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정당들의 후보 공천과 이를 둘러싼 잡음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또한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사단체와 정부 간 마찰,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과 병원 근무 중단으로 사회가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정치·사회 분야 곳곳에서 갈등과 대립, 다툼이 노골화하고 관련 뉴스가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세상의 이목이 총선과 치킨게임 양상의 의정(醫政) 충돌에 집중하는 사이 민생은 고달프고 멍들어가는 형국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연 3.5%인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말부터 1년 넘게 동결됐다. 과일과 식료품, 외식 물가가 고공 행진하는 등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불안한 데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상반기에 어렵고, 미국이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에나 검토될 전망이다. 고금리 상황에서도 가계부채는 1월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계속 불어나며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기 위해 빌린 돈을 갚으려면 부지런히 일해 벌어야 할 텐데 일자리 사정이 여의치 않다. 1월 취업자 수가 2774만3000명으로 지난해 1월보다 38만명 증가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는 20대 청년층과 경제활동인구의 주축인 40대의 일자리는 위축되는 추세가 이어졌다.
취업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에서 35만명 늘며 전체 취업자 수 증가세를 이끌었다. 30대가 8만5000명 증가하고, 50대도 7만1000명 늘었다. 이와 달리 20대 청년 취업자는 지난해 1월 대비 4만8000명 줄었다. 20대 취업자는 2022년 11월부터 15개월 연속 감소세다. 40대 취업자도 4만2000명 줄며 19개월째 감소했다.
특히 칠순이 넘었는데도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노인이 늘었다. 70대 이상 4명 중 1명꼴로 생업 전선에서 일한다. 1월 70세 이상 인구 631만4000명 가운데 취업자가 155만명으로 고용률은 24.5%였다.
70세 이상 취업자는 지난해 1월 대비 15만8000명, 11.4%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6%로 1년 전(5.1%)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75세 이상에서도 403만명 중 75만6000명이 취업해 18.8% 고용률을 나타냈다.
70세 이상 노인 일자리가 고소득을 보장할 리 없다. 게다가 안정적이지도 않다. 지난해 기준 단순 노무직이 42.1%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농림·어업, 서비스업 종사자 순서였다.
70세 이상의 고용률이 높아진 것은 고령화 추세 속 노인인구는 급증하는 반면 이들의 노후 대비는 취약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빈곤율은 40.4%로 일본(20.2%), 미국(22.8%)의 두배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14.2%)의 세배에 가깝다.
통계청이 지난해 실시한 고령층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65~79세 노인 중 근로를 희망하는 비율이 전체의 55.7%였다. 이들이 계속 일하기를 바라는 이유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등 경제적 사유가 52.2%로 절반을 넘었다.
오래 살지만 가난하기 때문에 늙어서도 일터로 향해야 하는 한국 노인들의 서글픈 현주소다. 일하는 노인들 대다수가 젊은 시절 자신이 종사했던 분야와 거리가 있는 허드렛일 등 저임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자) 세대가 70대에 진입하는 내년부터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다. 노년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면 노인복지 제도를 촘촘히 마련해야 하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재원과 시간이 요구된다. 노인에게 보다 나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인구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계속고용제 도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계속고용제는 60세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을 연장하되 기업이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고령 근로자에게 고용 연장을 보장하는 대신 기업에는 임금을 깎을 수 있도록 하는 절충형 정년연장 제도다.
기업으로선 합리적 비용으로 고숙련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근로자로선 정년 연장 효과를 낼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초 계속고용 법제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한국이 공천 잡음과 의료대란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던 22일 일본 증시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3만9098로 1989년 말 ‘거품경제’ 시기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선거는 여야 정당 등 정치권에 맡기고, 정부는 모름지기 민생을 챙기고 국가 미래를 설계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마땅하다. 대통령 등 정부 고위 관계자가 지역을 돌며 그린벨트 1급지 해제나 농지규제 완화 등 여당의 표몰이용으로 오해를 살 만한 정책을 발표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