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야기도 전한다. 길안주(吉安州)에 혼사가 있어 잔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람이 많은 틈을 타 도적이 동방에 잠입해 기회를 보고 도둑질하려고 침대 아래에 숨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3일 밤낮을 잔치하니 밝은 불빛 아래 손을 쓰기는커녕 움직이지도 못하여 도적은 배고픔을 참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스스로 침대 밑에서 나와 붙잡혔다. 관부로 이송돼 심문을 받았다.
그런데 그 도적이 자신은 의사라고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의사요. 도적이 아니오. 신부가 병증이 있어 나에게 신부를 뒤따라 다니면서 병을 고치라고 하였소.” 그러면서 신부의 집안일이나 신부와 관련된 숨겨진 이야기들을 상세하게 술술 풀어놓는 것이었다. 사실 그의 진술은 모두 침대 밑에 숨어있을 때 엿들은 이야기였다.
관령은 결단을 내리지 못하여 신부에게 대질신문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침대에서 나눈 개인적인 말을 신부가 어찌 쉽게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 신부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나이 든 관리가 현령에게 말했다. “신부가 처음 시집왔으니 대질신문하면 신부의 부끄러운 일이 밖으로 새나갈 것입니다. 저 자가 만약 의사가 아니라 도적이라면 분명 신부를 알아보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다른 신부를 찾아 관청으로 데리고 가서 대질하도록 하겠습니다. 도적이 다른 신부를 자신이 따라다니면서 병을 치료하고 있다고 한 신부로 안다면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겠습니까?” 그러고서 기녀를 신부처럼 꾸미고 꽃마차에 태워 관청으로 갔다.
도적은 그 기녀를 보자마자 큰소리로 질책하였다. “당신은 나에게 병을 치료해달라고 요청했으면서 어찌 나를 도적이라 모함하는 것이오?” 관청에 모여 있던 관리들이 장내가 떠나갈 듯 웃었다. 도적은?
[인물]
○ 백거이(白居易, 772~846), 자는 낙천(樂天),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 취음선생(醉吟先生)으로 당대 저명한 현실주의 작가다.
○ 이의부(李義府, 614~666), 용모가 온화하고 공손하며 다른 사람과 말하면서 즐겁고 기쁘게 미소 지었으나 교활하고 음험하였다. 사람들은 그의 미소 속에는 칼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였다. 소리장도(笑裏藏刀)라는 고사가 여기서 탄생하였다. 부드러움으로 다른 사람을 해치니 살쾡이 같다 하여 이묘(李猫)라고 불리었다.
○ 한무제(漢武帝), 유철(劉徹, BC156~BC87), 서한(西漢) 제7대 황제다. 정치적으로 ‘파출백가(罷黜百家),독존유술(獨尊儒述)’을 실행했다고 한다.
○ 김일제(金日磾, BC134~BC86), 자는 옹숙(翁叔), 무위(武威)에 있던 흉노(匈奴) 휴도왕(休屠王)의 태자로 전쟁에서 패하여 곽거병(霍去病)의 포로가 되었다. 한무제는 유도왕의 ‘제천금인(祭天金人)’을 얻었기 때문에 ‘금(金)’ 씨 성을 하사하였다. 서한(西漢)시기 흉노족 정치가이다. 후원(后元) 2년(BC87), 한무제가 병이 중하자 곽광(霍光)과 김일제에게 태자 유불릉(劉弗陵)을 보좌케 하고 유조를 내려 투후(秺侯, 현 산동성 성무[成武])에 봉했다. 소제(昭帝)가 즉위한 후 보좌의 중임을 다하니 죽은 후 경후(敬侯)에 봉해졌다. 무릉(茂陵)에 배장 되었다. 그의 자손은 7세대, 130여 년간 권력을 누리면서 서한정권을 공고히 하였다.
※ 제천금인(祭天金人) :
흉노인(匈奴人)이 주조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핵심적인 도구다. 한나라 원수(元狩) 2년(BC121)에 곽거병(霍去病)이 흉노 휴도왕(休屠王)의 도성(현 무위시[武威市] 근교)을 함락시키고 흉노인이 보배로 삼고 있던 ‘祭天金人’을 빼앗아 섬서(陝西) 순화(淳化) 서북쪽에 있는 감천산(甘泉山)의 감천(甘泉)궁에 안치하였다. 나중에 그것이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시초라고 와전되었다.
○ 단성(丹誠), 붉은 정성이라는 뜻으로 마음속으로부터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뜨거운 정성을 이르는 말이다. 적성(赤誠)이라고도 한다.
○ 쌍황(雙簧), ‘곡예(曲藝)’의 일종, 한 사람은 무대에서 동작을 맡고 다른 한 사람은 뒤에 숨어서 무대 연기자의 동작에 맞추어 대사와 노래를 맡는 것을 말한다. 한쪽은 전면에 나서고 다른 한 쪽은 배후에서 조종하는 것이다. 짜고 치기의 뜻도 있다.
○ 삼상(參商), 삼성(參星)과 상성(商星)을 말한다. 이 두 별은 각각 이십팔수(二十八宿)의 하나다. 동·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 만나는 적이 없다고 한다. 이에 이별해 서로 오래도록 만나지 않는 일 또는 형제가 화목하지 않는 일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 별 이름이다. ‘參’은 ‘심’으로도 읽는다. 옛날 고신씨(高辛氏)의 두 아들 알백(閼伯)과 실침(實沈)이 서로 불목하여 날마다 간과(干戈)로 싸우므로 임금이 알백을 상구(商丘)에 옮겨 상성(商星, 동방 묘[卯]의 위치에 있음)을 주장하게 하고 실침은 대하(大夏)에 옮겨 삼성(參星, 서방 신[申]의 위치에 있음)을 주장토록 하였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나기 어렵다고 탄식함을 ‘삼상지탄(參商之歎)’이라 한다.
“人生不相見,動與參與商”(인생이 서로 보지 못함이, 삼성과 상성의 움직임 같도다.)(두보(杜甫)「증위팔처사(贈衛八處士)」)
○ 철봉(掇蜂)은 주(周)나라 윤길보(尹吉甫)의 후처가 전처소생인 백기(伯奇)를 모함하려고 자기 몸에 벌을 붙였다가 그것을 백기에게 떼게 해 마치 자기 어머니를 겁탈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일화에서 나왔다.(『설원(說苑)』)
○ 백거이(白居易)의 『천가도(天可度)』:
天可度,地可量.唯有人心不可防.但見丹誠赤如血,誰知僞言巧似簧.
勸君掩鼻君莫掩,使君夫婦爲參商.勸君掇蜂君莫掇,使君父子成豺狼.
海底漁兮天上鳥,高可射兮深可釣.唯有人心相對時,咫尺之間不能料.
君不見李義府之辈笑欣欣,笑中有刀潛殺人.陰陽神變皆可測,不測人間笑是瞋.
○ 혼수모어(混水摸魚) :
“물을 흐리게 하여 물고기를 잡다. 내부의 혼란을 이용한다. 약하여 주인이 없으니 이롭다. 수(隨)란 (군자가) 날이 어둠을 향하면 안에 들어가 편안하게 쉬는 것이다.(『주역』)”(混水摸魚,乘其陰亂,利其弱而無主.隨,以向晦入宴息.)(『36계(三十六計)』第20計) : 물을 혼탁하게 만든다. 흐려 허둥대는 때에 손을 뻗어 물고기를 잡는다. 혼란 중에 승리를 얻는 계책이다. 적의 내부에 혼란이 빚어졌을 때 취약해진 상황과 우왕좌왕하는 틈을 이용해 아군의 의도대로 좇아오게 만든다. “밤이 되면 집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한다”는 뜻을 지닌 「수괘(隨卦)」의 ‘수(隨), 이향회입연식(以向晦入宴息)’ 괘사와 취지가 같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