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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19)

백거이(白居易)의 『천가도(天可度)』라는 시를 한 번 보자.

 

하늘은 헤아릴 수 있고 땅도 잴 수 있지만 오로지 사람 마음은 방비할 수 없구나.
단지 적성이 피처럼 붉다는 것을 알지만 거짓말이 쌍황처럼 교묘할 지 누가 알겠는가.
코를 막으라 하거들랑 막지 마시게 부부가 삼성과 상성처럼 멀리 떨어지게 될지니.
벌을 떼라 하거들랑 떼지 마시게 부자가 승냥이와 이리처럼 될지니.
바다 밑의 물고기나 하늘가의 새는, 높으면 쏠 수 있고 깊으면 낚을 수 있지만,
오로지 사람의 마음이 대비될 때에는 지척지간이라도 헤아릴 수 없나니.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이의부의 무리가 희색이 만연하게 웃지만 웃음 속에 칼을 숨겨 사람을 죽이는 것을.
음양과 신비로운 변화는 모두 예측할 수 있지만 인간의 웃음과 성냄은 알길 없어라.

 

현재 세상에는 재산을 따지거나 교활한 무리가 강을 건너는 붕어마냥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얼굴에는 성실한 웃음을 띠고 불덩어리처럼 열정적이지만 뒤에서는 칼을 움켜잡고 허점을 찌르려 노리고 있다. 이때 지혜로운 눈이 없다면 성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타인은 식칼과 도마가 되고 자신은 어육이 되어서 착취당하고 유린당하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한무제(漢武帝, BC156~BC87)가 죽은 후 소제(昭帝, BC94~BC74)가 즉위하자 연왕(燕王) 유단(劉旦)은 원한을 품고 모반을 획책하였다. 당시 곽광(霍光), 김일제(金日磾), 상관걸(上官桀) 대신 3명에게 보정하도록 하였다. 보정대신 3명 중 김일제가 먼저 죽자 곽광과 상관걸 사이에 갈등이 심화되었다.

 

 

어느 날, 곽광이 외출해 어림군(御林軍)을 검열하고 나중에 또 교위(校尉)를 대장군부로 불러들였다. 상관걸은 그 기회를 틈타 심복에게 연왕의 어투와 필적을 모방해 상소문을 쓰게 하고 사람을 시켜 연왕의 부하인양 궁으로 보냈다. 당시 소제는 14살에 불과하였다. 스스로 연왕이 쓴 상소문을 가지고 왔다는 자를 맞이한 후 상소문을 보니 이렇게 쓰여 있었다 : 들은 바에 따르면 대장군 곽광이 외출해 어림군을 검열하면서 감히 황제가 타는 수레를 사용하였고 혼자서 마음대로 교위를 전용하였다 하니 다른 뜻을 품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나(연왕)는 그가 황상을 위험하게 만들까 두려우니 내가 직접 도성으로 가서 황상을 보호하려 한다.

 

소제가 다 읽고는 한참 동안 깊이 생각한 후 상소문을 옆에 내려놓았다. 이튿날 아침 조회 때 연왕이 상소문을 올려 자신을 고발했다는 소식을 들은 곽광은 두려움에 떨며 편전의 화실에 숨어 처벌을 기다렸다. 소제가 조회에 나왔을 때 곽광이 보이지 않자 물었다. “대장군은 어째서 조회에 나오지 않았소?”

 

상관걸이 재빨리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황상께 아뢰옵니다. 신이 보기에 곽 장군은 연왕에게 고발당하여 감히 입조하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되옵니다.”

 

“흠, 과연 그러한가? 가서 곽 장군을 입조하도록 부르시오.”

 

“예” 젊은 태감이 편전으로 가 곽광을 불러왔다.

 

곽광이 대전에 들어서서는 급히 모자를 벗고 바닥에 엎드려 소제에게 죄를 청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소제가 상냥스런 얼굴로 말하는 게 아닌가. “대장군께서는 일어나서 모자를 쓰시오. 짐은 그대에게 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소. 어떤 사람이 고의로 그대를 해하려 한 것이오.”

 

곽광이 물었다. “폐하께서는 통촉하시옵니다. 그런데 어찌 신이 죄가 없다는 것을 아셨습니까?”

 

소제가 말했다. “대장군이 어림군을 검열한 지점이 도성과는 그리 멀지 않소. 교위를 전용한 것도 최근의 일이오. 두 사건의 기일을 합쳐도 열흘이 채 되지 않소. 연왕은 천리 밖에 있소. 어찌 그리 짧은 시간에 두 사건을 알 수 있겠소? 게다가 연왕이 그 사건을 알아서 급히 사람을 보낸다하여도 여기까지는 도착하지 못할 게요. 만약 대장군이 정말로 역모를 꾸몄다하여도 교위를 전용할 필요까지 있겠소. 짐이 보기엔 이 상소를 쓴 사람이 다른 뜻이 있다고 생각하오.”

 

곽광과 다른 대신들이 듣고는 어린 황제의 총명함에 탄복하였다. 상관걸은 다시는 함부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소제는 말을 마치고 명을 내려 가짜 상소문을 만들어 상소한 사람을 찾으라 하였다. 상관걸은 미리 방비는 했으나 황제가 계속 문제 삼자 사건이 발각될까 두려워 여러 차례 나서서 방해하였다. “사소한 일입니다. 종일 많은 인력을 동원해 처리할 일은 아닙니다. 폐하께서는 국가 대사에 힘을 쏟으셔야 합니다. 그런 미미한 일에 다시는 마음을 분산시키지 마옵소서.”

 

나중에 우연한 기회에 상관걸과 연왕 유단이 정변을 꾸민 일을 알게 돼 그들을 일망타진한다. 상관걸 부자와 공모하였던 대신들은 죽임을 당하고 연왕 유단 등은 자진하였다.

 

당시 소제는 14살에 불과하였다. 상서 및 좌우 대신들 모두 그의 통찰력에 놀랐다. 소제는 자신의 지혜로 상관걸이 혼수모어 하려던 계략을 좌절시켰고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신하를 지켜내면서 내란을 미연에 방지하였다.

 

일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지략이다. 여러 가지 상황 아래서 일을 성사시키고 실패를 당하는 것은 전적으로 사람 마음이 음험하고 사악한 까닭만은 아니다. 상대를 파악하는 지모가 부족한 것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면서 어찌 일을 성사시킬 수 있겠는가?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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