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신다. ‘적막강산에 나 혼자 남았구나’라며 흐느끼신다. 얼마나 외로우면 저러실까? 외로움은 홀로 있는 것같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감정이다. 우리말 사전에서는 ‘혼자가 되어 적적하고 쓸쓸한 느낌’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족과 함께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그러므로 외로움은 혼자 있는 상태가 아니라 혼자인 것처럼 느껴지는 감정의 문제로 보인다. 관련 연구에 의하면 외로움이란 열등감과 함께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꼽힌다. 실제로 심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대단히 고통스럽고 심혈관계 질환에 노출되며 극심한 무기력증을 느낀다. 따라서 술·담배·마약 등의 여러 가지 일탈 행위에 노출되어 최악의 경우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그야말로 죽음에 이르는 병인 셈이다. 이 고통은 실제로도 신체적 고통과 연결되어 있어서 ‘타이레놀(정확히는 아세트아미노펜)을 먹으면 완화된다’는 연구가 있다. 200년 전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책을 통해 ‘절망’이란 단순한 우울이나 슬픔이 아닌 실존의 문제로,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지 못해 방황하다 직면하는 막다른 골목임을 암시하고 있다
12ㆍ3 내란 사태가 미치는 파장은 전방위적이다. 금융ㆍ외환 시장이 시시각각 요동친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정치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국가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음식점ㆍ숙박ㆍ여행업계는 고객들의 예약 취소로 한숨을 쉰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경계한다. 주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이자 국회의 계엄령 해제요구 결의안 의결 당일인 4일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보이콧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된 이후 열린 6일 증시에서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등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외국인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위험도 커진다. 원ㆍ달러 환율 움직임도 불안하다. 계엄 선포 전 1402원이던 환율은 계엄 선포 직후 한때 1440원대로 급등했다. 이후 1420원대로 내려가던 환율은 12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는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는 내용의 담화를 하자 1430원대로 뛰었다.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나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 당시보다 심각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람들이 ‘카메라가 장착된 작은 컴퓨터’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요즘은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다. 대한민국에서 45년 만에 난데없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도 수많은 시민기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계엄령이 선포된 뒤 국회로 진입하려던 군 버스를 막아섰다. 국회의 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뒤 군인들이 철수할 때는 “도와주자”며 길을 터줬다. 정부는 무장 군경이 출동하는 상황에서도 긴급재난문자 한통 보내지 않았다. 대신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담화 내용을 SNS와 전화로 알렸다. ‘인간 바리케이드’로 국회 봉쇄를 막은 시민들은 계엄군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전파했다. 대한민국 국민과 세계인들이 이를 지켜보는 상황에서 군이 무력 대응을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비상사태가 큰 희생 없이 마무리된 배경에는 명분 없는 계엄령을 몸으로 거부한 시민들이 있었다. 윤 대통령이 주장한 ‘국가위기 상황’에 국민은 동의하지 않았다. 무장한 특수부대원들이 국회에 난입하는 상황이 생중계되면서 실시간으로 여론이 형성됐다. 이처럼 깨어 있는 시민이 사회 이슈와 관련된 현장에서 전파하는 스트리트 저널리즘은 공공 이익을 증진하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 28일 기준금리를 연 3.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아울러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9%로 낮췄다. 10월 금융통화위에서 기준금리 동결 의견이 우세했고, 시장도 동결을 예상하는 분위기였다는 점에서 ‘깜짝 금리인하’다. 한은이 두 달 연속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현 경제 상황이 나쁜 데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줄줄이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및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한은과 골드만삭스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노동ㆍ자본 등 생산요소를 동원해 이룰 수 있는 잠재성장률(2.0%)에도 못 미친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한ㆍ미 간 금리 차이는 1.75%포인트로 벌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증시에서 대거 이탈해온 외국인 자금이 더 빠져나갈 수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원자재와 농산물 등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물가 상승세를 자극할 위험도 있다. 올해와 내년 이태 연속 불황이 이어지며 소상공인ㆍ자영업자와 기업들이 힘들
뉴욕시에서 광고 마케터로 일하는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는 가족들을 끌고 충동적으로 주말 이틀 동안 뉴욕시를 탈출계획을 세우고 ‘나는 인간이 싫다’고 지껄인다. 요즘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인간 혐오’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간 혐오는 고대 아테네 시대의 소크라테스도 심상치 않다고 미간을 찌푸렸던 고민의 영역이다. 소크라테스의 수제자 플라톤은 그의 저서 「대화(Symposium)」 중 ‘파이돈(Phaedo)’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인간혐오의 원인을 ‘신뢰의 배신’에서 찾았노라. 전적으로 믿었던 인간에게 실망하거나 배신을 당했을 때 그 반작용으로 인간 자체를 불신하고 혐오하게 된다.” 영화는 아만다가 ‘모태 인간 혐오자’인지 소크라테스의 설명처럼 살아오는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신뢰했던 누군가로부터의 배신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아내 말을 웬만하면 따라주는 영문학과 교수 남편과 사춘기 나이이지만 크게 질풍노도하지는 않는 듯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가족에게 배신당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마 광고주나 직장상사나 동료로부터 몇번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심하게 뒤통수를 얻어맞았는지도 모르겠다고 짐작할 뿐이다. 영화가 진행되
어제부터 두 눈을 단단히 감고서 작정하신 듯 주무시기만 하는 어머니. 며칠 동안 “허태행씨, 허태행씨, 나를 두고 어디로 갔나?”라고 하시더니, 아버지를 찾아서 꿈 속으로 깊이 들어가셨나 보다. 입에 달고 하시는 말씀이 “나 살려 줍서, 나 살려줍서!”였던 엊그제까지가 행복이었다. 하루 종일 앉아서 끄덕끄덕 조시던 시간이 기실로 선물이었음을 알겠다. 지난주에는 바지에 대소변을 묻히고도 모르시는 눈치였다. 너무 적게 드셔서 그런지, 염소똥 같은 방울 똥이 굴러서 내의 안으로 들어가도 모르시는 거다. 그런 어머니가 너무 가엾어서, 서글퍼서, 내 가슴이 절벽에 눌린 듯 먹먹해 왔다. 비록 기저귀를 차지만 실수하게 될까 봐, 휴지를 몇 장 개켜서 기저귀 위에 놓았다가, 젖으면 다시 갈아 놓으시는 게 습관이다. 기저귀를 아끼려는 마음과 냄새가 나지 않게 하려는 조심에서 나온 당신만의 비결이리라. 동시에 전에 없이 잠꼬대나 헛소리를 자주 하신다. “아기들 밥 멕여사 될 건디....”라고 하시면서 팔을 허공에 대고 휘적인다. 아직도 2남7녀의 입속으로 숟가락이 드나드는 꿈을 꾸시는 걸까? 어쩌면 마음으론 일어나고 싶으신데, 몸이 뜻대로 안 움직이니 그러시는 모양이다. 이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시각이 점점 암울해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췄다. 불과 한달도 안 돼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2%에서 2.0%로 내렸다. IMF는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2.0%)에 못 미치는 1%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소매업과 건설을 비롯한 내수가 부진한 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중국의 밀어내기 저가 공세, 미ㆍ중 갈등, 우크라이나ㆍ중동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가 출혈 수출 공세는 이미 국내 중화학 제조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포스코가 1제강공장에 이어 45년 넘게 가동한 포항 1선재공장을 19일 폐쇄했다. 현대제철도 포항 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 한화솔루션이 3분기에 일제히 적자를 냈다. 중국은 최근 3년간 에틸렌 생산설비를 2500만톤(t) 늘렸다. 이는 한국 전체 생산능력의 두 배에 육박한다. 그 여파로 빅3 석유화학 업체의 공장가동률이 70∼80% 아래로 내려갔다. LG화학은 여수 NCC
영어 원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Leave the World Behind)’의 제목은 조금 불친절하다. 직역하면 ‘세상 버리기’ 쯤 될 것 같으니 아무래도 어색해서 그냥 ‘쿨’하게 영어 원제목으로 내보낸 것 같다. ‘leave ~ behind(뒤에 ~을 남겨두다)’는 표현은 대개 특정한 구호로 많이 동원된다. 미군의 모토는 “No Soldier Left Behind(한명의 낙오병도 남겨두고 가지 않는다)”이다.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의 초등 교육정책은 “No Children Left Behind(낙오 학생 없애기)”를 구호로 내세웠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런 구호들을 차용했는지 “한명의 낙오된 국민도 없게 하겠다”는 웅장한 포부를 밝혔었다. 참 좋은 말이지만 구호라는 것이 대개 그렇듯 그 비현실성은 어쩔 수 없다. 그저 마음은 그렇다는 정도로 받아들일 뿐이다. 그런데 이 구호에 대개 따라붙는 ‘no’를 떼어버리면 말이 조금 야박하고 살벌해진다. 영화 제목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그래서 조금 살벌한 느낌을 준다. ‘버리는’ 대상도 특정 개인이나 집단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세상’이다. 거치적거리는 세상을 내갈겨버리겠다고 한다. 세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세계 주요 증시에서 ‘트럼프 랠리’가 나타난 반면 한국은 역주행했다. 주가가 급락하고 원ㆍ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넘나들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이후 네번째 닥친 1400원대 환율이다. 주가 급락의 주된 요인은 외국인 자금 이탈이다. 외국인의 집중 매도에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는 5만원을 위협받았다. 이런 ‘트럼프 포비아’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2기 트럼프노믹스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더 강화될 보호무역주의와 중국 견제로 한국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에서 자동차ㆍ반도체 등 주력 품목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하고, 내년 성장률도 기존 대비 0.1%포인트 낮은 2.0%로 낮춘 배경이다. KDI는 내수 회복세가 더딘 데다 수출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봤다. 트럼프 정부의 보편관세 10~20% 부과 조치는 2026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가정했다. 하지만 보편관세가 내년으로 앞당겨 적용되면 내년 성장률은 잠재성장
올린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은 자신의 조금 덜 떨어진 아들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앉힌다. 정부 요직은 경매에 부치듯 나사(NASA) 국장직을 최고액의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여자 의사에게 준다. 내연남인 시골 파출소장을 대법원 판사에 지명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사(人事) 만행도 저지른다. 미국에도 대통령 탄핵 제도가 있다 하니 백번 탄핵당해야 마땅할 것 같다.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가 ▲헌법에 명시된 의무를 위반하거나, ▲법률에 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직무 수행의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국익에 중대한 피해를 줬을 때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관객들의 생각일 뿐, 올린 대통령은 건재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자기 아들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앉히고 시골 파출소장을 대법원 판사로 지명했다는 것이 ‘중대하고 명백한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그래서 ‘국익’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는지 증명하기 참으로 애매하다. 국익이 무엇인지, ‘중대하고 명백’하다는 것이 얼마나 중대하고 명백해야 하는지 따지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을 참으로 무책임한 법조문이다. 혹시 의회에서 탄핵소추를 해도 헌법재판소(미국의 경우에는 상원)에
오랜만에 멀리서 손자가 찾아왔다. 대기업의 일본지사를 거쳐 현재는 베트남에 체재 중 본사로 출장을 나왔단다. “니, 누게니?”라고 묻는 할머니에게 손자는 “할머니 손자 찬준이우다. 둘째 딸 정복이 아들마씸!”이라고 답한다. 요새 말로 상남자답게 생겼다(실은 J대를 수석 졸업하고 청와대를 다녀온 인재다^^). 사람 마음은 비슷한 걸까? “게매. 니네 어멍 닮안, 촘말로 잘 생겼져 이! 키도 크고 인물도 훠언허고....”라는 할머니 얼굴 위로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손자의 두 손을 부여잡더니 얼굴을 이모저모 뜯어본다. 당신의 둘째 딸을 떠올리신 건지 눈가에 살짝이 물기가 어린다. 그걸 놓칠 리 없는 손자가 얼른 할머니를 부둥켜안는다. “할머니 나 외국에서 회사 잘 다니고 이시난, 절대로 걱정허시지 맙서 예!” “아고, 경 해사주! 니네 어멍이 니를 봐시민 드러 자랑허멍 좋아헐 건디...”라며 끝내 말을 맺지 못하는 할머니. 손자가 품속에서 하얀 봉투를 꺼내더니 할머니의 두 손에 꼬∼옥 쥐여 드린다. 그 봉투를 가슴에 품고서 하얗게 웃는 할머니 얼굴이 어쩐지 울상이다. 어머니의 2남 7녀 중 둘째 딸은 그야말로 일곱 딸 중에서 군계일학이었다. 제주시에서
세계의 이목을 끈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됐다. 공화당은 상·하원 선거에서도 다수를 차지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2017~2020년)에 닻을 올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2기 트럼프노믹스가 현실로 닥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집권 1기에 중국 등 특정 국가를 조준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폈다면, 이번에는 ‘보편관세’를 내세워 포괄적인 무역장벽을 세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무역정책 공약은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고, 무역 상대국과 동일한 관세율 적용이 원칙인 ‘상호무역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미국이 보편관세를 매기고 주요국들이 맞대응하면 우리나라 총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약 62조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게다가 트럼프는 전방위적으로 중국과 교역 관계를 축소·단절하는 ‘디커플링(de-coupling)’도 공약했다. 중국 제품에 60%의 고율 관세를 매기고, 금융·투자·연구개발 등 중국과의 교류를 억제하는 내용이다. 바이든 정부의 디-리스킹(de-risking) 노선과 차별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