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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군사 요충지 전락" vs. "대양해군 거점" ... 기동함대사령부가 전하는 평화

 

2005년 1월27일 제주는 '세계평화의 섬'이란 간판을 달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일이다.

 

참혹했던 1948년 4·3의 비극의 뒤안길에 내린 결론이었다. 하지만 그 시절 노무현 정부는 줄기차게 논란이었던 제주해군기지 문제도 매듭지었다. 2007년 제주 강정항에 '민·군 복합항'이란 이름의 해군기지 조성을 결정했다.

 

'한반도 병참기지화'란 반발과 '한반도 남방 대양해군의 거점'이란 청사진이 맞붙는 시련의 세월이 또 찾아왔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올해 2월 3일 강풍이 몰아치던 서귀포 강정동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

 

이른 시간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손에는 '기동함대사령부 창설 반대', '제주를 화약고로 만드는 행동을 멈춰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해군기지 앞에서 울려 퍼지는 구호는 '평화의 섬' 제주가 다시 한번 군사적 긴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날 제주해군기지에서는 해군의 오랜 숙원이었던 기동함대사령부 창설식이 열렸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해상 교통로를 보호하며, 대한민국의 해양 권익을 수호하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명분이 따랐다.

 

제주는 2005년 1월 27일 노무현 전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세계평화의 섬'으로 공식 지정됐다. 제주 4·3의 아픔과 분단의 역사를 지닌 이곳을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정부와 도는 평화포럼 개최, 국제평화센터 건립, 유엔 및 국제기구 유치 추진 등 다양한 평화사업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이후 해군기지 건설은 줄곧 논란의 불씨가 됐다. 

 

 

기동함대사령부 창설은 해군이 36년 동안 추진해온 숙원 사업이었다.

 

1989년 해군 전략목표기획서에서 처음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1995년 안병태 당시 해군참모총장이 '대양 해군 건설'을 언급하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이 ‘해군력 개선계획’을 승인했고, 2010년 2월 1일 제7기동전단이 창설되면서 기동함대사령부의 기반이 마련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올해 2월 1일 기동함대사령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이날 양용모 해군 참모총장이 주관한 창설식에는 오영훈 제주지사를 비롯해 주요 인사와 기동함대사 장병·군무원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양 총장은 축사에서 "기동함대사령부는 북한 도발을 해양에서 강력히 억제하고 대응하며 가시화되고 있는 잠재적 위협을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중심 부대"라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국가가 부여한 임무를 달성하는 것이 기동함대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김인호 초대 기동함대사령관은 "기동함대는 국민에게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 어디에서나 대한민국의 주권과 해양권익을 보호하는 핵심 기동부대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유사시 압도적 전력으로 전승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기동함대사령부는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을 비롯해 구축함 10척과 군수지원함 4척으로 구성된다. 특히 정조대왕함은 탄도미사일 탐지·추적과 요격 능력을 갖춘 8200톤급 구축함으로 유사시 북한 전역의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MH-60R 시호크 해상 작전 헬기까지 탑재하며 대잠 작전 능력도 강화됐다.

 

해군은 기동함대사령부가 북한의 도발을 해양에서 강력히 억제하고, 잠재적 위협을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중심 부대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보였다. 특히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KAMD), 대량응징보복 체계(KMPR)로 구성된 3축 체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날 해군기지 앞에서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강정친구들,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정의당 제주도당 등 여러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기동함대사령부 창설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제주를 동북아의 화약고로 만드는 기동함대 창설을 즉각 중단하라", "제주는 비무장 평화의 섬이다", "제주해군기지를 즉각 폐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 탄압과 강정마을 공동체 파괴에 대한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정의당 제주도당도 "평화의 섬 제주가 허울뿐인지는 오래됐지만 이번 기동함대사령부 창설은 명확히 그 이름에 역행하는 행보임을 경고한다"며 "제주도민들은 제주 기동함대사령부 창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한화시스템 우주센터 및 제주 일부 지역의 레이더 기지 건설을 두고 제주도의 군사기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위 참가자는 "제주해군기지가 폐쇄되지 않는 한, 제주는 끊임없는 군사시설 확장의 위험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제주도민의 삶 전체가 미국과 군대의 식민지로서 저당 잡힐까 두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기동함대사령부 창설은 동맹국 간 핵 전쟁 훈련의 규모와 강도를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며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이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평화의 섬 20주년을 맞아 "제주를 평화를 향한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평화 향유의 터전이자, 역동적인 평화 플랫폼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현실을 두고 시민사회는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먼 훗날 제주는 과연 '세계평화의 섬'으로 남을까? 아니면 진정 우려하듯 '군사적 요충지'로 전락할까? 안보와 평화는 진정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가치일까? 20년이 흘러도 그 답을 찾는 건 아직도 요원하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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