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의 출산 관련 의료 인프라가 전국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내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의료 서비스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23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제주 지역의 분만실 병상 수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적은 15병상에 불과했다. 이는 전국 분만실 병상(1757개) 중 0.9%에 해당하는 수치로 세종(14병상)에 이어 가장 열악한 수준이다.
통계연보는 건강보험제도 운영 결과를 통해 수집한 전국의 보건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강보험 적용인구, 재정현황, 급여실적, 심사실적, 적정성 평가, 질병통계 등을 종합한 결과다.
신생아실 병상 수도 66개로 세종(48병상) 다음으로 적었다. 이와 같은 낮은 의료 인프라는 제주 지역 산모들이 분만과 신생아 관리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원정 출산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출산 인프라 부족은 분만 건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제주 지역의 분만 건수는 3118건으로 세종(2605건)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대비 3.3% 감소한 수치로 제주에서도 출산율 하락과 맞물려 분만 건수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제주지역 내 산부인과 의원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제주 지역 산부인과는 21곳에 불과해 세종(8곳), 전라남도(19곳)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적었다. 이런 문제로 산모들이 제때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제주지역 고위험 임신부 고모(30·여)씨가 의료 인력 부족으로 제주에서 인천 인하대병원까지 440㎞ 넘게 이동해야 했다.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3시간 30분에 달했다.
의료 인력 부족 탓에 제주에서 인천까지 헬기로 이송된 임신부 고씨의 남편 우모(31)씨는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주 지역 의료계에서는 출산 인프라 부족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만실과 신생아실 등 의료시설 확충뿐만 아니라 의료 수가 인상과 같은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분만 건수 감소는 청년층의 지역 유출과도 연결돼 있다. 전문가들은 출산과 육아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청년층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도는 의료시설 확충뿐만 아니라 청년층을 유인하기 위한 주거 지원과 고용 정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수영 삼성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출산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필수 요소"라며 "지역 청년층 유출과 출산율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극복하려면 중앙정부와 지역사회가 협력해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