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관리는 윤석열 정부의 첫 시험대이자 새 정부의 능력을 판가름하는 중대한 숙제다.[더스쿠프=뉴시스]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리터(L)당 2000원을 넘나드는 기름값에 운전대 잡기가 겁난다. 10만원 들고 나가 장바구니 채우는 것도 힘들다. 찬거리를 사다 보면 1만원짜리 지폐가 잔돈처럼 여겨질 정도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 4%대 물가상승률은 2011년 12월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물가 오름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봉쇄가 풀리면서 전 세계 소비가 동시다발적으로 늘었는데 글로벌 공급망이 차질을 빚었다.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에너지, 원자재, 곡물 수급체계 전반이 흔들렸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하자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긴축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월 금리인상에 이어 5월 초 양적긴축에 돌입하면서 추가로 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중반 미국 금리가 3.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현재 1.25%이니 앞으
황제이자 아버지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살해한 코모두스에 의해 처형되기 직전 극적으로 탈출한 막시무스는 황야에서 정신을 잃는다. 노예상인이 막시무스를 ‘주워’ 북아프리카 검투사 에이전시에 넘긴다. 로마 최고의 장군이었던 막시무스에게 시골 검투경기 정도는 ‘껌’이다. 훈련이나 연습경기도 건너뛰고 곧바로 프로 데뷔한다. 막시무스는 지금의 모로코나 알제리 어디쯤으로 보이는 사막의 장터에 흙으로 지어진 조악한 원형경기장에서 데뷔한다. 노예상인들이 주워오거나 사오거나 사냥해온 노예 검투사들이 서로를 아무 이유 없이 죽고 죽이는 살육극을 기대하는 관중들의 눈빛이 폭력을 갈망하는 ‘욕정’으로 이글거린다. 경기장에는 이미 살육자들이 기괴한 가면과 복장을 하고 어마무시한 무기를 휘두르며 희생양들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통로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줄지어 선 검투사들의 모습은 사형 순서를 기다리는 죄수들 같다. 이제 곧 지옥문이 열릴 것이다. 한 선수는 덜덜 떨며 흙바닥에 오줌을 질질 싸고 있다. 인간이 즐거움을 위해서 다른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짓이 아니다. 오줌 싸던 선수는 문이 열리자마자 철퇴에 맞아 죽는다. 차례차례 배가 갈라지고, 목이 잘리고, 머리
▲ 코로나 피해 보상을 위한 재원은 적자국채 발행 없이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재원이 부족하면 국민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이해를 구하는 편이 낫다.[더스크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 19일 만에 회동한 3월 28일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국고채 2년·3년·5년물이 일제히 20bp(1bp=0.01%포인트) 넘게 치솟았다. 미국발 금리인상 및 통화긴축이라는 외부 요인에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적자국채가 대거 시장에 쏟아질 것이라는 내부 우려가 가세한 결과다. 윤석열 당선인은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2차 추경 편성 방침을 공식화했다. 당선인 측은 본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지만, 지금까지 세출 구조조정으로 수십조 재원을 마련한 역사는 없다. 결국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 조달할 테고, 이는 채권 공급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시장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예산의 지출 구조조정은 말처럼 쉽지 않다. 본예산 중 절반은 교부금, 채무상환, 법정부담금(연금·건강보험), 사회보장지출 등 지출 근거와 요건이 법으로 정해진
명장(名匠) 리들리 스콧이 만든 ‘글래디에이터(Gladidatorㆍ2000)’는 명장의 작품다운 명품이다. 그해 아카데미 영화상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남우주연상, 작품상을 포함한 5개 부문을 휩쓸어버린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오로지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다. 뛰어난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는 항상 조심스럽다. 뛰어난 이야기꾼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허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그럴듯하게 버무리는 재주를 지녔다. 사기꾼의 자질이기도 하다. 분명히 이어붙였는데 그 자국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실로 천의무봉(天衣無縫)이다.[※참고: 선녀(仙女)의 옷에는 바느질한 자리가 없다는 것으로, 성격이나 언동 등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의미.] 영화의 ‘스토리’는 이렇다. AD 180년께, ‘망조’가 깃들기 시작하는 로마제국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게르만 원정에 나서 막시무스 장군을 앞세워 승리를 거둔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아들(코모두스)이 아닌 충직한 장군 막시무스에게 황제의 자리를 물려주려 한다. 분노한 코모두스는 아버지를 목 졸라 죽이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당연히 막시무스 일가족을 몰살시키려 한다. 아내와 아들은 무
▲ 인생이 늘 내 맘 같지는 않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자기 길을 가고 볼 일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전성기가 훌쩍 지난 릭 달튼은 끝내 퇴물의 마지막 행로인 이탈리아 ‘스파게티 서부극’에 출연한다. 그곳에서 지금 할리우드에선 받기 힘든 돈을 받고 결혼도 한다. 영화를 찍은 그는 친구이자 집사인 ‘스턴트맨’ 클리프를 해고한다. 그 무렵, 불행인지 행운인지 히피족들이 쳐들어온다.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한때 잘나갔지만 어느새 배우로서 내리막길에 접어든다. 오르막길은 한 걸음 한 걸음이 힘들지만 내리막길은 청룡열차처럼 정신없다. 달튼은 할리우드의 한 레스토랑에서 감독이자 ‘배우 중개업자’인 마빈 슈워츠를 만난다. 정리해고를 예감한 직장인이 헤드헌터를 만나 탈출구를 모색하는 장면이다. 혹시라도 우연치 않게 자신의 옆집으로 이사 온 스타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영화에라도 다리를 놓아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헤드헌터 슈워츠는 그런 동아줄은 내려주지 않는다. 대신 달튼에게 이탈리아로 건너가서 ‘스파케티 서부극’에 출연하
▲ 리쇼어링 기업에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건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도 도와야 한다. 유턴기업에 최대 50억원을 지원하는 대구시의 사례는 벤치마킹할 만하다.[사진=대구시·더스쿠프 포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정세가 미국과 유럽 등 서방 대對 중국·러시아 간 ‘신新냉전’ 구도로 변화하면서 외부의 경제적 공세에 맞서 자국 경제를 보호하는 경제안보(econo mic security)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주요국들이 중국·러시아에 치중된 글로벌 공급망과 해외사업의 재편과 다변화를 꾀하면서 해외로 나간 기업을 자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reshoring)에 관심을 쏟고 있다. 미국-중국 간 무역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노출했다.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20년 2월 중국 내 생산에 의존했던 자동차 배선뭉치가 제때 수입되지 못해 국내 완성차 공장이 조업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글로벌 공급망이 차질을 빚자 그동안 중시돼온 ‘비용 절감’ 못지않게 ‘공급의 안정성’이 변수로 떠올랐다.
영화의 스토리 전개 면에서 샤론 테이트의 역할은 의미가 거의 없다. 주인공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옆집에서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기이한 동거를 하는 할리우드의 촉망받는 여배우일 뿐이다. 그럼에도 샤론의 등장 분량은 영화의 흐름을 끊어먹고 생뚱맞을 만큼 많다. 타란티노 감독이 의도했던 건 뭘까. ▲ 영화 속 샤론 테이트와 히피걸 ‘푸시캣’을 보여주는 장면은 의미하는 바가 많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영화 속에서 샤론 테이트는 1969년 8월 8일 ‘그날’ 히피들에게 습격당한 릭 달튼의 ‘옆집 여자’였을 뿐이다. 하지만 실제론 1969년 ‘그날’ 찰스 맨슨을 추종하는 히피들에게 습격당해 밧줄로 목이 졸리고 온몸을 난자당해 죽은 여배우다. 영화와 실제가 달랐던 건 또 있다. 영화 속에선 히피 4명이 릭 달튼과 클리프(브래드 피트)에게 끔찍하게 죽지만 실제론 샤론 테이트와 4명의 동료들이 끔찍하게 죽어간 사건이었다. 할리우드를 사랑하는 타란티노 감독은 그렇게 끔찍하게 죽어간 샤론 테이트를 추모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참고: 영
▲ 민심은 윤석열 당선인에게 ‘한번 해보라’고 기회를 주면서도 충분한 지지를 몰아주진 않았다. 국민과 소통하며 옳은 일을 가려서 해야 할 책무가 윤 당선인에게 주어졌다.[더스쿠프=뉴시스] 국민의 심판은 준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48.56% 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47.83%. 1987년 대통령직선제 부활 이후 가장 적은 표 차이(0.73%포인트·24만7077표)로 당락을 가른 20대 대통령선거는 냉정하고 무서운 민심을 엿보게 하고 여러 숙제를 남겼다. 국민은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져온 진보-보수 권력의 10년 주기를 5년으로 단축했다.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과 장모를 둘러싼 주가조작 의혹 등 문제가 불거졌지만, 유권자들에게는 부동산값 폭등, 양극화 심화, 청년실업 등 현 정부 5년의 실정이 더 크게 다가왔다. 시도별 득표 상황을 보면 얼추 서울에서의 표 차이(31만766표)만큼 이 후보가 총 득표에서 밀렸다. 그만큼 서울 시민의 집값 민감도가 컸다는 방증이다. 게다가 이 후보는 호남에서, 윤 당선인은 영남에서 각각 싹쓸이에 가까운 표를 얻음으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소룡은 TV 드라마에서 그가 연기했던 ‘케이토’란 이름으로 불린다. 전성기가 지난 배우 릭 달튼은 한때 잘나갔던 배역 ‘카힐’로 기억된다. 어디 이게 영화 속 이야기만일까. 우리가 기억하는 건 그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그 사람의 ‘역할’일지 모른다. 당신은 이름으로 불리는가 직職으로 불리는가, 이도 저도 아니라면 ‘씨’라 통용되는가. ▲ 우리는 상대방을 그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그 사람의 ‘역할’로 기억하고 있을지 모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장면❶ =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스턴트맨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는 촬영장에서 무료하게 대기하던 중, 자신을 천하무적이라 떠벌리는 당대의 스타 브루스 리(이소룡)를 만난다. 클리프는 그를 ‘Bruce’라 부르지 않고 ‘케이토(Kato)’라고 부른다. 케이토는 당시 TV드라마에서 이소룡이 연기했던 천하무적 배역의 이름이다. 이소룡도
▲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 등 서방과 중국‧러시아 간 갈등이 고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안보’를 중시하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더스쿠프=뉴시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커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증폭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ㆍ원자재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혼란 등이 심화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고 부존자원이 빈약한 한국 경제로선 모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난제들이다. 발등의 불은 고유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쳐들어간 2월 24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3월 2일에는 110달러 벽도 뚫었다.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이 11년 만에 비상 비축유 6000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는데도 소용이 없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에선 ‘3차 오일쇼크’를 우려한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이자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러시아와 서방의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이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수출에
▲ 사이버 세계는 VR(Virtual Reality)의 세계다. 말 그대로 현실과 유사類似(virtual)한 세상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스턴트맨이자 운전기사로 근근이 살아가는 클리프(브래드 피트)는 어느 날 촬영장에서 당시의 ‘핫’한 스타 이소룡과 만난다. 영화란 가상세계에서 이소룡은 천하무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이소룡은 ‘알리도 이길 수 있다’며 허세를 떨고, ‘전쟁 영웅’ 클리프와 한판 붙는다. 현실세계에서도 이소룡은 무적이었을까. 릭 달튼과 클리프와 만났을 때 이소룡은 떠오르는 배우였다. 1960년대 인기 미드 ‘그린 호넷(Green Hornet)’에서 도시의 모든 악당을 족집게처럼 찾아내 ‘혼쭐’내주는 히어로 레이드(Reid)의 운전기사이자 이소룡표 쿵푸로 화끈하게 제압하는 일본인 조수 케이토(Kato) 역을 맡아 뜨기 시작하던 무렵이다. 영화라는 ‘가상세계’에서 천하무적이라는 자신의 역할에 몰입한 이소룡은 클리프를 비롯한 스턴트맨들 앞에서 자신의
▲ 코로나19 쇼크가 지속되는데도 한국 경제가 버텨낸 건 교역에서 벌어들인 외화 덕분이었다. 정부가 무역적자가 울리는 경고금을 흘려듣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사진=연합뉴스] 나라살림의 건전성 지표인 재정수지와 대외 지불능력 척도인 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내는 ‘쌍둥이 적자’ 경고등이 켜졌다. 잦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게다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수출로 벌어들이는 것보다 수입으로 나가는 달러가 많아지면서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내게 생겼다. 정부 수입과 지출의 차이인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12조원), 2020년(-71조2000억원), 2021년(-30조원)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도 1차 추경을 반영해 이미 70조원 적자고, 대선 이후 2차 추경이 나오면 적자가 1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통합재정수지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것도, 100조원대 적자도 사상 처음이다. 재정건전성이 위협받는 와중에도 기업들의 수출 호조에 따른 무역흑자 덕분에 국가신인도가 유지됐는데 이마저 흔들릴 상황에 처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4억50