연대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경대 전 의원이 여론조사 경선에서 강문원 변호사를 누르면서 12일 공천이 확정됐고 장동훈 전 제주도의회 의원이 새누리당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제주시 갑은 새누리당 현경대-야권연대(강창일.이경수)-무소속 장동훈-무소속 고동수 다자 구도가 형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