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대표 여름 관광지로 꼽히는 구좌읍 세화해변이 대량의 해조류로 몸살을 앓고 있다. 18일 세화해수욕장의 전경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729/art_1752804355831_1f4383.jpg?iqs=0.27099526524790796)
제주올레 20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눈부신 풍경을 자랑하는 구좌읍 세화해변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곳이 최근 대량의 해조류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백사장과 해변 일대에는 파래와 미역, 썩은 해초더미가 널려 있어 물놀이를 위한 해변 개장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18일 <제이누리> 취재에 따르면 세화해변은 개장한 지 일주일이 넘어도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긴 상태다. 백사장과 해변에는 검게 변한 해초들이 썩으며 악취를 풍기고, 썩은 해조류 위로 파리 떼까지 들끓는 등 일반적인 해수욕장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부 방문객은 아이들과 함께 왔다가 곧장 발길을 돌렸다.
마을 주민 A씨는 "한여름인데도 해수욕장 같지 않다. 파래와 미역 때문에 바닷물이 시커멓게 변했다"며 "마을에서 치워도 또 밀려들기를 반복하니 도무지 끝이 안 보인다"고 토로했다.
![18일 찾은 세화해수욕장에는 수많은 해조류들이 밀려와 백사장을 덮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729/art_17528043528835_f1420f.jpg?iqs=0.26713937861811976)
제주시 누리집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민원 게시판에도 관련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세화해변이 좋다고 왔는데 해초 더미 때문에 물에 들어갈 수가 없다", "며칠 전에도 치우는 걸 보긴 했는데 중간에 멈춘 듯하다", "파리 들끓고 악취 나는데 이런 곳을 왜 개장했느냐"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부 민원인은 "차라리 폐쇄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관리 부실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화해변과 불과 1㎞ 떨어진 곳에는 대규모 육상양식장이 밀집해 있다. 이들 양식장에서는 어폐수 형태로 배출되는 물에 질소와 인 등 영양염류가 포함돼 있어 해조류의 비정상적 증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병규 제주해양수산연구원 해양환경연구과장은 "해조류의 성장에는 수온과 빛, 질소·인 같은 영양염류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특히 물의 흐름이 정체된 지역에서는 이러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량 번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식장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단정할 수 없지만 물이 잘 빠져나가지 않는 지형이라면 유출된 영양염류가 해역에 머무르며 해조류 증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화해수욕장 인근 육상 양식장에서 배출되고 있는 어폐수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729/art_17528043619929_33dbe9.jpg?iqs=0.3021718159299882)
실제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인근 육상양식단지에서 해안가로 이어진 일부 배출관은 외부에서 쉽게 보이지 않도록 돌무더기로 덮여 있었다. 배출되는 어폐수에서는 증기가 올라오는 장면도 목격됐다.
정영식 평대 해양지킴이는 "바닷물 수위가 높고 동풍이 불 때는 파래가 한꺼번에 밀려들기도 한다"며 "질소 농도가 높아지면 바다 안이 썩고 해초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역시 "육상양식장에서 폐수가 유입되면 해조류가 급속히 번식할 수 있다"며 "자연현상이라기보다 수질 관리 실패로 인한 인공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정상적인 대량 발생이라면 자연적인 해류나 계절 변화만으로는 설명이 어렵고 유기물 및 영양염류의 인위적 유입이 주요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도는 올해 3월 '제주특별자치도 수산물 육상양식시설 배출수 수질 기준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고시로만 운영되던 수질 관리 체계에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조례에는 배출수 기준 설정 외에도 지도점검, 관리계획 수립 등의 규정만 담겨 있어 실질적인 단속 권한과 이행 강제 수단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배출수 내 질소·인 등 영양염류가 인근 연안으로 유입되며 해조류 증식을 유발하고 있음에도 현장 단속은 불규칙하고 추적도 어려워 단기적 민원 대응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세화해수욕장 백사장에는 밀려온 해조류들로 백사장이 보이지 않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729/art_17528043590002_c5c333.jpg?iqs=0.4715396876041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