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 모 어린이집에서 '직장내 괴롭힘'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피해교사와 어린이집 측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민주노총과 고용노동청으로까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민주노총 제주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제주시내 어린이집에 근무하던 제주평등보육노조 소속 조합원 B교사가 종교행사 참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해당 어린이집 측이 보육교사에게 지장재일 행사 참여, 기부금 납부, 석가탄신일 근무, 불교대학 참여 등 각종 종교행사에 보육교사의 참여를 강요해왔다는 주장이다. 그러던 중 B씨는 보육시간에 '법당에 올라가 예불을 드리라'는 지시를 거부했다.
어린이집의 원장과 이사장을 비롯해 주임교사, 동료교사들은 B씨에게 예불에 참여할 것을 집단적으로 강요했다. 어린이집 전체회의에서 B씨에게 호통을 치고, 모욕을 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어린이집 측은 노조와의 면담에서 ‘이것이 왜 직장 내 괴롭힘이냐’면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후 지난 9월 관련 내용으로 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제출했다.
피해교사인 B씨는 현재 외상 후 스트레스 등 정신적 피해로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B씨는 <제이누리>와의 통화에서 “소속 교사들은 ‘선생님의 의견만 바꾸면 다 편해질 수 있다’, ‘다른 교사에게 피해주지 말라’는 등 회유 및 압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종교행위를 선택할 자유는 저에게 있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반면 A 어린이집 측은 피해자가 다시 어린이집에 복귀할 상황이기에 원만한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노조 측과 대화를 시도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어린이집 측 관계자는 “노조 측과 수 차례 대화를 시도하고, 직접 찾아가기도 했지만 매번 거절당했다”면서 “대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현재 휴직 중인 피해교사가 해당 어린이집으로 복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사안을 대화로 해결하지 않으면 진정한 해결을 도모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사측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피해교사의 감정적 회복, 관계 개선 등 복귀시 정상적 근무를 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어린이집 관계자가 11월 노조 측에 제시한 합의서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발생한 종교의식 참여거부를 빌미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상황을 엄중한 사항으로 인지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아울러 ▲해당 어린이집 측의 공식사과 ▲2.3차 가해를 한 일부 교사의 개별 사과 조치 ▲재발방지를 위한 게시판 공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합의 체결 ▲개별사항 시정 등이 제시됐다.
노조 측은 이에 대해 “합의서에는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구체적 시정사항, 대표이사 및 원장 등 개별적 사과 여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과 학부모에 대한 사과여부 등은 명시돼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한편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지난 15일 “해당 어린이집 측 대리인 위임장이 제출되지 않았음에도 일정을 연기시켜주는 등 편파조사가 이뤄졌다”면서 고용노동부 광주지청장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오혜지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 근로감독관은 이에 대해 “당시에는 위임장을 확인하지 못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사측 대리인이 출석일정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등 여러 부분을 확인하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일정 연기의 경우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전제 하에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 대한 1차 조사는 마무리 됐으나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해 현재 진행 중”이라면서 “진정조사 기간은 사안마다 모두 다르다. 1년이 넘어가는 사안도 있다”고 밝혔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