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야사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전해온다. 당시 북방에는 두 종류의 말이 특히 유명하였다. 하나는 몽골마로 힘이 대단히 세, 천여 근을 질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대완(大宛)마로 날듯 내달려 하루에 천리를 달렸다.
한단(邯鄲)에 몽골말과 대완마를 각 한 필씩 기르는 상인이 한 명 있었다. 몽골마로 화물을 운송하고 대완마로 편지 등을 전달하였다. 두 말을 한 마구간에서 기르니 한 구유에서 사료를 먹을 때마다 서로 물고 차고 하였다. 매번 서로 지지 않고 양패구상으로 끝나는 통에 늘 수의사를 초빙해 치료하여야했다. 그것 때문에 주인이 골머리를 앓았다.
때마침 백락(伯樂)이 한단에 도착하자 상인은 그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였다. 백락이 마구간에 가서 가만히 보고 있다가 살며시 웃으면서 두 글자를 써줬다. ‘분조(分槽)’였다. 구유를 나누면 된다는 간단한 말이었다. 상인은 그의 말대로 구유를 따로 나누어 먹이니 다툼이 없었다. 이때부터 아무 문제없이 두 말을 길렀고 사업에 제대로 활용하게 되면서 나날이 장사가 잘됐다.
후계자의 문제는 오랫동안 중국기업을 괴롭히는 문제였다. 특히 후계 대상자가 상하를 가리기 힘든 엇비슷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였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기업가 피에르 가르뎅(Pierre Cardin)이 일찍이 말한 바가 있다. 사람을 쓰는 데에는 1 더하기 1은 2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잘못하면 1이 된다. 사람을 쓰는 데에 조합이 타당하지 않으면 전체적인 우위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적절하게 안배해야만 가장 훌륭한 배치가 된다.
이 방면에 있어 이가성(李嘉誠)과 유전지(柳傳志)는 세상일을 꿰뚫어보는 안목으로 “구유를 나누어 말을 먹인다”는 책략을 성공적으로 운용해 그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였다. 더욱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새로우면서도 고도화된 기업 발전의 기회로 삼았다.
홍콩의 이가성에게는 아들 둘이 있었다. 성장한 후 성격이 침착하고 신중한 성실한 기풍의 장자 이택구(李澤矩)는 장강그룹 총수로 세웠고 ; 자유와 창조성을 숭상하고 쇼하기를 좋아하는 둘째 이택해(李澤楷)는 새로이 TOM.COM사업을 시작하였다.
2001년 3월에, 연상그룹은 ‘연상 컴퓨터’, ‘신주(神舟) 디지털’ 전략을 선포해 자본 분할 상장하겠다고 한 후 같은 해 6월에 신주 티지털은 홍콩에서 상장하였다.
분할 상장 이후 연상컴퓨터는 양원경(楊元慶)이 사령기를 맡아 상표를 계승해 PC, 소프트웨어 생산 판매를 주로 하였고 ; 신주 디지털은 곽위(郭爲)가 대표가 돼 다른 상표를 만들어 시스템 통합, 상품소매, 네트워크 상품 제작 등을 주로 관장하였다.
이처럼 후계자 문제를 희극적인 방식으로 수많은 혼란 끝에 결말을 맺어 세인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두 명의 젊은 주자’를 내세워, 한 명은 현재의 연상을 이끌고 한 명은 미래의 연상을 열어가게 만들었다.
그런데 “구유를 나우어 말을 먹이는” 과정에서 어떻게 안배하여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어떻게 하여야 모든 사람이 서로 협력하고 보완하면서 각자의 장점을 더욱 잘 나타낼 수 있는가, 서로 방해는 되지 않는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중요하다.
과거에 사찰의 문을 들어서면 처음에 미륵불이 만면에 미소를 띠고 손님을 맞이하였다. 그 북쪽에 검은 얼굴을 한 위타(韋陀)가 있다. 아주 오래 전에 미륵불과 위타는 같은 사찰에 있지 않고 각기 다른 사찰을 관장했었다고 전해온다.
미륵불은 열정적이고 유쾌한 부처이기에 그에게 오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졌지만 어떤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것저것 잘 잊어버려 회계업무를 잘 관리하지 못하여 여전히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다. 반면 위타는 회계업무에는 뛰어났지만 하루 종일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고 너무나 엄숙했기에 그를 찾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들어 마침내 향화가 끊어져 버렸다.
부처님이 향화를 살필 때 그런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는 미륵불과 화타를 같은 사찰에 같이 있게 한 후 미륵불은 공공관계를 책임져 웃는 얼굴로 사방팔방에서 몰려오는 손님을 맞도록 하자 향화가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위타는 철면무사(鐵面無私)로 진지하고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니 재무를 맡겨 엄밀히 검사하게 하였다. 둘의 분업해 협력하자 사찰은 초목이 무성하듯 번창하였다.
“구유를 나누어 말을 먹이다”와 “부처님이 일을 할당하다” 이야기는 후계자를 기르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다음 몇 가지를 시사하고 있다.
한 무리를 배양해야지 단일 계승자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같은 게임 규칙을 주고 고하를 비교하여야 한다.
만약 다행히 우열을 가질 수 없는 말을 얻었다면 절대적으로 귀하게 삼아야한다. 귀중한 말을 쉽게 타인에게 넘겨줘서는 안 된다. 적대적인 상대에게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트랙을 나누려면 반드시 철저하게 명석하게 분명하게 엄격하게 나누어야한다. 한쪽이 힘들어지면 다른 한쪽이 곧바로 나서서 도울 수 있도록 하여야한다.
용인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장점을 발견하고 발굴하는 데에 있고 합리적으로 그 자원을 배치하는 데에 있다. 용인술에 능한 사람의 눈에는 폐인이란 있을 수 없다. 무공 고수가 검을 가리지 않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나뭇잎을 따서 날려도 사람을 상하게 만들 수 있지 않던가. 관건은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용인술에는 마땅히 적은 노력으로 많은 효과를 얻어야 한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적은 효과를 얻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인물]
○ 백락(伯樂), 본명은 손양(孫陽), 일설에는 조간자(趙簡子)의 마부라 한다. 자는 자량(子良) 혹은 왕량(王良)이라하기도 한다. 춘추시대 진(秦)나라 사람으로 말을 잘 감별했다고 한다. 나중에 사람들은 본명을 잊어버리고 백락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인재를 잘 발견해 적소에 등용하는 사람을 비유한다.
○ 이가성(李嘉誠, 1928~), 광동성에서 태어난 기업인(원적은 복건성)으로 중국 최대의 기업 청쿵(長江)그룹의 창시자이다. 중국과 동아시아 전역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이며 중국인 중 세계 최대의 부자 중 한 사람이다. 고향 발음으로 리카싱이라 부른다.
○ 유전지(柳傳志, 1944~), 강소성 진강(鎭江)시 사람으로 중국의 유명한 기업가, 연상(聯想) 그룹 창시자이다.
○ 대완(大宛) :
한(漢)나라 때 중앙아시아 페르가나에 있던 오아시스 국가 및 페르가나 지방에 대한 한인(漢人)이 불렀던 호칭이다. 남북조(南北朝)시대 이후 사서에 파락나(波洛那), 발한(鏺汗), 포한(怖悍) 등으로 기록돼 있다. 국도는 귀산성(貴山城)이라 했는데 지금의 카산이라는 설과 호젠트라는 설이 있다. 전한(前漢) 무제(武帝) 때 장건(張騫)이 찾아간 일이 있으며 명마(名馬)의 산지로 알려져 있다.
○ 위타(韋陀) :
위타보살이라 하기도 하는데 부처님의 호법신이다. 불교에는 호법천신 위천장군(韋天將軍)이 있다. 성은 위(韋), 이름은 곤(琨)이라 전한다. 남방 증장천(增長天) 여덟 신장 중 하나이며 삼십이천(32天)의 우두머리다.(사대천왕마다 여덟 신장이 있다) 석가모니가 입적한 후 악마가 부처님 유골을 훔쳐 달아났는데 위타가 제때에 쫓아가 찾아왔다고 전한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위타를 악마를 쫓아내고 불법을 수호하는 천신으로 여긴다. 송(宋)나라 때부터 중국 사찰에서는 위타를 공봉하기 시작해 위타보살이라 불렀다. 항상 미륵불상 뒤에 서있다. 대웅전 쪽을 향하여 있으면서 불법을 보호하고 출가자를 돕는다고 한다. 본래는 힌두교의 신으로 시바의 아들로 태어나 하늘 군대의 장군이 되었다. 산스크리트로는 스칸다(Skanda)인데 음역해 새건타(塞建駝), 사건타(私建陀), 건타(建陀)라 하고 위타(韋駝, 韋陀), 위타장군, 위장군이라고도 한다.
○ 철면무사(鐵面無私) :
사사로운 정에 끌리지 않고 냉철하다는 뜻이다. 청나라 때의 소설 『홍루몽(紅樓夢)』에 처음 보인다. 비슷한 말로는 ‘냉면한철(冷面寒鐵)’, ‘공평무사(公平無私)’, ‘지공무사(至公無私)’ 등이 있다. ‘선공후사(先公後私)’, ‘대의멸친(大義滅親)’, ‘왕자무친(王者無親)’도 유사한 맥락이다. 반대말은 ‘종욕염사(從欲厭私)’, 공불승사(公不勝私)’ 등이다.
○ “천리마는 구유를 나누어 길러라”(分槽喂養千里馬)라는 말이 있다. 천리마들을 하나의 구유로 먹여 기르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말은 천성적으로 성정이 급하고 호승심이 강하다. 구유 하나로 길러지는 천리마들은 서로 견제해 제대로 먹지 못하여 성장이 더디게 되고 급기야 구유 싸움으로 서로 발길질하고 물기도 하면서 다투어 어느 쪽이든 다치게 된다.
반면에 돼지는 혼자 따로 먹이를 먹는 것보다 어울려 먹기를 즐긴다. 서로 밀고 다투며 먹어야 적극적으로 먹고 많이 먹게 된다. 경쟁이 그들의 식욕을 증대시켜 더 빨리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돼지는 구유를 합쳐서 길러야 한다. “분조외마(分槽喂馬), 합조외저(合槽喂猪)”, 말은 구유를 나누어 기르고 돼지는 구유를 합쳐서 기르라는 말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